[TV영화] EBS 일요시네마 '아프리카의 여왕' 15일 오후 2시 30분

입력 2012-01-14 08:00:00

1914년 서아프리카 독일령 지역. 로즈(캐서린 헵번)와 그녀의 오빠는 영국에서 온 선교사 남매다. 이 지역에 '아프리카의 여왕'이라는 이름의 배를 몰고 다니며 우편물과 물자를 실어나르는 선장 찰리(험프리 보가트 분)는 술 좋아하고 천방지축 자유롭게 생활하는 인물. 마을에 들어온 독일군들은 원주민들을 포로로 끌고 가면서 주변을 온통 불바다로 만든다. 로즈의 오빠는 병이 나서 죽게 되고, 홀로 남게 된 로즈는 위험한 마을을 떠나 찰리와 동행하게 된다. 배에 실린 폭발물 재료들을 본 로즈는 독일의 함정을 침몰시킬 수뢰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찰리는 로즈의 의견에 처음엔 반대하지만 그녀의 완고한 태도에 뜻을 접고 '루이자'라 불리는 독일 함정이 있는 곳을 향한다. 아프리카 대자연 속에서 긴 여정을 같이 하며 두 사람은 친구가 된다. 그리고 독일군 요새를 찾아 가면서 티격태격 말싸움도 하고, 급류를 만나고 '아프리카의 여왕'이 침몰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두 사람은 사랑이 싹트게 된다. 하지만 독일군에 포로가 된 로즈와 찰리. 처형을 앞둔 찰리는 독일군에게 마지막 소원인 결혼식을 올리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마침내 교수형이 시작되는데….

폭우와 같은 자연의 위협과 함께 독일군의 공격에도 대항해야 하는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 '아프리카의 여왕'은 1950년대판 '인디아나 존스'라 할 만한 모험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를 더욱 흥미있게 만든 것은 그 위에 고립된 남녀 커플의 로맨스를 살포시 얹었다는 점. 자연 그 자체인 것 같은 주정뱅이와 자연을 초월하기 위해 태어난 고결한 노처녀라는, 화해 지점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남녀의 대립과 결합은 물론 새로운 종류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고독한 냉소주의자 험프리 보가트와 독립 여성의 표본 캐서린 헵번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특히 여기서 샘 스페이드(말타의 매)나 필립 말로(빅 슬립) 같은 자신의 전형적인 이미지에 비해 야만의 상태에 더 가까이 간 보가트는 또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이 영화로 그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말론 브랜도를 제치고 오스카를 손에 넣는다.

감독인 존 휴스턴의 영화 경력은 흔히 도박사의 태도와 이력에 비교되곤 한다. 즉 그는 영화사에 남을 만한 걸작들과 형편없는 졸작들 사이에 놓인 엄청난 간극을 '자유롭게' 왕복하곤 했다. 러닝타임 105분.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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