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백일장] 나의 친구들 사랑한데이!/삼강오륜/두 손/청춘아 내 청춘아

입력 2012-01-13 07:13:06

♥수필1-나의 친구들 사랑한데이!

대구초등학교 6학년 7반 모임을 12월 27일에 가졌다. 2년 전 2009년 11월 21일 대구초등 63회 동기회 때 담임선생님들을 모시고 은사의 밤 행사를 가졌지만 그날 참석하지 못한 친구들도 온다기에 어린 시절 개구쟁이 친구들 모습을 떠올리며 설레는 마음을 안고 약속장소로 향했다. 어린 시절 내 뒤에 앉아 내 머리를 잡아당기고,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고무줄놀이를 하고 있으면 몰래 와서 고무줄 자르고 달아났던 대식이, 그때만 해도 지금의 아이돌 스타 외모였는데 이제는 중년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웃는 모습에서 그 시절 모습이 조금 보이는 것 같았다. 옥자, 정애, 범수, 현철, 동춘, 상달 등 그리운 얼굴들을 보면 38년 전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이야기꽃을 피웠다. 같은 시각에 서울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친구들도 반모음을 해서 스마트폰 영상통화로 그리운 얼굴(정숙, 정현, 윤영, 준환, 성칠, 성실)의 얼굴도 볼 수 있었다. 모두들 멋있게, 예쁘게 늙어 있었지만 마음만은 어린 시절의 친구들이였다. 흐르는 세월은 밝고 예쁜 아이들을 하회탈 모습의 얼굴로 바꾸어 놓았지만 우리의 추억은 고스란히 흑백영화처럼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음을 서로 확인하는 우리들만의 시간이었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박종갑 담임선생님도 모시자는 계획도 세우며, 만남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헤어지면서 우리는 처음 만났을 때 하지 못한 포옹을 서로에게 해주었다. 상달아, 다음에 볼 때는 배 둘레 줄여서 나와, 대식아, 그 옛날 그때의 개구쟁이였던 네가 아직도 내 가슴에는 남아 있어, 동춘아 다음에 만날 때는 얼굴 사마귀 빼고 와, 범수야, 내년에 할아버지 되는 것 미리 축하해, 현철아, 이마 주름 더 생기지 마, 정애야, 옥자야 나보다 더 예쁘게 늙으면 안돼. 나의 친구들 모두 사랑한데이!

노태수(대구 달서구 송현2동)

♥수필2-삼강오륜

팔공산 골짜기에서 타고 내려오는 칼바람이 살을 에지만, 올겨울은 온실처럼 따사롭다. 서울에 사는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인 손녀의 숙제 지도로 함께 뒹굴 수 있으니까. 반세기 전, 초등학교를 나와도 한글을 읽지 못하는 애들이 많았다. 요즘 아이들의 영악함과는 견줄 바가 못 된다. 어려운 과목은 수박 겉핥기식으로 얼버무려 버리고 어릴 적 배웠던 삼강오륜을 들고 나왔다. 쓰는 것은 물론, 달달 외우게 할 참이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이야기 같지만, 평가는 애들이 자란 뒤 나중에 받기로 했다.

부자유친 父子有親 아버지와 자식은 친함이 있어야 하고,

군신유의 君臣有義 임금과 신하는 의로움이 있어야 하고,

부부유별 夫婦有別 부부는 분별이 있어야 하고,

장유유서 長幼有序 어른과 아이는 차례가 있어야 하고,

붕우유신 朋友有信 친구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자매가 정답게 놀다가도 무엇이든 먼저 차지하려는 욕심으로 티격태격한다. 특히 먹을 것이 생기면 제비 새끼처럼 고개를 쳐들면서"할배 할배"숨넘어갈 듯 부르며 연방 입을 쫑긋쫑긋 내민다."너는 장유유서도 모르나" 언니의 서릿발 같은 호령이다. 뜨악해하며 나의 도움을 요청하는 작은 손녀의 구겨진 모습이 안쓰럽다. 눈물방울이 복숭아 속 살 같은 뺨에 매어 달린다. 할아버지의 오륜 교육이 무척 얄미웠을 게다.

"할아버지, 부자유친이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쥐구멍을 파야 하지 않았을까. 객지생활을 핑계 삼아 부모님과 친할 겨를도 없었으니.

박기옥(경산시 와촌면 박사리)

♥시-두 손

26년 전 마주 잡은 두 손

오직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영원히 함께 하자고 마주 잡은 두 손

그 두 손에는 미래를 향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사랑이 있었습니다

마주 잡은 두 손을 가정이라는 아름다운 정원을 일구었습니다

그 아름다운 가정에는 웃음도 눈물도 있었습니다

두 손은 서로 눈물을 닦아 주었습니다

두 손은 서로 감싸 주었습니다

마주 잡은 두 손은 인생의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넜습니다

그 높은 산을 오르며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를 건너며

두 손은 서로의 땀을 닦아 주었습니다

서로 밀어주고 당겨 주었습니다

인생이란 먼 여정에서 가끔 두 손이 부딪쳐 소리가 나기도 했지만

두 손은 아려하며 다시 서로를 감쌌습니다

그리고 서로를 보다듬었습니다

보다듬은 두 손에는 사랑이 있었습니다

세상이 등을 돌릴 때도 두 손은 서로를 굳게 붙잡았습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말했습니다

세상이 뭐라고 해도 난 네 편이라고

언제나 네 편이라고

인생이란 여행은 피곤하고 힘들어서

두 손은 26년 전처럼 곱고 젊지 않습니다

하지만 두 손은 처음 시작처럼 서로를 굳게 붙잡고 있습니다

마주 잡은 두 손에는 말로 풀어낼 수 없는 세월이 있습니다

눈물도 있고 행복도 있습니다

사랑도 있습니다

26년이 지난 오늘도 두 손은 말하고 있습니다

영원히 함께 하자고

사랑한다고

※사랑하는 부모님의 27번째 결혼기념일을 축하드리며.

남윤광(대구 수성구 범물동)

♥시조-청춘아 내 청춘아

청춘인가 싶었더니 어느결에 오른손엔 지팡이고

춘풍인가 하였는데 어느날에 칼바람이 몰아치네

아이런가 하는사이 어느참에 할애비라 불리우

내머리의 검던터럭 어느사이 민둥산에 서리내려

청순하던 집사람은 어느틈에 악머구리 되어가네

춘달인가 바라보면 어느순간 동지섯달 기우느니

아덧없이 가는세월 어느누가 한탄한들 무엇하리

이문학(봉화군 봉화읍 내성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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