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정강 존폐 '갈팡질팡'…박근혜 "논쟁 바람직 않다"

입력 2012-01-12 10:45:13

비대위 "논의 당분간 유보"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보수' 표현의 삭제를 둘러싸고 "보수 관련 논쟁이 계속 벌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오늘 이 부분에 대해 결론을 지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언급은 박 비대위원장이 '보수' 표현 삭제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돼 한나라당의 정강에서 '보수'를 삭제하는 문제는 일단락될 전망이다.

그러나 박 위원장의 진화로 '없던 일'이 되며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겠지만 비대위 활동을 마뜩잖게 생각하는 당내 다수 구성원들의 곱지 않은 시선까지 없던 일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총선 승리를 위해 '수구 꼴통'의 이미지를 벗어나자는 비대위 일각의 주장에 현역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비대위 활동 자체를 폄하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당의 정체성을 둘러싼 이 같은 대립의 밑바탕은 주도권 다툼이란 해석이 많다. 보수 논란을 꺼낸 측이 비대위라는 점에서 비대위의 활동이 다소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앞서 '보수'를 뺀 개정안 초안이 비대위 산하 정강'정책개정소위에 올려진 것으로 전해진 11일 당내외의 반발이 가시화되고 커지자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소위의 공동위원장인 권영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각 위원들이 토론자료로 만들었을 수는 있지만 보고받은 적도 없고 소위 차원의 공식적인 논의 자료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또 "보수 삭제 문제는 정책 쇄신의 본질을 훼손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당분간 논의를 유보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마련될 소위의 개정안도 비대위의 초안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도 이날 춘천에서 열린 강원도당 신년인사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정강'정책에 관한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전혀 논의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보수 표현 삭제를 주장해온 김종인 비대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정강'정책 개정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전혁 의원은 11일 트위터를 통해 "'보수 하면 꼴통'이 연상돼 정강'정책에서 보수라는 단어를 뺀다고? 붕어빵에 앙꼬가 잘 쉰다고 앙꼬 빼자는 격"이라고 비꼬았다. 전여옥 의원은 "보수 정당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고 그동안 보수의 본분을 지키지 못한 게 문제"라며 "사람으로 치면 척추를 빼 연체동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보수 표현 삭제를 처음 제기한 김종인 비대위원은 언론 인터뷰 등에서 "'스스로 나는 보수다'라고 찍는 정당은 오늘날 변화하는 세계에서 존재가 불가능하다"며 '보수' 표현 삭제를 주장해왔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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