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을 통해 회사명이 필름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던 '코닥' 사가 파산 위기에 처해 있다는 보도를 접하게 된다. 이는 무비, 시네마와 함께 영화 자체를 뜻하는 용어로 사용되던 '필름'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음을 뜻한다. 영화의 탄생 이래로 그 역사를 함께해오던 제작매체와의 이별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이런 몰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필름카메라보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디지털카메라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대중적인 보급에 있다. 거기다 디지털 사진은 현상이나 인화를 위한 비용도 들지 않는다. 극장의 환경 역시도 달라졌다. 기존 35㎜필름으로만 영사되던 스크린의 상영방식은 이제 많은 상영관에서 '디지털시네마'라는 파일 형식의 상영으로 대체되고 있다. 영화 배급사가 개봉에 맞춰 수백 벌의 필름을 준비할 필요가 없는 편의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130년 동안 영상을 지배하던 거대한 공룡의 몰락이 기술경쟁에서의 도태가 아닌 단순히 시장 환경의 변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언젠가는 추월하겠지만, 아직 디지털 기술은 그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필름이 재현하는 화면 자체의 질감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우수함이 편의성에 의해 사라지는 모순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몰락의 사례는 디지털 시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디지털 영화' 시대를 주도했던 일본의 주요 회사들이 그 기술의 우월함에도 영화 장비 등 고급기술에 대한 개발이 전무하고 '대중화'에만 집중한 국내의 한 글로벌 기업에 세계 시장에서 완패했다.
물론 이런 몰락의 원인에는 승자의 오만 역시 한몫했다. 세계 최초의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했고 휴대전화 카메라에 쓰이는 특허 중 85%를 보유하고 있는 것 역시 '코닥'이기 때문이다. '다품종 소량 생산'의 시대에 변화를 거부하고 성공한 단일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과 대량생산에 집중했던 결과가 한때 세계시장의 9할을 장악했던 회사의 오늘을 만들었다.
한편에서는 이런 현상을 기득권의 몰락으로 보고 있다. 기존의 필름영화는 제작에 필요한 장비와 사용되는 필름 등이 매우 고가이기 때문에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에 비해 디지털영화는 전문장비의 경우 오히려 필름으로 제작되는 것보다 큰 비용이 들지만, 매우 저가의 장비들이 출시되어 있어 학생이나 주부의 영화제작도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최근 할리우드가 지배하던 영화계에 제3세계의 다양한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시장이 이미 안정기에 접어든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충무로에서 늘 입에 오르내리던 이야기가 "영화는 필름이지. 디지털은 필름을 따라갈 수 없어"와 같은 말이었다. 이런 시대의 빠른 변화에 디지털영화 1세대이자 국내최초의 HD 흑백영화를 연출한 본인조차도 격세지감을 느낀다. 파산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공룡의 부활을 위한 다음 행보를 주시해 보기로 한다.
김삼력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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