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18만 명 운집…세계인 불러 모으는 관광 전진기지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달전리 1-1번지. 북한강에 청평댐이 생겨 수심이 깊어지자 섬이 되었다. 이름을 얻은 것도 1986년이다. 자라처럼 생긴 언덕배기가 섬을 내려다보고 있다 해서 자라섬이라고 이름붙였다. 하지만 이름조차 없던 그 섬에, 올해 18만8천 명이 다녀갔다. 지난해 16만8천 명에 비해 2만 명이나 늘어났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던 자라섬은 이제 재즈 축제의 현장이 되어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 버려진 섬을 축제의 현장으로
자라섬은 2003년까지는 몇몇 낚시꾼들만이 찾는 버려진 땅이었다. 비만 오면 물이 차올라 사라지기 일쑤였다. 그동안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은 쓸모없는 섬이었다.
하지만 2004년, 국제재즈페스티벌을 개최하면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해 세계캠핑캐라바닝 대회 유치, 환경생태공원 조성 등으로 이제는 가평 관광의 전진기지가 됐다.
2004년 축제를 기획하기까지 배경이 재미있다. 지역발전방안의 한 방안으로 축제를 고민하고 있던 가평군 문화관광과 공무원이 우연히 자라섬국제제즈페스티벌 인재진 총감독의 강의를 듣게 됐다. 인 감독의 강의에서 힌트를 얻은 공무원은 인 감독과 함께 지금 축제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처음에는 정말 막막했죠. 특히 축제 첫해에는 이틀간 폭우가 쏟아져 어려움을 겪었지만 3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몰렸어요. 성공을 확신했죠." 인 감독의 말처럼 매년 재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자라섬을 찾는 사람들은 점점 늘고 있다.
2006, 2007년 10만 명이 찾던 축제에 2009년 15만 명이 찾았으며 올해는 총 18만8천 명의 관객이 자라섬을 찾았다. 버려진 섬이 가을만 되면 전 세계인들이 모여드는 재즈 축제의 장소로 변신하는 것이다.
◆ 위기를 기회로
처음부터 순탄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수도권정비계획법과 하천법에 묶여 개발되지 않았던 섬인 자라섬은 어렵게 지자체의 허가와 주민들의 협조를 얻어 페스티벌 현장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아무런 문화적 인프라가 없는 허허벌판이라 우려가 컸다. 게다가 2004년 제1회 자라섬 국제 재즈페스티벌에는 폭우가 쏟아졌다. 공연은 취소되고 관람객들은 떠났지만 그래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재즈를 즐겼던 수백 명의 관객이 큰 힘이 됐다. 2011년 역시 페스티벌이 열리기 직전 큰 비가 내려 군부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인 감독은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같은 전원형 축제는 자연 속에 있다는 느낌 자체를 즐기려는 사람이 많이 온다. 음악이 자라섬이라는 공간과 만났을 때 발산하는 매력은 정말 대단하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관객들은 잘 차려진 객석을 요구하지 않는다. 잔디밭에 아무렇게 걸터앉아 몸을 흔들며 재즈를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자라섬국제재즈콩쿨도 5회째 열었다. 나이, 성별, 국적을 초월해 자신만의 색채와 독창성을 가진 인재를 발굴하는 이 프로젝트는 재즈 마니아들 사이에서 또 다른 화젯거리가 되곤 한다.
사실 재즈 마니아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인 감독은 국내 재즈 마니아의 숫자를 5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고, 이 가운데 3만여 명이 직접 축제 현장을 찾는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3만 명을 18만 명으로 만들기 위해선 또 다른 매력 포인트가 필요하다. 가평군은 요즘 한창 확대일로에 있는 캠핑족들을 그 대상으로 삼았다.
자라섬은 이를 시작으로 2008년 국내 최대 규모의 캠핑장을 조성하고 세계캠핑캐라바닝 대회를 유치했다. 요즘 크게 늘어나고 있는 캠핑족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것. 오토캠핑장은 스테이지로 이동이 쉬워 페스티벌 시즌이 되면 순식간에 매진된다. 자연 속 가을의 정취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데다 재즈 선율을 감상할 수 있으니 많은 캠핑족들이 사랑하는 장소로 떠올랐다.
매년 겨울에는 자라섬 씽씽 겨울축제를 여는 등 축제의 섬으로 자리 잡았다. 가평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이 2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우수축제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은 정부로부터 1억5천만원, 경기도로부터 7천500만원을 지원받게 된다. 또 한국관광공사를 통해 축제 컨설팅을 지원받고 국외 홍보를 하는 등 다양한 혜택도 받고 있다.
자라섬 부근에는 연계될 수 있는 관광자원이 있다.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는 10월 중순에는 청평댐을 휘돌아가는 드라이브 코스, 고즈넉한 아침고요수목원, 유명산과 연인산, 용추계곡과 구곡폭포 등 단풍이 절정에 이르러 환상적인 풍경을 간직한 곳이 많다.
허허벌판의 땅에 이룩한 페스티벌의 성공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다. 열정적인 준비, 그리고 과감한 도전이 이루어낸 결과, 버려진 섬이었던 자라섬은 재즈가 흐르는 섬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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