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돈봉투 수사 급물살 박 의장 전 비서 압수수색
한나라당의 2008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사건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이번 사건을 폭로한 고승덕 의원 외에 다른 의원들의 금품 수수가 확인될 경우 한나라당으로서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돈봉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11일 오전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였던 고모(41) 씨의 경기도 일산 자택을 압수수색, 각종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앞서 고 씨가 고 의원실에 돈봉투를 전달한 '뿔테 안경의 사나이'이자, 돈을 돌려받은 사람인 것을 확인하고 고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당시 박희태 당 대표 후보 비서관이던 고 씨는 현재 경남지역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검찰은 고 씨를 상대로 돈봉투를 되돌려 받았는지, 돈봉투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또 고 의원이 돈을 돌려준 직후 전화를 걸었다는 박희태 의장 측 인사도 조만간 소환해 경위를 조사하기로 했다. 아울러 돈다발 띠지를 근거로 여의도 일대 H은행 지점들을 중심으로 자금 추적에도 착수하기로 했다. 고 의원이 검찰과 언론에 밝힌 내용은 2008년 전당대회 하루 이틀 전에 뿔테 안경의 30대 남자가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찾아와 여비서에게 현찰 300만원과 명함이 든 노란 봉투를 두고 갔으며, 전대 이튿날 자신의 보좌관을 박희태 당 대표실로 보내 되돌려줬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9일 회견에선 "(한 남성이 쇼핑백 크기의 가방에 넣어) 노란색 봉투 하나만 들고 온 것이 아니라 같은 노란색 봉투가 잔뜩 들어 있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고 씨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돈봉투 살포 규모가 밝혀질 경우 한나라당이 맞을 후폭풍은 강도를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다. 특히 일각에서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금품이 뿌려졌다는 의혹도 제기돼 메가톤급 파장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10일 트위터를 통해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도 예외가 아니다"며 "경선 때 경쟁이 치열했는데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 양쪽 모두 동원이나 비용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느냐"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표도 "2007년 대선후보 경선도 조직선거였다"고 가세했다. 물론 친박 진영에선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비대위 체제를 흔들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여론을 의식한 듯 재창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내 쇄신파로 꼽히는 남경필'임해규'정두언'구상찬'김세연 의원은 10일 국회에서 만나 "재창당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쇄신파는 이번 주 의원총회가 열릴 경우 이 같은 의견을 제기하고 당내 공감대를 얻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 전대 조사권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나라당은 금품 선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전대 관리업무 전반을 선관위에 위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당 대표 경선에 대해 선관위에 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13일 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당법 제48조 2항은 정치자금법에 의거해 보조금을 받는 정당의 중앙당은 당 대표 경선 사무 중 투표 및 개표에 관한 사무의 관리를 선관위에 위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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