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협 이사 선거 금품수수 잡음 왜 잦나 했더니

입력 2012-01-10 10:19:36

상임이사 연봉 1억…정년 없고 인사권 파워

농수축협의 조합장뿐만 아니라 상임이사, 비상임이사 선출을 둘러싸고 금품을 주고받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도대체 농수축협의 이사들이 어떤 영향력을 갖고 있기에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금품을 주고서라도 뽑히고 싶어할까.

◆상임이사는 2인자

농수축협 상임이사들은 조합장에 버금가는 입김을 행사한다. '넘버2'인 셈. 상임이사는 해당 조합의 영업 실적 등을 책임지는 자리. 조합은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병행해야 하므로 상임이사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조합장이 실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임이사는 대체로 해당 조합이나 다른 조합 직원 출신인 경우가 많다. 실제 대구시내 20개 지역농협 상임이사는 전원 해당 농협 단위조합 출신이다. 이사회와 대의원총회를 거쳐야 상임이사에 선출될 수 있는 점도 외부 인사 진입을 막는 요인이다.

연봉이 1억원 수준으로 현직에 있을 때와 비슷하고 정년이 없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다만 과거처럼 대출 심사나 인사권 개입, 과도한 판공비 사용, 부적절한 금리 우대 등 전횡을 일삼던 병폐는 거의 사라졌다는 게 농협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인사권에서도 최종 결정권자는 조합장이지만, 조합장은 각 지점장의 승진'전보 등에 대해서만 직접적으로 간여하고, 간부 직원들의 인사는 대부분 상임이사가 도맡는다.

상임이사가 영업 실적을 잘 내야 조합원들이 높은 배당금을 받을 수 있어 조합원들은 상임이사의 능력과 행보에 예민하다.

◆비상임이사는 조합장으로 가는 길목

비상임이사에 조합원들이 목을 매는 데도 이유가 있다. 이사회를 통해 조합장과 상임이사 등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고, 차기 조합장으로 가는 유력한 길목이기 때문이라는 것. 비상임이사에게 보장된 권한은 많지 않다. 비상임이사는 이사회에 참석할 때마다 40만원 정도의 회의수당을 받는 게 전부다.

그러나 이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조합장 선거에 표를 행사하는 대의원들을 상대로 인지도를 높을 수 있다. 또 단위조합에서 추진하는 각종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조합은 금융분야인 신용과 농산물 생산'유통과 관련한 경제 분야에서 각종 사업을 벌이는데, 특히 경제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 조합장을 견제하며 '조합장 수업'을 미리 받을 수도 있다.

비상임이사의 임기는 4년이며 이사회는 7명에서 25명까지로 구성된다. 그러나 상당수 단위조합은 조합장이 이사와 감사를 자기 세력으로 구성하기 때문에 사실상 견제 기능이 약하다.

◆조합원들간의 깊은 갈등이 부정선거 양산

최근 포항수협의 비상임이사 부정선거 대량 구속사태의 배경에는, 이사회의 주도권을 잡아 조합을 좌지우지하려는 조합원들 간의 골 깊은 다툼이 숨어 있다.

과거 수십 년 동안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장직과 이사회 주류를 이루면서 직원 인사와 신규 직원 채용에 전권을 행사해 왔다. 어업단체 등 각종 산하기관 보조금 지급이나 공사, 기자재 구입에도 결정권을 행사했다.

설사 조합장이라도 반대 측 출신이면 이사회 의결권을 이용해 무력화시켰다.

실제 포항수협 직원 100여 명 가운데 30여 명이 이사 출신들의 친'인척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정기인사 등에서도 이들에게 많은 우선권이 주어진다는 것.

이 같은 속사정 탓에 양측은 수십 년간 수사기관에 대한 고소'고발을 벌여와 많은 사람이 형사처벌을 받는 등 감정의 골이 매우 깊다.

이로 인한 폐해도 대단하다. 조합원'대의원'이사들이 이분된데다 직원들까지 분열되면서 조직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

포항수협의 한 직원은 "1월 31일 예정된 비상임 이사 재선거에서는 깨끗한 선거를 기대하고 있지만 물밑 편가르기가 다시 시작됐다"며 "내분이 끝이 없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박진홍'장성현'김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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