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꿈이 뭐니?"
"모르겠어요. 시험 쳐 봐야 알죠."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이 있지 않겠니? 그걸 말해 봐."
"그래봤자 뭐해요? 시험 쳐서 점수가 나오지 않으면 불가능한 걸요."
"그래도 한번쯤은 몸부림치며 그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날갯짓은 해야지. 안 그래?"
"그냥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걷고 싶어요. 선생님 말씀이 맞기는 하지만, 정말 그렇게 하고는 싶지만, 그게 밥을 주는 건 아니잖아요."
"밥! 그건 정말 중요하지. 하지만 밥보다는 어떻게 지은 밥인지가 중요하지 않겠니?"
"슬픈 건 밥 자체가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것이죠.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잖아요."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게 진실이라면 세상은 무척 불안한 풍경으로만 이루어져 있을 게야. 먹이만을 위한 무한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세렝게티를 상상해 봐."
"선생님, 현재 우리 사회의 풍경이 세렝게티인 걸요. 경쟁에서 패배한다면 낙오될 수밖에 없죠."
"다른 동물과는 다른, 무엇인가를 지닌 인간이라면 달라야 하지 않겠니?"
"무슨 뜻인지는 알겠어요. 하지만 그런 마음을 갖고 미래를 설계하기에는 제가 너무 힘들어요. 내가 먹을 밥을 다른 이들이 다 차지하고 나면 난 굶어야 하잖아요."
"그래. 난 네가 패배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진 않았어. 만약 승리자가 된다 하더라도 마음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지. 너의 승리가 너만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패배자가 된 이들의 밥을 위해서도 의미를 지녀야 한다는 뜻이야."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어요. 좀 답답해요."
"그래. 그럴 거야.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줬으면 좋겠어.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이유가 반드시 밥을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말이야. 그것을 우리는 꿈이라고 불러."
"선생님, 그 꿈이라는 것이 참 모호해요. 밥이 없는 꿈이 어디 있겠어요?"
"물론 꿈은 밥도 제공하겠지. 문제는 밥 자체가 모든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거지. 그렇게 된다면 세상은 대립과 갈등밖에 존재하지 않을 거야. 꿈은 대립과 갈등을 완화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제공해 주는 거야. 나아가 그런 꿈을 가져야 한다는 거지."
"그래도 모르겠어요. 밥과 관련되지 않은 직업은 없잖아요."
"직업은 밥을 주지. 그러니까 직업 자체가 꿈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거야. 그 직업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가 바로 꿈인 거야. 그 마음이 없으면 그 직업이 아무리 많은 밥을 제공한다 하더라도 불행한 거야."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어쩌면 꿈이라는 놈은 가야 할 목적지가 아니라 목적지로 다가가는 과정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방법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 꿈은 사랑이야. 내가 지닌 것을 타인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배려와 나눔. 난 그것이 우리 교육의 본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경쟁 자체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겠지만 그런 경쟁의 궁극적인 목표도 사랑이 되었으면 해."
"네. 어차피 경쟁은 존재하는 것이니까 어떻게 이기느냐는 것, 이기거나 패배한 다음에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는 그것이 더 중요하겠네요."
"그래. 거기에는 반드시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있어야 할 거야. 사랑한다면 그것이 바로 꿈이고 행복인 거지. 아직 너희들은 완성된 인격체가 아니란다. 너희들은 말 그대로 무한한 자유의 모습을 지녀야 한단다. 세상의 형상은 다양하고, 그 다양한 형상을 만드는 것도 사실 너희들과 같은 사람이니까. 당연히 너희들의 본질은 자유로움, 그것이야. 제발 멀리 날갯짓을 하는 그런 꿈을 가지렴."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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