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인도네시아에 한글 가르친다

입력 2012-01-10 07:56:10

찌아찌아족 사는 부톤섬 바우바우 세종학당 곧 개교

▲경북대가 인도네시아에
▲경북대가 인도네시아에 '바우바우 세종학당'을 건립하고 이달부터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글교육 사업을 펼친다. 바우바우 세종학당이 마련된 무함마디아 부톤대(왼쪽)와 한글 교실 내부 모습.

경북대학교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한글 보급에 본격 나선다.

경북대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받아 인도네시아 바우바우시(市) 부톤 섬에 설립한 '바우바우 세종학당'이 이달 중 문을 열고 현지 주민·학생들을 위해 한글 교육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바우바우시는 인도네시아 중앙부에 위치한 부톤섬의 중심지로, 2009년 이 지역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공식 표기문자로 도입하면서 유명세를 탄 바 있다.

세종학당은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과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교육하기 위해 개설한 기관으로 전 세계 21개국 38개소가 설립돼 있다.

바우바우 세종학당장(長)을 맡은 경북대 이예식 교수(영어교육과)는 "이달 중 한국인 강사 1명과 현지인 강사 1명을 파견, 8월까지 1차 교육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한국어 교육을 통해 인도네시아 학생, 근로자들에게 한국 진출의 기회를 제공하고, 나아가 한국이 교육 원조국으로서의 국위를 선양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바우바우 세종학당 설립 사업은 지난해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찌아찌아족 한글보급 운동의 주역인 이기남 당시 원암문화재단 이사장이 정부 측에 본격적인 한글보급을 제안했고, 협의를 통해 경북대가 운영기관으로 승인되면서 바우바우 세종학당 사업이 추진됐다. 이후 인도네시아 무함마디아 부톤대와 세종학당 설립을 위한 의정서를 체결하고, 문화부 산하 한국어세계화재단과 경북대가 7천만원의 예산을 마련하면서 최종 성사됐다.

바우바우 세종학당에서는 정원 60명 내외의 4개 수준별 반을 편성, 주당 40시간의 한글 교육 이외에 한국문화강좌, 한국어 말하기·글쓰기 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강의실은 현지 무함마디아 부톤대 내에 설치됐고 현지인 행정직원 고용과 한글 교재, 컴퓨터, 책걸상 등 기자재 마련도 완료했다.

이번 바우바우 세종학당 설립은 인도네시아 근로자들의 한국 진출이나 현지 한국 기업체 고용 등에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제조업체가 가장 선호하는 해외 인력이 인도네시아인들인데다, 한류 열풍까지 불어 한국어에 대한 현지 수요가 대단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한글교육과 연계하는 직업학교의 설립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이 교수는 "현지 관계자들로부터 '한국이 세계적인 기능·기술 선진국인 만큼 직업학교가 인도네시아 현지에 세워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요청을 여러 차례 들었다"며 "특히 자카르타 현지 한인회와 한국 기업체 관계자들을 만나 보니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인도네시아 근로자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세종학당에서 한글교육을 받은 현지 학생'주민들을 대상으로, 다음 단계에서 전문적인 직업교육을 제공하면 양질의 기술인력 확보가 가능할 뿐 아니라 한글보급의 효과도 배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교수는 "대구경북 지자체나 기관에서 인도네시아 직업학교 개설에 대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며 "또한 바우바우 세종학당 운영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만큼 한글보급 사업을 장기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정부의 관련 예산 지원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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