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행간에 녹아있는 문화콘텐츠 퍼올려야죠"

입력 2012-01-09 07:11:25

일연 스님'삼국유사 알리미 인각사 주지 도권 스님

군위 인각사 주지 도권 스님이 경내 일연선사 부도탑 앞에서
군위 인각사 주지 도권 스님이 경내 일연선사 부도탑 앞에서 '삼국유사' 속 이야기를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 집필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3일 오전 경북 군위군 고로면 대한불교조계종 인각사. 찬바람이 매섭게 부는 가운데 대웅전 보수 공사가 한창이다. 이 사찰은 일연 스님이 말년에 머무르면서 '삼국유사'를 완성하고 열반한 역사 깊은 장소다. 이 사찰에는 일연 스님과 '삼국유사' 알리미를 자처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인각사 주지 도권(51) 스님이 그 주인공이다.

"'삼국유사'는 하나의 흙이에요. 어떠한 생각으로 주무르느냐에 따라 꽃병도 되고 찻잔도 되죠." 도권 스님은 인터뷰를 위해 자료실로 안내했다. 자료실에는 '삼국유사'와 불교 서적 등 3천여 권이 비치돼 있었다. 2008년 이 사찰로 부임한 도권 스님은 2009년부터 매년 '삼국유사'와 관련한 뮤지컬 공연의 시나리오를 직접 집필하고 있다. 올해도 뮤지컬 '도화녀와 비형랑'(가제 천 년의 사랑, 그리고 천 년의 기다림)이란 제목의 시나리오를 쓴다며 시나리오 뭉치를 보여줬다. 도권 스님은 2009년에는 뮤지컬 '손순매아'를, 2010년 단군왕검과 관련한 뮤지컬 시나리오를 썼고 지난해에는 '수로부인'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냈다. "'삼국유사'는 14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죠. 보통 에피소드 하나당 A4 용지 2페이지 분량의 내용인데 여기에 살을 붙여 한 편의 시나리오로 만들어내요. 뮤지컬 시나리오를 직접 쓰는 것은 현대인들에게 삼국유사의 행간의 숨은 뜻을 보여주려는 것이죠. 아이들이나 일반인들이 삼국유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도권 스님이 작성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삼국유사 뮤지컬들은 매년 8월 인각사 앞 학수대에서 공연됐다. 올해는 새롭게 조성된 일연공원 무대에 올릴 예정.

일연 스님과 '삼국유사'는 최근 들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군위군에서 관광 목적으로 대대적으로 삼국유사를 지자체 콘텐츠로 부각시키는가 하면 동화사에서 비슬산에 있는 대견사를 중창하면서 일연 스님이 머물었던 사찰로 홍보하는 등 일연 스님과 삼국유사가 스토리텔링의 떠오르는 콘텐츠로 주목받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신문화는 조선시대 때 유교 철학을 통치이념으로 하면서 일정 부분 굳어졌죠. 하지만 '삼국유사'는 치열한 진리를 향한 인간군상과 그에 대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어요. 단적인 예로 에피소드 중 하나인 수로부인에서는 남녀평등사상이 녹아있죠. 중'고교에서 '삼국유사'를 배우지만 너무 원문에 치우쳐 행간의 숨은 의미를 잘 몰라요." '삼국유사'가 문화콘텐츠로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도권 스님의 목표는 한 가지다. 현대사회가 너무 물질적인 면에 치우치니까 삼국유사가 정신적 안식처를 주고 우리 민족 고유의 정신문화로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도권 스님은 이를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일연삼국유사연구원을 올 상반기 내에 정식으로 출범해 문화분과위원회와 학술분과위원회, 예술공연분과위원회로 나눠 여러 가지 콘텐츠를 계발하고 발전시킬 생각이다. 또한 인각사에서 지금까지 발굴된 19점의 문화재를 세상에 알리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현재 문화재청에 문화재 지정 신청을 해놓은 상태고 올해 내에 나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도권 스님은 최소한 우리나라 보물로 지정될 거라고 자신했다. 지난해에는 11월 '인각사로 오라'는 작품집도 내놓았고 대구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일연삼국유사 학술제도 여는 등 꾸준히 '삼국유사'를 조명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삼국유사'는 민족자존과 민족문화자산 보존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어요.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를 집필할 때에 몽골 항쟁기였는데 당시 집필 목적도 민족자존을 위한 방편이었어요. '삼국유사'가 현대에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도권 스님은 앞으로도 '삼국유사'의 진정한 의미를 설파하는 데 매진하겠노라고 되뇌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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