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하며 스트레스 해소
6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한 타로점집. 20대 여성 3명이 타로마스터 앞에 나란히 앉았다. 타로마스터가 수십 장의 카드를 능숙한 손놀림으로 탁상 위에 펼쳤다. "마음속에 있는 고민을 하나씩 생각하면서 카드 13장을 골라주세요." 타로마스터가 고른 카드를 한 장씩 가리키며 설명하자 여성들은 "신기하다"고 외치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어 각자의 고민에 관한 구체적인 얘기를 꺼내놓았다. 그렇게 30여 분이 지났고, 여성들은 활짝 웃는 얼굴로 점집을 나섰다.
김은정(27'여) 씨는 "1인당 3천원씩, 셋이서 단돈 9천원에 점을 보고, 타로마스터와 수다도 떨며 스트레스를 풀었다"며 "새해를 맞아 오늘은 신년운세를 봤지만, 평소에는 연애나 취업 문제를 상담하러 종종 찾는다"고 말했다.
새해를 맞아 타로점집이나 사주카페와 같은 '부담 없는' 점집이 붐비고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운세 풀이를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일상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소통과 공감의 허기를 채우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
새해를 맞이해 점집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일상적으로 점을 보는 젊은이들도 많았다. 박누리(27'여'경북대 신문방송 4년) 씨는 "젊은이들이 타로나 사주를 보는 이유는 학업, 취업 등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재미있는 놀이로 해소하려는 것"이라며 "남자들이 폭탄주를 돌리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보다 건전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지치고 찌든 마음을 위로 받으려는 직장인들도 타로점집과 사주카페를 찾았다. 직장인 정미영(28'여'달서구 상인동) 씨는 "타로나 사주가 내 미래에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점술가들이 상담 속에서 나를 해피엔딩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큰 만족을 얻는다"고 말했다.
기성세대도 부담 없는 타로와 사주의 매력에 빠졌다. 자영업자 박성화(48) 씨는 "아내는 새해가 되면 계모임 회원들과 함께 점집에 가서 가족들 신년운세를 보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남자들은 그럴만한 곳이 없다"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부담 없이 타로점집을 찾는다"고 말했다.
점집 관계자들은 현대인들이 부족한 소통과 공감을 채우는 창구로 점집을 이용한다고 분석했다. 10년 경력의 타로마스터 이소연(37'여) 씨는 "새해가 되면 손님이 평상시에 비해 절반가량 늘어나고, 연령층은 2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하다"며 "손님의 60%는 재미로 점술을 보지만 일부는 심각한 고민을 들고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점집을 찾는 이유에 대해 "고민이 있어도 가족이나 동료에게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현대인들이 단돈 몇천원의 비용으로 대화 상대나 상담사를 찾는 것"이라며 "손님과 대화를 나누다 해결책을 찾으면 마치 내 고민을 해결한 것처럼 뿌듯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점술을 삶의 디저트처럼 가볍게 즐기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영남대 조현주 교수(심리학과)는 "타로점집이나 사주카페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운세를 정확하게 예측해주기보다 손님의 마음을 깊숙이 공감해 주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점술 결과에 너무 집착하면 과대망상을 갖거나 현실을 혼동하는 등 부정적인 효과가 나올 수 있으니 가볍게 즐기는 게 좋다"고 말했다.
황희진기자hhj@msnet.co.kr
◆ 타로 = 다양한 그림이 그려진 78장의 카드를 뽑아가면서 문제를 분석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방법을 제시하는 일종의 점이다. 카드의 그림들은 운명의 수레바퀴에서부터 은둔자, 정의의 여신, 죽음의 여신, 광대, 마술사, 교수형을 당한 죄인 등 세상의 만물을 대변하고 있어 수만 가지의 해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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