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본격 수사에 정치권 초긴장…박희태 의장 "모르는 일"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제기한 돈봉투사건이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곧바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검찰도 수사에 착수, 발언의 주인공인 고 의원을 8일 소환조사하겠다고 밝히고 고 의원 역시 출두하겠다고 답을 함에 따라 고 의원의 입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돈봉투 파문 여야 없이 초긴장
한나라당은 돈봉투사건이 당 쇄신에 나선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론 향배에 잔뜩 신경을 쓰고 있고 15일 경선을 앞두고 전당대회를 치르고 있는 민주통합당으로서도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돌리는 일이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야당에서도 공공연한 관행이었다는 폭로가 터져 나오자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돈봉투 관행은 민주당 등 야당도 예외가 아니다. 야당에서도 2010년 전당대회에서 지역위원장들에게 200만원 이상씩 차등을 둬서 돌렸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고, 원내대표 경선 때도 국회의원을 상대로 300만~1천만원의 돈봉투가 오갔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전당대회 후보로 출마한 한나라당 인사의 한 측근은 이와 관련 "전당대회에 앞서 호남지역 당협위원장들에게 교통비 명복으로 200만~300만원씩의 돈봉투를 돌리는 것은 관행처럼 돼 있었다"며 "우리 당뿐만 아니라 야당에서도 여전한 관행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통합당 이용선 공동대표는 6일 "검찰은 대상자를 빨리 소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길 기대한다"고 주장하고 나섰지만 야권도 돈봉투 사건에 대한 여론 추이를 주시하는 등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제 정치권은 디도스 파문에 이어 돈봉투 파문은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정치권 전체를 쇄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돌린 사람 누구냐?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고 의원이 밝힌 돈봉투의 장본인이 박희태 국회의장이라고 밝혔다고 주장함에 따라 검찰수사는 현직 국회의장을 소환 조사하는 초유의 사태로 비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박 의장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돈봉투 전달자로 지목됨에 따라 본인과 청와대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김 수석도 주목을 받는 등 사건이 확대되고 있다.
박 의장 측은 6일 자신이 돈봉투의 당사자로 지목된 데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박 의장 측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하고 "불쾌하지만, 검찰이 진실을 밝힐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 의장 측에서는 '공천 물갈이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 의원이 서울 서초을에서의 재공천을 담보하기 위해 잠재적 공천 경쟁자이자 박 의장과 가까운 박모 씨를 배제하고자 돈 봉투 의혹을 제기했다는 음모론도 제기하고 있다.
정치권은 고 의원의 폭로와 검찰수사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자칫 실체는 드러나지 않은 채 '진실공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면서 자칫 정치권 전체에 대한 물갈이 여론만 증폭시키는 결과로 낳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확대 조짐의 돈 파문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는 6일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과 관련, "비례대표(공천)도 돈과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있다"고 밝히는 등 돈봉투를 정치권 전반에 걸친 관행으로 확대 해석, 의혹의 불길을 지폈다.
인 목사는 6일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 "(비례대표 돈 공천 소문이) 옛날에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는데 최근에는 아주 은근하게 4년 내내 끈질기게 돌아다닌다"면서 "증명할 길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 의원에게만 돈을 줬겠느냐. 이번 기회에 할 수 있는 만큼 문제를 파헤치고 명명백백히 밝히는 게 당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돈 준 사람이 밝혀지면 탈당 차원이 아니라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