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대한민국號' 어디로… 두 전직 국회의장에 묻다

입력 2012-01-07 07:06:13

남북 모두 중요한 역사적 격변기…진보·보수 힘 합쳐 통합 국민에너지 창출

김원기 전 국회의장.
김원기 전 국회의장.
이만섭 전 국회의장.
이만섭 전 국회의장.

2012년 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 우리 국민들은 총선과 대선을 통해 대한민국의 변화를 선택해야 한다. 북한이 김정일 사후 김정은 후계체제의 안착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대선이 치러지고 중국도 시진핑(習近平) 체제로의 권력 이양이 예고돼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정세가 급변하는 시기다. 이에 여야를 대표하는 이만섭, 김원기 두 전직 국회의장에게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과 가야 할 길에 대해 물었다.

이만섭 전 의장은 "앞으로 2, 3년은 이 나라 국가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시기"라며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변화할 것이기 때문에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도 일시적 감정으로 투표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생각해서 냉정하게 정직하고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경륜 있는 사람에게 투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 전 의장은 이념 과잉의 사회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스스로 '진보적 보수'라고 규정한 그는 "열린 보수나 건전한 진보는 종이 한 장 차이"라며 "정책이나 사람을 보수와 진보로 나누지 말고 이 나라에 도움이 되느냐 여부에 기준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와 보수가 힘을 합쳐 통합된 국민의 에너지를 만들어내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원기 전 의장 역시 "한반도의 역사적인 진로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격변기로 봐야 한다"고 동의하면서 "남북관계가 차단된 상태에서 북한에 대해 전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중국의 영향 속에서 변화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장은 이념 대결에 대해서도 "아직 분단 상태라서 더 그럴 것"이라고 진단하고 "정책에 있어서 충돌하고 논쟁하는 것은 필요하며 그것을 피하려고 해서는 안 되지만 종북좌파니 하는 것에서는 벗어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북한에 대한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며 "보수적인 생각을 갖는 분들이 현실에 대해 너무 이해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통일은 우리 중심의 통일이지 북한 중심의 통일은 없다. 북한을 도와주는 문제에 대해 너그러워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의 북한의 후계구도가 총선과 대선은 물론이고 남북관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 북한은 김정은 후계체제를 안정적으로 안착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북한을 적극 지원하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총선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북한은 다음 대선에서 친북세력이 집권할 것을 바라겠지만 우리 국민들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것을 북한도 알아야 한다.

▶김: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에 더 깊이 들어갔다. 다행히 미국이 정책전환을 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고 미국의 영향력을 확보하려고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우리도 우리의 영향력이 행사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전환과 남북관계 회복이 제일 중요하다.

-안철수 교수로 대표되는 새로운 정치패러다임의 요구는 정당정치의 위기라는 진단을 받고 있다.

▶김: 국가경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정치와 정당인데 현재 정치 자체가 부정되는 분위기에 처해 있다. 이것은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이는 정치인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과 국가 전체의 불행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당이 정책을 바꾸고 개혁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바꾸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 원인을 나는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진단했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완화되지 않고서는 사생결단식 정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혁파는 정치개혁의 알파와 오메가다. 우리 국민들이 정치를 싫어하는 것은 권력의 집중에 대한 혐오감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각 당이 권력구조에 대해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공약을 내세우고 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래야 이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론이 형성될 수 있다.

안철수 현상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그러나 정당을 배제한다면 정치혼란만 올 수밖에 없다. 개혁을 하는 데 노력해야지 그것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 결국 '안철수 바람'이 현실 정치에 대한 혐오, 그리고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에 동의한다. 따라서 여야를 막론하고 기존 정당은 뼈를 깎는 자성을 통해 거듭 태어나야 한다. 그러나 나는 안철수 현상이 일시적인 바람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한 가지 바라는 것은 안 교수도 '출마한다, 안 한다' 안개만 피우지 말고 젊은 사람답게 분명한 태도를 밝히는 것이 이 나라 정국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안 교수는 이 나라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주는 존재로 남아있는 것이 정치에 뛰어드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정치에 뛰어드는 순간부터 상처를 입게 된다. 정치는 청춘콘서트와 달라서 그야말로 20~40대 지지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을 화해 협력시키고 통합하는 리더십을 더 길러야 한다. 안 교수는 정치보다는 지금의 존재로 남는 것이 좋겠다.

-총선에 앞서 '인적 물갈이'가 이슈로 떠올랐다. 특정 지역, 특정 연령에 대한 물갈이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쇄신과 개혁이 결국은 소모적일 뿐이라는 자조적인 평가도 없지 않다.

▶이: 17, 18대 국회에서 과거에 비해 대폭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이 대거 들어오니까 혈기왕성해서 그런지 만나기만 하면 치고받았다. 18대 국회는 내가 볼 때는 아예 '이종격투기장'이다. 하늘로 붕붕 날아다니고 심지어 최루탄 국회가 되지 않았나. 세대교체를 하지 않아서인가? 원로들이 남아서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것이 좋다. 세대교체는 연령이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 젊은 사람일수록 더 폭력 국회를 만들었고 부정부패에 연루된 젊은 의원들이 18대 국회에서 21명이나 나왔다. 예전에는 이렇게 많지 않았다. 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장사를 해라. 정치는 돈보다 명예를 존중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

▶김: 물갈이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공론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러나 물갈이가 정치를 좋은 쪽으로 변화시켰다면 우리나라는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정치를 하고 있을 것이다. 현역의원에 대한 물갈이가 이렇게 심한 나라는 없다. 사람만 바꾼다고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은 과거가 증명하고 있다. 내가 국회의장을 떠날 때 고별사에서 강조한 분권형 권력구조에 대해 여야가 공감하면서도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은 것이다. 개헌운동을 국민운동으로 전환, 권력집중을 완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아직 성과가 없다.

-부산과 대구 등에서 일고 있는 한나라당 독식 구조에 대한 반성이 총선에서 반영될 경우, 지역구도가 깨지거나 희석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 거듭 얘기하지만 지역감정을 근본적으로 없애려면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꿔야 한다. 한 선거구에서 4~6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로 하면 한나라당도 호남에서 5, 6등으로 당선될 수도 있을 것이고 민주당도 영남에서 많이 당선될 수 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독일식으로 지역비례대표제를 채택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지방의 일은 지방의원들에게 맡겨라. 국회의원들은 중앙정치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치에 도움이 된다.

덧붙이자면 예전에는 호남과 영남 간에만 갈등이 있었는데 YS 이후에는 TK와 PK가 생겼다. 영호남도 합쳐야 하는데 이것은 잘못이다.

▶김: 대구경북이 이 나라의 중심이었다. 그래서 대구경북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지역주의라고 할 수 있는 그런 감정이 제일 심한 곳이 대구경북과 광주, 이렇게 되어 있다. 광주에서도 꼭 어느 당 공천이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지지해서는 안 된다는 반성이 일어나고 있다.

대구경북 유권자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오랫동안 이 나라를 경영해 오는 데 제일 중심에 있었던 지역에서 더 적극적으로 선도적인 노력을 해주면 우리나라가 지역갈등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피해의식이 있는 쪽보다는 우월한 입장에 있는 곳에서 더 해줄 것을 부탁드리고 싶다.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노력을 해야 한다. 김부겸 의원이 대구 출마를 선언했는데 만일 당선된다면 한국정치가 변화하는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여전히 2012년의 화두는 복지이다. 다른 이슈는 없는가.

▶김: 선거국면에서 중심 이슈는 복지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행히 한나라당까지 진취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보다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가 그동안 성장에 올인하면서 복지에 대해서는 배려가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 부작용이 몇 년 동안에 증폭됐다.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선진국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변화가 일고 있다. 나라를 가릴 것 없이 심각하게 논의될 것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대책은 당장의 문제는 아니지만 국가 존망에 대한 더 근본적인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 해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국가적 손실이다.

▶이: 총선에서는 2040세대에게 희망을 주고 꿈을 주는 문제가 화두가 될 것이다. 20대는 취업이 안 되고 40대는 노후를 걱정한다. 하루아침에 완전무결한 정책을 내세울 수는 없지만 그들의 고민을 나의 고민으로 걱정하는 자세가 중요하고 지도자들이 책임의식을 갖고 사명을 다하는 정신이 중요하다. 그러면 2040세대도 감정적, 맹목적으로 미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선후보가 이들의 고민을 알고 있느냐, 함께 고민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것 외에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책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런데 고령화 사회라며 눈만 뜨면 너무 떠드는데 노인 자살을 강요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70세까지 일할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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