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포항의 3대 권력

입력 2012-01-07 07:13:03

'권력은 예리한 양날의 칼과도 같다. 치명적인 살인 도구가 될 수 있고 정의의 단도가 될 수 있다.' 이 말은 어제오늘 나온 것이 아니다. 그리스'로마시대부터 비롯돼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인용될 정도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셀 수도 없는 숱한 권력자들이 명멸해 온 역사를 보면 인간은 가히 '권력 지향의 동물'이라 할 만하다. 재미있는 것은 권력이 국가 통치자나 유력 대선후보만 쥐고 있는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역 사회나 작은 모임에도 분명히 존재한다.

포항에도 3대 권력이 있다고 한다. 이상득 의원, 포스코, 교회가 그 주인공이다. 술자리의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필자의 경험에 비춰볼 때 정확하게 맞는 말이다. 포항 사회를 암중에서 이끌고 간 것은 분명 이들이었다. 물론 당사자들에게 대단히 실례되는 분류법일 수 있다. 권력 대신에 '리더' '중심' '코어'(core)라는 표현도 가능하겠지만, 지역 사회에서 영향력이 엄청나고 맘만 먹으면 이룰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면 권력이라는 말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지난 3일 포항상의에서 주최한 신년교례회에서 단연 주목을 받은 인물은 이상득 의원이었다. 이미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 의원은 '죄송합니다'라는 인사말과 함께 단상에서 큰절을 올렸다. 일부 참석자들은 이 모습을 보고 울먹였고 모두에게 찡한 고별인사였다. 이곳에서 내리 6선을 하면서 24년간 숱한 일을 겪었을 것이니 인간적인 정리에서 충분히 그럴 만하지 않겠는가. 이제 그는 포항 사회에서 퇴장했다.

또 다른 권력인 포스코도 예전 같지 않다. 지난해 경기 위축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고 올해도 나아진다는 전망이 없다. 포스코는 포항 사회를 발전시키는 중추적 역할을 해왔기에 경영 부진의 아쉬움이 크다. 외지인의 눈으로 보면 흥미 있는 대목은 포항 지역 교회들의 영향력이다. 도시 규모에 비해 대형 교회가 유독 많고 땅값 비싼 신흥 개발지에는 어김없이 교회들이 서 있다. 공교롭게도 두 명의 국회의원과 전임 시장, 현 박승호 시장 모두 신자들이다.

어쨌든 올해 포항 사회에는 권력 구도가 바뀐다. 이상득 의원이 퇴장한 뒤 누가 그 공백을 메울지, 아니면 과거와는 다른 틀이 만들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권력이라고 나쁜 것은 절대 아니다. 쓰기 나름이다. 올 한 해 포항을 발전시키고 시민들의 정신'생활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권력이 됐으면 좋겠다.

박병선 동부지역본부장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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