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2012년은 용띠 해다. 용띠 해를 맞이하는 감회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덤덤히 새해를 맞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용띠 해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사람도 있다. 특히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오는 흑룡띠 해라고 해서 남다르게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미 유통업계에서는 흑룡띠 특수를 잡기 위해 활발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예로부터 용은 신령스러운 동물로 숭배의 대상이었다. 임진년 용의 해를 상서롭게 맞이하는 사람들과 세상 풍경을 스케치했다.
◆용띠 해를 기다린 사람들
김희장(48'비룡연구소 소장) 씨는 누구보다 임진년을 맞이하는 감회가 남다르다. 1964년 용띠 해에 태어났을 뿐 아니라 20여 년간 '龍'(용)자만 고집스럽게 써왔기 때문이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용자를 써 온 까닭에 대구시 수성구 범물동에 있는 그의 아파트에는 먹물 가득 머금은 40호짜리 용자 작품이 수북이 쌓여 있다.
제2회 전국서예공모전 입선, 536주년 한글날기념 전국서예대회 최우수상(1982년), 한국휘호대전 특선(1985년), 제2회 한국서화예술대전 입선(1986년) 등 서예가로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김 씨가 본격적으로 용자를 쓰게 된 사연은 조금 특별하다. "가족 가운데 아버님과 둘째 누님, 제가 용띠 해에 출생했습니다. 특히 영천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둘째 누님은 60년 전 흑룡띠 해에 태어났습니다. 가족 가운데 용띠가 많다 보니 용자는 어릴 때부터 친숙한 글자였습니다. 서예가로 저만의 개성이 묻어나는 글씨를 쓰고 싶었던 제가 용자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김 씨는 2010년까지 용자를 정자체로 썼다. 하지만 정자체로는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글씨에 변화를 주고 싶어 고민하던 그는 용자를 그림처럼 형상화한 정대봉 화백의 작품을 보고 그 길로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정 화백을 찾아가 제자가 됐다. 이후 김 씨는 용자를 회화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 버렸다. 퇴근 후 매일 붓을 잡고 씨름을 한다. 올 한 해 그가 만든 작품만 수백 장에 이른다. "거의 매일 작품 활동을 하는데 나오는 작품 수준은 천차만별입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오는 날이 있는가 하면 컨디션이 나쁜 날에는 작품 하나를 완성하지 못합니다."
매주 한 차례 스승을 찾아가 사사하는 김 씨는 스승의 작품 스타일을 모방하는 단계를 벗어나 최근에는 자신만의 작품 스타일을 만들어 가고 있다. "저만의 작품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제가 대학에서 전공한 동양화를 용자에 접목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작품에 태극 문양과 한옥의 문살 무늬를 넣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용 없이는 하루도 살지 못하는 사람이다. 하루 일과를 작품 만드는 일로 마무리하는 삶이 생활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스승인 정 화백은 '운천'(雲天)이라는 호를 붙여 주었다. 용과 구름이 불가분의 관계이듯이 김 씨에게 용은 예술가로서의 정체성과 혼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먹으로 용자를 쓰기 때문에 작품 속 용의 모습은 대부분 흑룡입니다. 흑룡띠 해인 임진년이 제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 이유입니다. 특히 올해 첫 작품전시회도 열 계획이어서 누구보다 용띠 해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8년간의 일본 프로야구 생활을 청산하고 국내로 돌아온 삼성라이온즈 이승엽 선수에게도 2012년은 특별한 해다. 1976년 용띠생인 이승엽은 올해 일본 프로야구에서 부진했던 모습을 씻어내고 재도약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포항시청 소속 유도 선수 왕기춘도 용띠 해를 맞는 각오가 남다르다. 왕기춘은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용띠 해에 태어난 '88둥이'다. 서울올림픽의 기를 받고 태어난 왕기춘에게 런던올림픽이 열리는 2012년은 놓쳐서는 안 되는 해다. 4년 전 베이징올림픽에서 은메달에 그쳤던 왕기춘은 올 런던올림픽에서는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탤런트 현빈에게도 임진년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지난해 3월 해병대에 입대한 현빈은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백령도에 있는 6여단 흑룡부대에 배치를 받아 일찌감치 흑룡과 인연을 맺었다. 흑룡부대원으로 거듭난 현빈은 올 12월 제대까지 앞두고 있어 흑룡띠 해를 맞이하는 감회가 남다르다.
◆전국 용 관련 지명 1천261개
우리나라에는 용과 관련된 지명이 많다. 국토지리정보원이 용띠 해를 맞아 국내 150여만 개의 지명을 조사한 결과, 용 관련 지명은 1천261개로 조사됐다. 이는 호랑이 관련 지명 389개에 비해 약 3배, 토끼 관련 지명 158개에 비해 8배가 많은 수치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용은 비를 관장해 부귀와 풍요를 의미하는 길조의 수호신으로 숭배돼 왔다. 다른 동물들보다 용이 우리 지명에 유난히 많이 포함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 관련 지명을 종류별로 살펴보면 마을 명칭 1천40개, 산 이름 110개, 폭포 명칭 24개, 바위 이름 23개 등으로 조사됐다. 글자별로는 '용산'이라는 지명이 70개로 가장 많았으며 '용동'(52개), '용암'(46개), '용두'(45개)가 뒤를 이었다. 유래별로는 용의 모습을 닮아 붙여진 지명이 407개로 가장 많았으며, 용이 승천하거나 누워 있는 동작을 묘사한 지명은 246개, 풍수 관련 유래를 가진 지명은 77개로 파악됐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310개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전북 229개 ▷경북 174개 ▷경남 148개 ▷충남 111개 ▷충북 72개 ▷경기 67개 ▷강원 54개 ▷광주 17개 ▷대구 15개 ▷대전 14개 ▷울산 12개 ▷제주 12개 ▷인천 10개 ▷서울 9개 ▷부산 7개 순으로 나타났다.
경북에서는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했다고 전해지는 포항시 호미곶면에 있는 바위 구룡소암 ▷용의 뿔처럼 생긴 산이라 해서 이름이 붙여진 영덕군 창수면의 용각산 ▷마을 주위에 있는 아홉 개의 다리에 용이 내려앉았다고 해서 붙여진 영천시 금호읍의 용교 ▷떨어지는 폭포물이 승천하는 용의 형상을 닮은 성주군 수륜면의 용기폭포 ▷용이 하늘로 올라가다 떨어졌다고 하는 경주시 천북면의 용락 ▷300여 년 전 용이 알을 낳았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영천시 청통면의 용란 ▷마을 앞 산봉우리가 용솟음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의성군 안평면의 용립 ▷용의 등처럼 생긴 혈이 있어 붙여진 김천시 봉산면의 용배 ▷마을 지형이 용이 엎드려 있는 형상을 닮은 김천시 대항면의 용복 ▷용이 승천할 때 별을 보고 올라갔다는 의성군 단촌면의 용성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것 같아 붙여진 포항시 장기면에 있는 바위 용암 ▷마을 앞 우물에서 용이 승천했다고 알려진 의성군 안평면의 용천리 등이 용 관련 지명으로 조사됐다.
대구의 경우 마을에 있는 내(川)에서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는 동구 용계동을 비롯해 ▷골짜기 형세가 용의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북구 도남동의 용골 ▷용이 나왔다는 전설이 있는 달서구 상인3동에 있는 용굴 ▷용이 승천하면서 꼬리로 땅에 흔적을 남겼다는 달성군 하빈면의 용재산 등이 용 관련 지명에 이름을 올렸다.
또 국토지리정보원 조사에는 빠져 있지만 해맞이 장소로 올해 유난히 관심을 끈 곳이 있다. 바로 대구 와룡산이다. 와룡산은 용이 누워 있는 듯한 산세를 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해마다 와룡산에서는 해맞이 행사가 열린다. 하지만 올해는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상리봉 헬기장에서 열린 올 해맞이 행사에 1천200여 명이 몰려 최대 인파를 기록한 것. 해맞이 행사를 후원한 서구청 관계자는 "올 해맞이 행사에 참가한 사람은 예년에 비해 20~30% 늘었다. 용의 기운이 깃든 와룡산에서 용띠 해를 맞아 새해 소망을 기원하는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용 마케팅 붐
임진년을 맞아 용을 테마로 한 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다. 대구백화점은 이달 31일까지 본점과 프라자점에서 '용 작품전'을 열고 있다. 또 주얼리브랜드 스와로브스키는 다양한 용 장식품을 선보였다. 유아브랜드 쇼콜라에서는 '2012 흑룡띠 해 출산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동아백화점은 이달 15일까지 진행되는 세일기간 일부 품목에 한 해 용띠 고객에게 추가로 10% 할인을 해주는 행사를 벌이고 있으며, 특정 품목의 경우 한정 수량을 50% 이상 할인 판매하는 행사도 가졌다.
용과 관련된 상품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LG상사 트윈와인은 허영만 화백이 디자인한 용 와인 4종을 출시했다. 2만 병 한정 생산된 용 와인은 '청룡' '화룡' '황룡' '용황' 등 네 가지 컬러와 콘셉트로 구성되어 있다. 용 와인은 출시 2주 만에 7천 병이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순당은 용띠 해를 기념해 라벨에 흑룡 그림이 그려진 쌀 스파클링 막걸리 '오름'을 내놓았다.
11번가는 용 무늬가 들어 있는 1㎏ '흑룡 은괴'와 흑룡이 그려진 행운의 카드를 판매하고 있으며, 아이스크림 업체 배스킨라빈스는 용의 머리를 캐릭터 형태로 표현한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내놓았다. 또 패션잡화브랜드 MCM은 역동적인 드래곤 페인팅이 담긴 한정판 '플라잉 드래곤' 라인을 출시한다. 송아지 가죽 위에 금빛 드래곤 페인팅을 새겨 넣은 '플라잉 드래곤' 라인은 쇼퍼백'지갑'키링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달 20일부터 판매될 예정이다. MCM은 "한국뿐 아니라 중국 등 12간지 문화가 있는 아시아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용을 테마로 한 신제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청룡산 아래 자리 잡은 대구수목원은 임진년을 맞아 거대한 흑룡을 전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중앙광장에 있는 길이 10m, 높이 4m의 흑룡은 대구수목원이 자체 제작한 것으로 다음달 29일까지 전시된다. 김희천 대구수목원 소장은 "수목원을 방문하는 시민들이 흑룡의 기운을 받아 새해 소원 성취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흑룡을 설치했다. 또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성공의 여세를 몰아 대구시가 '승승장邱'하자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