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북에 과학기술의 사과나무를 심자"
"곰곰이 지난날을 돌아보니 '어찌 보면 사소한 인연이 여기까지 이어졌구나' 하는 결론에 이르더군요. 나비효과랄까, 그때 그 장소에서 내가 한 생각들, 행동들이 지금 이곳의 저를 만든 것 같습니다."
윤대상(55) 교육과학기술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건설추진단장은 대구를 글로벌 교육의 메카로 만드는 중대 임무를 맡고 있다. 책상 앞 화이트보드에는 구상해둔 DGIST 진행 방향과 고려 사항이 빼곡히 메모돼 있었다. 찬찬히 읽다 '지역 발전에 어떻게 기여?'라는 부분에 눈이 갔다.
"좋은 학교, 좋은 장비는 있습니다. 좋은 선생을 어떻게 모셔오느냐, 그래서 얼마나 많은 좋은 학생을 발굴해 공부시키느냐. 그리고 그들이 지역 발전을 어떤 방향에서 도울 것이냐, 요즘 이 생각뿐입니다. 그게 DGIST의 존재 목적이니까요."
윤 단장이 고위공무원단으로 승진하면서 이 일을 맡게 된 배경은 지난 2003년으로 거슬러 간다. 연구개발국에 있다가 대구시 과학기술협력관(서기관)으로 파견된 그는 대구와 인근 지역 대학에 과학기술정책과 관련한 특강을 자주 나갔다. 지역인재 육성책에 대해서도 강의했다. 그러다 2002년부터 인재의 역외 유출을 막는 연구소 건립(대구테크노폴리스)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DGIST 설립 전문가 회의'정책토론회'연구위원회 등에 관여하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 그렇게 7년이 지나서 DGIST 건설의 수장이 된 그는 "사람의 일이란 참 알 수 없는 것"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이 일을 참 좋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980년 7급 공채로 과학기술처에서 공직을 시작한 그는 1991년 해외 경험을 많이 하고 싶다는 욕심에 기술협력3과를 자원, 당시 구 소련'중국'헝가리를 담당하면서 '북방정책'의 실무자가 됐다. 그 경험이 2006년 동북아기술협력과장이 될 수 있도록 했고, 이듬해 중국과학원 과학기술정책연구소 직무연수로 이어졌다. 그는 중국을 자유롭게 여행할 정도로 중국어에 능숙하다.
"공부는 끊기면 안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10년 전 '21세기 프론티어사업단'(예산 8천억원)을 만들 때 양성자'나노 등 새 개념을 몰라 많이 힘들었는데 담당 부서에서 준비한 국정감사 자료를 모두 모아 기본 개념부터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양성자가속기사업 등 그때 사업들이 이제 빛을 보고 있는데 공부가 결실을 맺을 때가 가장 큰 보람이죠."
그는 '사람'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대구에 있을 때는 대구경북여성과학인회를 준비했다. 공무원들이 과학기술에 대해 너무 모르는 만큼 IT, BT, NT 등 분야별 전문가가 조직화돼 있어야 의견 수렴이 가능하고 힘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가 무엇인가를 발표하고 지원하기 전에 먼저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간단하게 알리는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로 윤 단장은 '대구에 과학기술의 사과나무를 심자'를 입력해놓고 있다. 1986년 논의돼 1995년에 개원한 광주과학기술원의 '10년'을 최대한 줄이면서도 DGIST를 더 나은 학교로 만들어야겠다는 각오다. DGIST는 정부 주도가 아닌 지역의 힘으로 만드는 최초의 학교가 될 것이라면서. 대구 출신인 윤 단장은 명덕초교 경상중, 경북고, 영남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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