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영화 '원더풀 라디오' 한물 간 DJ역 이민정

입력 2012-01-05 15:16:07

그녀를 향한 애칭 가운데 빠지지 않는 게 '여신'이다. 빼어난 그녀의 외모를 설명하는 단어. 이 단어로 얼마나 그녀의 미(美)가 설명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충족을 시키는 단어인 듯하다. 많은 이들도 그렇게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본인은 "외모에 대해 물으면 난감할 때가 많다"며 "뭐라고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외모는 배우가 어떤 연기를 함에 있어서 그 역할에 맞을 정도만 되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배우 이민정(30). 5일 개봉한 영화 '원더풀 라디오'(제작 영화사 아이비젼)에서 거칠고 모난 성격의 DJ '신진아'를 연기했다.

전직 최고 인기 아이돌 그룹 '퍼플'의 리더였으나 이제는 한물간 스타. 그래도 성격은 죽지 않았다. 대개 말하는 왈가닥이다. 매니저 '차대근'(이광수)을 또 어찌나 그렇게 리얼하게 때리고 막 대하는지….

권칠인 감독은 최근 이 영화의 제작발표회에서 "이민정을 '여신'에서 '평민'으로 끌어내리려 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면 많은 이들이 이민정이 뿜어내는 매력을 느끼고 권 감독이 한 말에 의심을 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집에서 후줄근한 티셔츠를 입고, 엄마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분명 조금은 더 친근해지고 '평민' 같아진 건 맞는 것 같다.

2%라는 청취율로 폐지 위기에 몰린 라디오 프로그램 '원더풀 라디오'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진아'와 '이재혁'(이정진) PD의 성장 이야기. 자신이 출연해 흥행한 영화 '시라노:연애조작단' 이후 잇단 러브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민정은 어떻게 보면 빤한 영화를 선택했다. 왜일까.

"조금은 촌스럽고 오래된 느낌이 있지만 영화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라디오의 그것과 닮아있다고 생각했어요. 라디오를 들을 때, 치밀하고 계획적이지 않잖아요. 실수를 할 때도 있고요. 편안하게, 훈훈하게 볼 수 있는 영화일 것 같았어요. 관객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진아의 재기에 같이 박수를 쳐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는데…."(웃음)

이민정은 관객들의 반응이 어떨지 기대를 많이 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부담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특히 자신의 소속사 바른손 엔터테인먼트의 다른 배우들 때문에 더 그렇다. 후배 문채원은 '최종병기 활'로 지난해 최고 기록인 745만 명을 찍었고, 1982년생 동갑내기 동료 손예진 역시 '오싹한 연애'로 282만 명을 동원해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이민정은 소속된 세 배우 중 마지막 주자다.

"저까지 흥행이 잘되면 우리 대표님이 무척 좋아하시겠죠.(웃음) 부담을 안 가지려고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해요. 하지만 잘 안 되네요. 어머니가 다니는 교회분들도 봐주신다고 하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봐주셨으면 해요."(웃음)

손예진은 뭐라고 얘기해줬을까. 이민정은 "예진 씨는 조언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도 부담이 됐어. 나도 잠이 안 왔어'라고 했는데 그 말이 사실 제일 큰 위로였다"며 부담감을 줄여줬단다.

영화는 지난해 MBC를 통해 방송돼 인기를 끈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공효진이 연기한 '구애정' 캐릭터가 떠오를 수 있다. 최고의 아이돌 그룹 리더였다가 비호감으로 전락한 주인공. 오해에서 비롯된 시기와 질투 등이 비교 대상일 수 있다.

"'최고의 사랑'이라는 드라마가 나오기 전에 영화 출연을 결정했던 건데 비슷한 설정이 있어서 안타깝긴 해요. 그래도 우리 영화는 '진아'가 재기하는 성장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어요. 또 구애정이 라디오를 진행한 것도 아니잖아요? 정말 달라요."(웃음)

요즘 영화와 드라마, 연예오락 프로그램 출연 등으로 '대세'가 된 이광수의 팬들이 보면 심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이민정은 이광수를 아프게 때렸다. 대교 위에서 이광수를 때리는 장면을 찍다가 자신의 손목에 멍이 들기까지 했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당초 때리는 신은 없었는데 이민정과 이광수가 애드리브로 전체를 소화했단다. 이민정은 "어쩔 수 없이 관객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정말 리얼하게 때린 것"이라며 "광수가 잘 받아줬고 호흡이 잘 맞았다"고 회상했다.

그래도 걱정은 됐는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먼저 해명했다. 그는 "현실에서 밝고 명랑하긴 하지만 다혈질은 아니다. 극 중 버럭 화를 내는 진아와는 전혀 다르다"며 "절대 매니저를 때리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화가 나면 말을 아끼거나 집에 가버린다. "화날 때, 그 기분으로 말을 하면 쓸데없이 감정을 해치는 얘기를 할까 봐서요. 생각해보고 말하는 편이거든요. 한번은 1년 동안 생각해 보느라고 대화를 하지 않은 친구도 있어요. 1년 뒤 그 친구를 만나 '그땐 말이야~'라고 얘기했죠."(웃음)

극 중 뛰어난 노래 실력을 선보이는 이민정. 최근에는 두 번째로 라디오 생방송 진행도 했다. 지난해 마지막 날을 SBS 파워FM '이석훈의 텐텐클럽'을 하루 진행해 나름 괜찮은 반응을 얻었다. 정식으로 라디오 진행이나 음반을 내는 건 어떻게 생각할까. 아직은 곁눈질하긴 싫단다. "아직 연기를 잘 못해서요. 연기를 더 잘해야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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