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둘러싼 심리·사회·문화적 압력 제대로 파악해야
희망은 인류가 잃어버린, 그리하여 회복해야 할 그 무엇이라면 기대는 지금 인간의 삶에 수많은 폐해를 낳은 문제적인 그 무엇이다. 이반 일리히는 인류의 생존은 희망을 사회적 힘으로 재발견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희망 대신 기대와 욕망으로 점철된 한국사회의 교육 현실은 익숙한 일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고, 우리 모두는 분주히 앞만 보고 질주할 뿐 왜, 무엇을 위해 그 길을 달려가는지는 더 이상 묻지 않는다.
교육현장의 우울한 소식이 연일 뉴스 화면을 메우고 있다.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능력과 생명에 대한 존중, 자기절제가 결여된 아이들이 저지른 일들의 결과가 섬뜩하다. 그런 아이들을 만든 우리 사회와, 그럼에도 반성을 모르고 욕망을 좇는 우리가 두려울 뿐이다.
교육문제는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욕망과 경쟁의 장으로, 지금까지 어떤 정부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중이다.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다방면에서 고찰한 공동저작 '교육개혁은 왜 매번 실패하는가'를 읽었다.
교육학 박사 이민경은 '우리시대 교육열 읽기'라는 제목의 글에서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준다. 삶에 대한 희망도, 에너지도, 미래의 전망도 부재한 정신적 빈곤 상태에서 개인의 안위만이 삶의 절대적 명제가 되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그는 교육열이 삶의 안전망에 대한 욕구와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부모들의 적극적 기획에 힘입어 대학입시 관문을 통과한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상처와 억압의 시간들로 술회하기도 한다. 이들의 날것 그대로의 목소리를 통해 성공 확률이 점점 줄어드는 험악한 게임의 판에서 부모도 아이도 지치고 상처받을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된다.
공동육아와 공동체 교육의 창시자인 한양대 정병호 교수는 교육은 수많은 성공과 실패의 드라마를 만들어내면서 참여자들을 흥분시키는 하나의 게임처럼 되어 버렸다고 한다. 오늘날의 숨 막히는 교육경쟁은 역사적으로 형성된 인위적 게임장치일 뿐이다. 경쟁은 일정한 조건하에서 작동하며 상황이 변하면 근본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 그는 교육 게임의 절대성에 대한 믿음을 흔드는 일이 바로 변화의 가능성과 희망을 일구는 작업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이우학교 교감 이수광은 교육과정의 핵심 문제로 '국가독점'을 지적한다. 국가가 독점적으로 교육과정 틀을 짜다 보니, 학생의 삶도 빠져 있고, 대학입시가 모든 하위단계 교육에 대한 규정력을 갖게 된다. 교육과정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삶을 가꾸는 교육이 가능한 교육과정 모델이 만들어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훨씬 약해져야 한다. 국가독점 교육과정 체제의 분권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현행 교육과정을 양의 과다와 질적 결핍의 문제로 압축해서 설명한다. 교육과정 속에 교과전문가들의 이익이 반영되다 보니, 불필요한 내용이 지나치게 많이 포함되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미래사회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들까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삶과 지식과 생각을 연결하는 훈련과정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
"인간의 소질과 능력은 다양하다. 그중 특정한 능력을 택하여 집중적으로 훈련하고 평가해서, 그 결과에 따라 평생 차별적 서열구조 속에서 살도록 하는 '능력주의'는 사실 계급사회를 재생산하는 문화적 장치일 뿐이다. 그 능력이란 늘 아주 부분적인 것일 뿐이고, 그것을 평가한다는 것도 단편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위적으로 조성된 조건에서 일정한 방식으로 경쟁하는 게임에만 밤낮 매달려 있기에 정말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우리 자신을 성찰하고 변혁하는 것이 전제되지 않는 제도의 변화만으로 교육개혁은 가능하지 않다. 경쟁하고 넘어뜨리는 치열한 전쟁터 대신 우정과 연대가 넘치는 배움의 터전을 복원하고자 하는 간절한 의지들이 모여야 진정한 교육개혁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의 노력으로 그러한 변화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수성구립 용학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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