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향식 경선 원칙 등 파격적 내용…비대위 "창조적 파괴" 일파만파
4월 총선이 채 10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여권에서 먼저 공천 물갈이의 신호탄이 쏘아올려졌다.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지난해 10'26 재보선 패배 직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공천 룰'이 3일 공개되면서다.
박근혜 위원장이 이끄는 비상대책위원회가 원안대로 추진하지 않겠다고는 하지만 인적 쇄신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홍준표 전 대표 당시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이 문건은 '혁명적'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인데다 비대위의 행보와 비슷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현역 국회의원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여의도연구소 문건
'공천 준비 관련 검토 의견'이란 제목의 이 여의도연구소 문건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우선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공천심사위원회를 전원 외부 인사로 구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공심위원은 아예 비례대표 후보가 될 수 없도록 못박았다. 공천은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등 상향식 경선이 원칙이다. 특히 '현역 프리미엄'을 차단하기 위해 '도전자 단수화→현역 대 도전자 간 1대1 경선'으로 이어지는 2단계 방안을 제시했다.
현역 의원 교체 기준은 다섯 가지로 압축됐다. ▷당 지지도보다 개인 지지도가 5%포인트 이상 낮은 경우 ▷재판에 계류 중이거나 ▷재공천 시 여론이 악화될 우려가 있거나 ▷지역 주민의 교체지수가 현저히 높거나 ▷당세 확장에 도움이 되는 외부 영입 인사가 희망하는 경우 등이다. 아울러 지역구민 교체지수(30%) 여론조사 가상대결 지지도(20%) 당 지지율과 비교(10%) 의정활동 지수(10%) 경쟁력(10%) 지역기반(10%) 한나라당 후보 적합도(10%) 등의 현역 의원 평가표도 마련했다.
◆공천 갈등은 심화 일로
비대위 출범 이후 본격적으로 촉발된 공천 갈등은 이 문건의 공개 이후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된 친이계와 영남 중진 친박계는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당내에 '물갈이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의도가 숨어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친이계인 장제원 의원은 4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김종인'이상돈 비상대책위원이 사퇴하지 않으면 비대위와의 결별도 각오해야 한다"며 "사퇴에 찬성하는 많은 분이 같은 의견을 도출한다면 성명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원희목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비대위원이 인적 쇄신 대상으로 특정 그룹'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은 직권 남용"이라며 "완전국민참여경선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강정책'총선공약 분과위원장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4일 공천 개혁과 관련, "스스로 변화를 못하는 사람은 남에 의해 변화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모든 것을 새롭게 내놓아야 하고, 그게 창조적 파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여의도연구소는 파문이 일자 해명자료를 내고 "당 지지도보다 5%p 낮은 현역 교체론과 영남권 현역 90% 교체설 등은 사실무근"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권영세 사무총장도 "현재 공천 원칙과 기준은 비대위 정치쇄신분과에서 새로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참고의견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