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올핸 知足하입시더!

입력 2012-01-02 10:56:40

조선조 역관 김시유(金是瑜)는 중국말을 잘했다. 그는 세 차례나 큰 공을 세웠다. 1721년(경종 원년) 영조의 세제(世弟'왕의 자식이 없을 때 동생이 왕위를 이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책봉을 위한 주청사(奏請使'중국에 외교관계로 보낸 비정규 사절이나 사신)로 가서 반대하는 청(淸)을 설득, 성공시켰다. 또 1726년(영조 2년)과 1730년(영조 6년)엔 변무사(辨誣使'조선 왕실이나 국가 중요 사실이 잘못 알려져 이를 해명 또는 고치기 위해 파견된 특별 사절이나 사신)로 청에 들어가 그동안 고치지 못했던 태조와 인조 임금에 대한 잘못된 명사(明史)의 기록 수정에도 성공했다. 그의 공로는 "백세에 기록하여 전할 만하다"는 극찬을 받았다. 영조는 "명민하게 일을 잘 해결했다"며 노비와 전답을 하사했다. 작위도 높아졌지만 근신하고 겸손했던 그는 거처에 '지족'(知足'만족함을 앎)이란 현판을 걸고 스스로 경계했다. 옛 우리 외교사 기록인 '통문관지'(通文館志)에 나오는 이야기다.

지족은 조선 선비 학자들의 중요 덕목이었던 듯하다. 대구 출신의 서거정(徐居正)은 문집 사가집(四佳集)에 '군자는 지족을 귀하게 여기니(君子貴知足), 지족은 몸을 욕되게 하지 않는다(知足身不辱)'는 글을 남겼다. 문신으로 암행어사를 지냈고 연산군 스승으로도 유명한 조지서(趙之瑞)는 아예 호를 지족(知足)으로 지었고 깨끗한 생활로 나라의 청백리(淸白吏)에까지 뽑혔다.

중국에서는 노자(老子)가 지족을 강조했다. 노자 도덕경은 '자신을 이기는 사람은 강하고(自勝者强),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부유하다(知足者富)'고 했다. 또 '지족이면 욕되지 않으며(知足不辱),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知止不殆), 장수할 수 있다( 可以長久)'고 했다.

지난 한 해 우린 지족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저지른 부정, 부패, 비리에 치를 떨었다. 오죽했으면 교수사회가 지난해 사자성어 1, 2위로 도둑과 탐관오리에 대한 엄이도종(掩耳盜鐘)과 여랑목양(如狼牧羊)을 선정했을까. '도둑이 종을 훔치기 위해 종을 쪼개려고 망치로 치니 종소리가 나 다른 사람이 올까 겁나 귀를 막았다'는 일화에서 나온 엄이도종은 소통 부재, '이리에게 양을 기르게 한다'는 여랑목양은 백성을 착취하는 썩은 관리를 뜻했다. 올해 구호로 작심삼일(作心三日)이 될지언정 지족의 삶을 외쳐보면 어떨까. 작심삼일도 100번 넘게 하면 1년은 간다고 하지 않던가.

정인열 논설위원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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