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휘의 교열 斷想] 감사하는 마음

입력 2012-01-02 07:12:19

임진년 용띠해가 밝았다. 임진년은 10천간(天干) 중 검은색을 뜻하는 '임'(壬)과 12지지(地支) 중 용을 의미하는 '진'(辰)이 결합한 해이며 2012년은 60년을 주기로 찾아오는 흑룡띠 해이다.

용은 용기와 비상, 그리고 희망을 상징하는 동물로 임금을 상징하기도 한다. 임금의 옷은 용포, 얼굴은 용안, 정무를 볼 때 앉던 자리를 용상이라고도 하며 용꿈을 꾸고 잉태해 출산하면 훌륭한 나라의 인재가 된다고 여겼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기분으로 가슴을 활짝 열어젖히고 상서로운 기운을 듬뿍 받아들여 자신의 한 해를 만들어 보기를 기원한다.

"의료 민영화에 대한 논의는 젖혀 두고라도 대구는 경제자유구역이라 당장 약값이며 의료비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학계의 주장이다." "찬호는 언제 올지도 모르니까 제쳐 두고 우리끼리 시작하자."

앞서의 예문에 나오는 '젖혀 두고라도' '제쳐 두고'에 대해 알아보자.

'제치다'는 거치적거리지 않게 처리하다, 경쟁 상대보다 우위에 서다의 뜻을 지니고 있다. "그 선수는 골키퍼를 제치고 골을 넣었다." "그 꼬마는 경기에서 어른들을 제치며 우승했다."로 쓰인다. '제치다'는 앞서의 뜻 외에도 일정한 대상이나 범위에서 빼다, 일을 미루다란 의미도 있는데 '제쳐 두다'는 '제치다+두다'의 꼴이다. "어떻게 나를 제쳐 두고 너희들끼리 놀러 갈 수 있니?" "그는 제집 일을 제쳐 두고 남의 집 일에 발 벗고 나선다."로 활용하는데 '젖혀 두고' 식으로 쓰면 잘못이다.

'젖히다'는 '젖다'의 사동사이며 안쪽이 겉으로 나오게 하다라는 뜻을 지닌다. "고개를 뒤로 젖히다." "코트 자락을 젖히고 앉다." "대문을 젖히고 들어서다."로 쓰인다. 뒤젖히다, 밀어젖히다, 벗어젖히다 등으로 붙여 쓰이기도 하지만 '-어 젖히다'로 쓰이어 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막힌 데 없이 해치움을 나타내는 말로 쓰일 때는 보조동사로서 "노래를 불러 젖히다." "술을 마셔 젖히다." "그는 크게 한 번 웃어 젖혔다."로 띄어 쓴다. '젖히다'의 의미로 '제치다, 재치다, 저끼다, 젖치다, 제끼다, 재키다'를 쓰는 경우는 잘못이며 '젖히다'만 표준어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모나리자의 얼굴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모나리자의 얼굴에 나타난 감정을 컴퓨터로 분석해 보니, 얼굴에 깃든 기쁨과 만족의 감정 83%에 두려움과 슬픔 등 부정적인 감정 17%가 섞여 있었다고 한다. 모나리자의 미소가 아름다운 것은 이렇게 그 얼굴 안에 기쁨과 만족, 두려움과 슬픔이 조화롭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이 아름다운 것은 모나리자 그림처럼 기쁨과 슬픔을 함께 품고 있어서가 아닐까. 주어진 삶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올 한 해도 아름다움을 간직한 모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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