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갑자(六十甲子)가 또 한 발을 내디뎌 임진(壬辰)년 용의 해가 왔다.
2011년 신묘년(辛卯年)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기만 했던 살인물가에다 외국에서 불어닥친 경제위기로 서민들의 삶은 너무나 고달팠다. 정치권은 서로 난마차럼 얽힌 채 국민들을 보듬어 주기는커녕 제 앞가림하기에도 급급했다. 20, 30,40세대들은 실업난에다 언제 일터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하루하루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구제역 파동으로 시작한 지난해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남부권 신공항 무산에 이어 전 세계에 불어닥친 경제위기의 삭풍에 고통스러워했고 또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반목도 불거졌다.
그러나 새로 맞이한 2012년 용의 해는 상서로운 기운을 뿜는 용처럼 희망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올해는 검은색을 의미하는 '임'(任)과 용을 뜻하는 '진'(辰)이 합쳐진 임진년 '흑룡의 해'다. 흑룡은 용기와 비상, 희망을 상징한다. 역술인들은 "용의 해에는 사랑과 관심으로 서로 보듬어주고 화합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시도민들은 새해는 경제위기와 정치혼란을 극복하고 국운 상승과 희망의 해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취업난과 폭등하는 등록금에 고민하는 대학생, '못살겠다, 죽겠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다닌 시장 상인, 사교육비와 물가 부담에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든 가정주부, 끝모를 불황의 시름에 잠긴 자영업자 등 우리 시민들은 한결같이 상서로운 흑룡의 기상이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고루 뻗치기를 기대했다.
◆최지연(31'대구문화예술회관 홍보팀)
60년 만에 찾아온다는 '흑룡의 해'가 붉게 떠올랐다. 다사다난했던 2011년을 돌아보며, 새해 2012년에는 새로운 마음가짐과 소망들로 힘차게 열어나가야 할 것이다. 올해 가장 큰 바람은 가족들의 건강과 안녕이다. 그리고 자영업을 하시는 아버지의 시름이 가실 수 있도록 새해에는 웃음꽃 피우는 서민 경제정책이 마련되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멋진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 2011년에는 대구문화예술회관 홍보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며 찾아가는 공연 및 토요상설공연 개최 등 문화예술의 저변확대를 위해 많이 노력했다.
새해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학교, 지자체, 민간단체, 기업들도 문화예술소비운동에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홍보 활동에 매진하겠다. 지역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다함께 노력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끝으로 우리 가슴마다 품은 큰 뜻과 바람들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각자 최선을 다해 힘차게 비상하는 임진년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형근(61'오페라하우스 관장)
2012년은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최 10주년과 대구시립오페라단 창단 2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다. 이를 계기로 용이 승천하듯 대구가 세계 속의 오페라 도시로 힘차게 도약하기를 소망해 본다. 대구가 한국 유일의 오페라전용극장을 갖고 있음은 큰 자랑이고 40년 역사의 대구오페라 수준을 높이기 위해 지난 10년간 선배 예술가와 동료들, 또한 대구시가 부단히 노력하여 자랑할 만큼의 발전을 이룬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소수의 마니아를 제외하면 일반 시민들에게 오페라는 여전히 어렵고 생소하기만 하다. 공공예산이 일부 예술가와 소수의 마니아를 위해 쓰이고 만다면 진정한 문화발전을 이루었다 할 수 없을 것이고 많은 제작비를 투여한 예술성 높은 공연에도 더 이상 새로운 관객이 들지 않는다면 혼자만의 성공으로 끝날 것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올해를 '생애 최초 오페라 감상의 해'로 정하고 모든 시민이 오페라 한 편 이상을 꼭 감상할 수 있도록 오페라 대중화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강은희(47'위니텍 강은희 대표)
지난해는 대구지역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마련한 해라고 생각된다. 새로운 지식 기반 산업이 날개를 펼칠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2012년 지역 경제계는 더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세계경기 불황과 10여 년 넘도록 최하위 경제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지역을 보면서 미래를 밝게 점치는 이들은 적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대구도 성장할 시기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잘 준비하면 성장할 수 있다. 미리 주저할 필요는 없다.
올해는 60년 만에 한 번 온다는 흑룡의 해, 임진년이다. 천상의 동물인 용의 해가 지역 경제를 살리는 시점이 될 것이라 믿어본다. 용처럼 지역 경제가 날아올랐으면 한다.
또 지역 젊은이들도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지역에 과감하게 투자했으면 한다. 본인이 소속된 회사를 열심히 키워 서울과 수도권 못지않도록 만들어내는 활력의 2012년을 기대해 본다.
◆김명(37'경북도청 여성청소년가족과)
언제나 그렇듯이 못다 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또 새해가 왔다. 새해에는 좀 더 많은 다문화가족 이주여성들이 다방면에서 차별받지 않고 능력을 발휘하며 활동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다.
새해에는 부족하지만 좀 더 많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그리고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시집와 경북도 공무원이 된 지난 2011년은 많은 분들의 관심과 보살핌으로 잊지 못할 한 해였다. 다문화가족도 우리나라의 미래와 함께할 중요한 분들이다. 희망을 가지고 다함께 노력하여 낯선 이국생활이지만 빨리 적응해서 밝고 화목하며 성공하는 다문화가정이 되기를 바란다.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고 뜻하시는 모든 일이 꼭 이루어지기를 기원하겠다.
◆김삼식(58'삼계탕 전문점 운영)
새해에는 물가가 안정됐으면 좋겠다. 장사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은 물가다. 대구 중구 약령시 인근에서 삼계탕을 팔고 있다. 점심, 저녁이면 향촌동과 경상감영공원에서 종일을 보내다 지팡이를 짚고 들르는 어르신들이 많다. 마땅한 수입도 없는 분들이 대다수다. 이들은 음식값 500원, 1천 원 인상에도 민감해한다.
물가가 치솟아 식자재 값이 오르면 자연히 음식값도 올릴 수밖에 없다. 이는 나의 부담이기에 앞서 손님들의 부담이다. 올해는 물가가 안정돼 어르신들이 부담 없이 드실 수 있는 삼계탕을 계속 끓이고 싶다. 집에서 가장으로 산다는 점에서는 육아와 교육문제가 가장 큰 짐이다. 그리고 머지않은 나의 은퇴 이후의 삶도 걱정된다. 장사하며 늘 어르신들을 접하고, 집에서는 후손들을 본다. 나는 그 중간에 있는 세대다. 내 주변 모두의 삶이 안정되기를 바라는 이유다.
◆박노준(67'서문시장 상인)
지난해는 무척 힘든 한 해였다. 시장 상인들 모두 '못살겠다, 죽겠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 정도로 시장 경기가 어려웠다. 지난 연말에도 예전 같았으면 시장이 북적거렸을 텐데 너무 썰렁해서 날씨가 더 춥게 느껴졌다.
해를 넘길 때마다 '내년에는 좋아지겠지'라는 희망을 갖고 장사를 하지만, 시장에서 장사를 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해를 넘길수록 사정은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
다행히 올해는 화재로 옮긴 서문시장 2지구가 다시 문을 연다. 2지구 옆에서 장사를 하다 보니 화재 이후 유동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었는데 이제는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아 기분 좋게 한 해를 준비할 수 있겠다.
◆이주의(20'여'계명대 미국학과 1년)
올해는 취업과 용돈 고민이 줄었으면 좋겠다. 지난해 대학 새내기로서 대학 생활의 낭만을 처음 맛봤다. 하지만 함께 얻은 것이 취업 고민이다. 요즘 대학생들은 이 고민을 빨리 시작한다. 취업에 쩔쩔매는 4학년 선배들의 삶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이다. 또 부모님이 주는 용돈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취업 준비 비용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주위에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 대학생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또 올해는 대구지역 젊은이들을 위한 교육'문화 여건이 보강됐으면 좋겠다. 젊은이들이 느끼는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화 여건은 대구와 비슷한 규모인 부산, 인천과 비교해봐도 많이 부족하다. 젊은이들이 학교만 졸업하면 직장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문화 여건을 찾아 대구를 떠나는 이유다. 올해는 대구만의 색깔을 내는 인재와 문화를 길러 지역을 살찌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영분(39'주부'동구 불로동)
새해에는 부모들의 사교육비 고민이 줄었으면 좋겠다.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6학년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로서 사교육비가 제일 큰 고민이다. 학교에서 사교육의 대안으로 제공하는 방과후 수업은 성에 안 차고, 부모 욕심에 자녀를 학원 한 군데라도 더 보내게 된다. 하지만 남편 월급은 그대로인데 학원비는 점점 오른다. 또 주부들이 많이 참여하는 봉사활동 여건이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하는 주부의 삶을 벗어나 틈틈이 봉사활동을 한다. 봉사활동이 우리 사회의 빈틈을 메울 수 있다고 믿는다. 봉사는 자체로 보람과 자아실현의 만족감을 주고, 아줌마 간 교류와 친목 기능도 제공하고, 사회계층 간 소통의 기회도 마련해 준다. 그런데 이러한 봉사활동은 주부의 삶에 여유가 있어야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 허리띠 덜 졸라매고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바로 정부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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