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는 한명숙, 뒤쫓는 8명…시민선거인단 선택에 달렸다

입력 2011-12-31 09:13:33

29일 부산 국제신문사 강당에서 열린
29일 부산 국제신문사 강당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부산'울산'경남 시도당 개편대회'당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합동연설회'에 참석한 후보들이 선거인단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15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릴 예정인 민주통합당의 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경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달아올랐다. 특히 선거인단의 70%를 차지하는 시민선거인단 모집이 '대박'을 터트리면서 어느 후보도 지도부 입성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민주당과 시민통합당이 합당해 출범한 민주통합당의 첫 지도부를 뽑는 이번 선거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이끌 새 선장을 선출한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어떻게 치러지나

1차 관문이었던 지난달 26일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한 후보는 모두 9명이다. 유력한 당 대표 후보로 꼽히는 한명숙 전 총리와 영화배우 문성근씨 등 친노 계열, 세대교체론을 뽑아든 이인영'박영선, 호남 주자인 박지원'이강래, 지역주의 극복을 내건 김부겸, 시민사회계 박용진'이학영 후보다.

민주당은 이들 최종 후보를 대상으로 지난달 26일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TV 토론회 및 합동연설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28일 제주, 29일 부산에서 행사를 가진 데 이어 4일 광주, 5일 대전'충남, 6일 대구 등의 전국 순회가 계획돼 있다.

예비경선 결과는 당내 세력 구도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각 후보들은 첫 합동연설회였던 제주와 첫 TV토론회에서가 열린 부산에서도 이 같은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하지만 본 경선이 1인2표제 방식으로 운영되는데다 다양한 정파와 정치세력이 본선 무대에 오름에 따라 후보 간 표심을 얻기 위한 합종연횡도 변수로 등장할 전망이다. 당 관계자는 "짝짓기 사실이 미리 알려지면 역효과가 생길 수 있어 전당대회를 일주일 정도 앞둔 주말쯤부터 본격적인 물밑 대화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후보별 득표 전략은

'워밍업'을 끝낸 각 후보들은 본 경선을 앞두고 자신의 장점은 최대한 강조하는 한편 상대의 약점은 집요하게 공략하고 있다.

친노 계열로 자타가 공인하는 선두권인 한명숙 후보는 집중견제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직접적 대응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한 후보는 대신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을 겨냥, "박근혜에 맞설 사람은 한명숙뿐"이라며 '여성 대 여성' 구도를 내세우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역시 친노계로 '다크 호스'인 문성근 후보 역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들처럼 여기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동생처럼 아꼈던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내년 총선에서 다수당을 이뤄 이명박 정권이 저지른 온갖 작태를 뒤집어 놓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본선에서도 민주당 측과 시민통합당 측에서 고른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본선 과정에서 거칠게 몰아칠 '친노 견제론'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김부겸'이인영'박영선 후보는 '세대교체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60대의 한명숙'박지원 후보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486세대'의 대표 주자인 이인영 후보는 2009년 민주당 10'3 전당대회에 이어 당내 486 모임인 '진보행동'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 후보는 "세상의 모든 거짓된 대세론은 새로운 인물에 의해 무너져 내렸다"며 "젊은 대표가 선봉에 선다면 '박근혜 대세론'도 쪼개져 나갈 것"이라고도 말했다.

대구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루지 못한 지역주의 극복에 앞장서겠다는 김부겸 후보는 지난달 29일 부산 연설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꼬마 민주당'에서 함께 활동한 경험을 소개하면서 "기득권을 버리고 사지(死地)로 간다"고 말했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경선 과정을 통해 넓어진 정치적 입지를 확인한 박영선 후보 역시 "이젠 새로운 리더십이 나와야 할 때"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명숙 후보는 "현실정치에 몸담은 486들이 정치권 밖 SNS의 486 또는 2040세대와는 좀 유리돼 있지 않나 하는 안타까움도 있다"고 받아쳤다.

호남 출신으로는 박지원'이강래 후보가 있다. 특히 박 후보는 한명숙 후보와 함께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가 '폭력 전대' 여파로 고전이 예상됐지만 너끈히 본선에 오르며 저력을 과시했다. 박 후보가 예비선거를 통과한 데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정국에서 조명을 받은 점도 한몫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본선 과정에서 지역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선두권인 친노계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지금 김대중계가 어디 있고 친노(親盧)가 어디 있느냐"며 "지도부를 한 세력이 독점하면 균형이 깨지고 총선에도 패한다"고 호소했다. 박 후보는 또 "반 통합으로 몰려서 억울하지만 저는 민주당의 뿌리라고 자부한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이강래 후보 역시 "지도부는 계파를 초월해야 한다"며 거들고 있다.

시민사회 계열 후보인 이학영'박용진 후보는 본선에서 시민 참여가 활발할 경우 지도부 입성을 위해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선거인단의 반란(?)

이번 경선에서는 시민선거인단의 선택이 야권 권력 지형에 변화를 가져올 공산이 크다. 당원이 아닌 일반 시민들의 참가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당원의 영향력이 줄어든 만큼 당권을 노리는 후보들의 선거전략 수정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민주통합당은 모집 마감일인 7일까지 50만 명 이상이 등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이후 하루 평균 4만 명 이상씩 등록하고 있는 증가 추세가 점점 가팔라지고 있는 덕분이다. 민주당이 당초 예상했던 흥행 기준은 30만 명이었다.

특히 민주통합당은 스마트폰 화면을 이용한 투표를 이번에 처음으로 활용하도록 해 현장투표보다 높은 투표율이 예상된다. 실제로 선거인단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현장투표할 수도 있지만 90% 이상이 훨씬 간편한 모바일 투표를 신청했다.

이와 함께 수도권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어지면서 이변이 속출할 가능성도 있다. 강한 결집력이 돋보이는 전통적 호남지지층의 위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대규모 참여가 예상되는 노무현재단, YMCA, 한국노총, '국민의 명령' 등의 지지를 받는 후보의 승산이 높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구속된 정봉주 전 의원의 팬클럽 카페인 '정봉주와 미래권력들'(17만 명)과 인터넷방송 '나는꼼수다' 역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9일 부산에서 열린 첫 TV 토론회와 합동연설회에서 후보들이 앞다퉈 정 전 의원의 구명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 관계자는 "2만~3만 명이 참여하는 선거라면 조직 동원이 가능하겠지만 일반 대중들의 참여가 늘어난 만큼 얼마나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던지느냐가 관건"이라며 "예상 외의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지도부 경선에서 모바일 투표는 9~11일 이뤄지며, 투표소 현장 투표일은 14일이다.

◆누가 돕고 있나

경선 주자들이 꾸린 후원회도 관심 대상이다. 후보자는 정치자금법에 따라 경선일까지 후원회를 운영하면서 최대 1억5천만원까지 정치자금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후원회장은 자금 모금 역할보다는 짧은 선거운동 기간에 후보자의 정치적 노선이나 이미지를 한껏 부각시키는 '배경' 역할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명숙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인 김원기 전 국회의장을 후원회장에 모셨다. 당초 동교동계 좌장격인 권노갑 전 고문도 공동 후원회장으로 거론됐다. 민주통합당의 정신적 토대인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종세력을 통합한 모양새를 꾀한 것이다. 이는 통합정당 출범 이후 단일그룹으로는 당내 최대 세력이 된 친노 그룹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견제를 차단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김대중대통령기념사업회장인 권 전 고문이 한 총리 후원회장을 맡을 경우 동교동계 지원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사업회 관계자들의 지적 때문에 김 전 의장만 후원회장을 맡기로 했다.

지역주의 청산의 주역임을 자부하는 김부겸 후보는 정치적 뿌리인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 출신 선배인 유인태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창당을 야권 분열로 규정하며 이에 반대해 결성된 통추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 고(故) 제정구 전 의원, 노 전 대통령, 유인태 수석, 원혜영 민주통합당 대표 등이 핵심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당선자 시절 통추 송년 모임에 참석, "통추의 이념처럼 정치를 해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성근 후보는 참여정부에서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이창동 영화감독과 손을 잡았다. 문 후보 측 임찬규 대변인은 "두 사람은 어떤 일이든 늘 함께 고민하고 서로의 생각을 경청하는 가장 친한 친구 사이"라며 "문 후보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라고 말했다. 소설가 공지영, 시인 안도현 등도 돕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정규직 등 노동계 현안에 천착한 이인영 후보의 후원회장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지낸 추미애 의원이 맡기로 했고, 국회의원 후원회를 가동하고 있는 이강래'박지원'박영선 후보는 경선 후원회를 별도로 두지 않기로 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