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환 교수의 세상보기] 2012년, 다음 대통령

입력 2011-12-31 09:35:55

2012년에는 한반도와 주변국의 지도자가 한꺼번에 바뀐다. 미국과 러시아에는 대통령선거가 있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으로 권력이 승계된다.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일본의 노다 총리도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변화의 전초전 격으로 북한의 권력도 바뀌고 있는 중이다. 한국도 다음 대통령을 뽑는 해이다.

'다음 대통령'은 2012년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담론이다. 한국의 모든 정치는 대통령선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지방선거와 총선은 그 징검다리이다. 한나라당이 쇄신의 깃발을 들고, 민주당이 통합의 걸음을 내디딘 것도 결국은 대통령선거용이다. 정치는 벌써 올 연말 대통령선거에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식민지를 경험한 나라로는 성공적으로 정치, 경제 발전을 이뤘다고 평가받는다. 그 중심에는 대통령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대통령은 불행했다. 초대 대통령은 망명했고, 산업화를 이룬 대통령은 시해당했다. 산업화에서 민주화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두 명의 대통령은 형무소에 갔다. 민주화의 두 대통령은 자식들을 감옥에 보내고 은둔했다. 특권을 없애고 탈권위주의를 외친 대통령은 목숨을 끊어야 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아직도 실패의 굴레를 맴돌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피를 먹고 자란다고 하듯이, 한국의 발전은 대통령의 피를 먹고 성장하는 걸까.

미국에서는 매년 2월 셋째 월요일은 대통령의 날(president's day)로 공휴일이다. 식민지에서 독립한 미국은 영국의 군주와 같이 절대 권력을 휘두르지 못하게 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임기를 부여하고, 삼권분립으로 권력을 엄격히 제한했다. 이것이 미국의 민주주의와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이제 우리도 성공한 대통령을 교과서에 기록할 때가 되었다. 박수를 받으며 떠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것은 우리의 오래된 꿈이다.

다음 대통령은 어떤 지도자여야 할까. 우리가 원하는 세상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안철수 현상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정치인이 아니면서도 그는 지금 국민들의 마음속에 다음 대통령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교수의 인생을 통해 국민들은 새로운 리더십을 발견했다. 그는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같은 이념을 거부했다. 그리고 사익보다는 공익이 앞서는 사회, 상식이 비상식을 이기는 공정성, 강자가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사회를 이야기하고 있다.

안철수 교수가 아니라도 좋다. 지금 한국 정치문화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정치는 이념이 아니라 생활이다. 빈 수레처럼 요란스럽기만 한 진보와 보수의 논쟁은 무의미하다. 사회적 공정성을 세우고 개인의 행복을 보장하는 정치를 필요로 하고 있다. 보수 세력의 아이콘인 박근혜의 대세론이 안철수 바람 앞에서 맥을 못 추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의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절반밖에 되지 않는 현실에서 박근혜 대세론은 절반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을 뿐이며, 나머지 75%의 국민들은 새로운 리더십을 찾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지역, 계층, 세대, 이념의 갈등이 심각하다.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제임스 브라이스 교수는 '미국연방'(1888년)이라는 저서에서 "왜 미국에는 위대한 사람이 대통령으로 선출되지 않는가?"(Why great men are not chosen Presidents?)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역설적으로 이것이 미국 대통령이 성공한 이유이다. 보통 사람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평범함이 성공한 대통령을 만든 것이다. 이웃 같은 친근함과 배려, 마음껏 씹고 풍자해도 경찰이 출동하지 않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손녀를 뒤에 태우고 자전거로 들판을 달리는 전직 대통령에게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평범한 우리 곁으로 돌아와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대통령은 우리들이 오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함께 착한 대통령을 뽑아 행복해지기를 기대한다.

이성환/계명대 교수, 국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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