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 대구에 찍을 '점 하나' 어떤 세계일까

입력 2011-12-31 08:00:00

[새해 첫 출발하는 '… 그 친구들' 미술관

이우환 화백(오른쪽)과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지난해 7월 대구를 둘러보고 미술관 예정 부지를 결정했다.
이우환 화백(오른쪽)과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지난해 7월 대구를 둘러보고 미술관 예정 부지를 결정했다.

2012년, 대구시가 공들여 온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이 첫 출발을 하게 된다.

2011년 5월 대구미술관 개관 이전까지만 해도 국공립미술관이 전무하던 대구에 세계적인 미술가의 작품을 보여주는 현대미술관이 들어선다는 사실만으로도 미술계에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대구시는 이를 위해 올해 26억2천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 가운데 12억6천만원은 부지 매입에 사용되고 나머지는 설계비에 들어가게 된다.

앞으로 대구시는 총 213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게 되며 2014년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이 완공될 예정이다.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

대구시는 세계적인 미술관 구상을 하면서 이우환과 상의해왔고, 그 결과 '만남'을 모티브로 하는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이라는 구체적인 제안을 바탕으로 미술관 건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이우환 화백은 여러 차례 대구를 다녀가 직접 부지를 물색하는가 하면 김범일 대구시장 역시 일본 나오시마에 위치한 이우환 미술관을 둘러보는 등 긍정적인 교류를 쌓아왔다.

지난해 7월 이우환 화백과 안도 다다오는 대구를 방문해 미술관 예정지로 성당못 인근 수경지를 최적지로 꼽았다. 이에 따라 대구시유지를 중심으로 2만6천500여㎡(8천여 평) 규모로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이 들어서게 된다.

미술관 건축 설계는 안도 다다오가 맡게 된다. 처음부터 이 화백은 미술관이 미술과 건축의 만남의 장소가 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두 사람은 일본 나오시마의 이우환 미술관도 함께 작업한 만큼 대구의 미술관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의견을 교환 중이다.

성당못 인근 수경지를 방문한 안도 다다오는 "양쪽이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움푹 들어간 데다, 물이 곳곳에 있어 미술관의 콘셉트로 활용하기 좋은 자연환경"이라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실제로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 특징은 물과 언덕, 산 등 자연경관과 조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물을 끌어들이고 언덕을 그대로 살려 사색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이번 미술관 설계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나오시마 섬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이우환 미술관 역시 멀리 바다가 보이는 경관과 얕은 구릉 등을 그대로 활용해 미술관 건물과 조화를 이루었다. 안도 다다오는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 부지 선정을 두고 "미술관 부지의 효율성을 따지자면 평평한 부지가 좋겠지만, 개성 있는 미술관을 위해서는 다소 경사가 있는 땅이 좋다"고 밝힌 바 있다.

이우환과 그의 친구들 미술관은 작가 개인의 기념비적 미술관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우환을 중심으로 이미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그의 친구 작가들 모두가 다 함께 열어가는 '만남 미술관'을 그 개념으로 삼고 있다. 대구시는 입지 선정에서부터 건축물의 완성에 이르기까지 자연, 도시, 미술의 관계를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어떤 미술관이 될 것인가

대구는 문화 분야 가운데 특히 미술 분야에 있어 의미 있는 전통을 다져왔다. 특히 1970년대 한국 현대미술의 뜨거운 열기가 그 결실을 보게 된 곳이 대구이며, 이우환은 주로 대구를 자주 오가며 여러 작가들과 교류했다.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 건립 준비 큐레이터 이달승 씨는 "우리에게 결여되어 있는 것은 '만남'이다. 만남은 집단 환상에 따른 내부 모임이나 결속이 아니라, 바깥과의 다툼과 겨룸을 통해 열리는 미지로의 질문이다. 만남은 나와 남, 지역과 세계, 어제와 오늘이라는 단순 구분을 벗어날 때 비로소 가능하다"면서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은 이미 세계적 수준의 작가들과 세계의 미술 애호가들이 만나는 장소가 될 것이고, 어제와 오늘이 서로 섞이고 부딪치면서 빚어내게 될 미지의 풍경을 담고 있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이 성급한 짐작이나 단정을 넘어서는, 세계가 관심을 아끼지 않을 보다 격조 높은 과제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화백은 현재 뜻을 함께할 친구들을 구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원은 10~20명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이며, 세계적인 미술가들은 물론이고 일본, 중국, 한국의 작가들도 포함될 예정이다.

이 화백은 각 작가의 작품 세계를 느낄 수 있도록 작가별로 방을 만드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10여 개의 작가 공간을 비롯해 상설 전시실, 기획전시실 등을 만들어 한 방에서 오롯이 그 작가만의 작품 세계를 느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이우환이 어떤 친구들을 대구에 초청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곧 그의 친구들이 공개되면, 세계 미술계의 이목이 문화도시 대구로 집중될 것이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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