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신인들 거센 도전 VS "재선은 돼야 말발 통해" 선택은 여러분
제19대 총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역대 총선이 매번 역사적 의미와 나름의 무게감을 갖고 있었지만 이번 총선은 정말 남다르다. 지역주의라는 현실에 안주하며 몇십 년간 기성 정당들이 기득권을 누려온 정치질서가 흔들리거나 무너지는 시대를 맞아 치러지기 때문이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이번 총선을 "직선제 개헌에 따라 출범한, 1987년 체제가 30년 가까이 대한민국 정치를 지배하다가 생명을 다하고 새로운 체제를 잉태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19대 총선의 역사적 의미를 설명했다. 그만큼 이번 선거를 통해 새로운, 이전과는 다른 정치질서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조짐은 4'27 보궐선거에서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여당 불패의 땅이던 경기도 분당에서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를 당선시키는 이변을 낳았다. 급기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여야 어느 정당에 소속되지도 않은 박원순 시장을 당선시키는 데까지 이르렀다.
서울과 수도권은 이렇게 달라지는 정치환경을 한 발 앞서 맞이하고 있지만 대구'경북은 어떨까?
지역 유권자들도 내년 총선과 관련해 이구동성으로 "달라져야 하고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이번만큼은'이라는 기대감도 엿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뀔까. 100일 뒤에 치러질 선거판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슈가 지역 선거판을 지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마디로 정의를 내린다면 중앙집권이 아닌 '분권'(分權)과 독존이 아닌 '공존'(共存)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물론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인 요소가 많지만 다소간의 부작용도 없지 않아 보인다. 지금은 흥분되고 들떠서 간과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선택의 주체는 유권자다. 그 결과에 따른 책임 역시 다른 누구도 아닌 유권자들의 몫이다.
◆토종 TK vs 서울 TK
2009년과 2010년 대구'경북 정치권을 뒤흔든 사건은 뭐니뭐니해도 '동남권신공항' 문제였다. 1990년대 대구를 뒤흔든 위천국가산업단지 문제 이후 지역이 하나가 돼서 열을 올린 '초대형 이벤트'였지만 결과는 '일단' 무산이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지역 정치권의 '얕은' 실력과 '무딘' 감각 그리고 '미지근한' 열정이 다 드러난 것이다. 유권자들의 절박감에 비하면 지역의 대표라고 뽑아 놓은 국회의원들의 대응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처럼 보였다.
자연스레 '잘못 뽑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다음 선거에서는 '동네 사람' 뽑자는 이야기로 발전했다. 토종TK 이야기는 이래서 나왔다. 매일신문이 신년기획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토종TK 선호도는 서울TK를 압도했다. 무려 70% 대 13% 였다. 지역민들이 얼마나 때 되면 모습을 드러냈다 볼 일을 다 보면 서울로 가버리는 서울TK에 실망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물론 반론도 없을 수가 없다. 사람도, 돈도, 권력도, 학교도 서울로 서울로만 집중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무시한 논리이며 지역의 배타성과 폐쇄성만 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지역에서 잘 나가고,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을 찾다 보면 대부분이 법조인과 지방 고위공직자 그리고 대학교수다. 특정 직군 집중의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딜레마다.
◆거물 vs 비(非) 거물-왕후장상에 씨가 따로 없다(?)
역대 대구'경북지역 총선 당선자들의 학력과 경력을 보면 '초특급'이다. 서울서 대학을 나와, 직장도, 집도 서울에 있는 사람들이 선거 때 공천이라는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것이 트렌드였다. 유권자들은 학력이 더 좋고, 경력도 더 화려한 인물들이 지역의 대표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유권자들의 기대대로 그들은 서울서 '거물'이 됐다. 그러나 자신들만 잘 나갔을 뿐, 지역에 대한 애착, 열정은 촌 사람 출신 의원들과 비교할 때 별로였다. 임기가 끝난 사람들은 예외 없이 서울로 되돌아갔다. 지역에서 성장한 '비(非) 거물' 출신들이 지역을 지키며 살고 있는 것과는 대비가 된다.
실제로 90년대 이후 지역 국회의원 가운데 동네 일을 발 벗고 나선 사람들을 보면 낙하산 타고 내려온 거물 출신보다는 동네 이웃 출신 의원들이 더 두드러진다. 그들은 의원 시절 거물들보다 '품위'는 다소 없고, 아는 것도 거물들보다 적었지만 동네 일에 대해서 만큼은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또 지방의원 출신이나 국회 보좌진 출신 가운데도 능력을 발휘하는 의원들도 많다. 이들은 그동안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의 학'경력과 비교하면 분명하게 열세다. 그래도 의정활동 능력 면에서는 오히려 못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학'경력이 의정활동의 성공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초대형 국책사업의 실패 등 여러 차례 좌절감과 열패감을 느껴본 유권자들은 국회의원을 하지 않으면 서울로 '돌아갈' 거물보다 비(非) 거물에 더 많은 눈길을 주고 있다. 지역의 한 시민단체 간부는 심지어 "선거에 떨어져도 지역에 남을 사람들 가운데서 국회의원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물갈이 vs 다선도 필요하다
지역 국회의원 가운데 3선 이상은 대구에서 서구의 홍사덕(6), 수성갑구의 이한구(3), 달서갑구의 박종근(4), 달서을구의 이해봉(4), 달성군의 박근혜(4) 의원 등 5명이다. 경북은 포항남'울릉의 이상득(6), 포항북의 이병석(3), 구미갑구의 김성조(3), 칠곡'성주'고령의 이인기(3) 의원 등 4명이다. 여러 차례 고비를 넘겨 이뤄낸 다선의 고지지만 이번 만큼은 분위기가 조금 다른 것 같다. 당선을 그 어느 때보다 장담하기 어렵다.
구조적인 원인도 있다. 지역 내 대부분의 다선 의원들은 모두 친박계로 MB 정부의 여당에서 말발이 먹히지 않았다. 친이'친박끼리 허구한 날 으르렁대다 보니 결국 대구'경북 다선 의원들은 선수만큼의 '대접'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임기가 다 됐다.
기성정치권에 대한 성토 분위기에 세대교체 흐름까지 겹쳐 이들의 입지는 그 어느 때보다 좁다. 국회의원들 나이를 봐도 대구'경북은 '초고령'이다. 한나라당에 65세 이상 의원은 11월 말 현재 24명이다. 대구'경북 출신은 그 3분의 1인 8명이나 된다. 한나라당 내 강경파들은 "3선 이상은 물러나고, 물리적 나이가 물갈이 기준이 돼야 한다"고 할 정도다.
물론 여기에도 반론은 있다. '늙은 말이 길을 찾는다'는 말처럼 '다선을 초선으로, 고령을 청년으로'라는 교체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회 사무처의 한 관계자는 "초선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분위기 파악에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적어도 재선쯤은 돼야 국회 돌아가는 이치를 잘 알 수가 있다"며 "국회에도 '짬밥' 문화가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식은 이제 그만 vs 그래도 일편단심
대구와 경북의 국회의원 선거구는 모두 27개다. 이곳의 국회의원 전원은 한나라당 소속이다.
야당에서는 한나라당에 대한 '일편단심'이 대구'경북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주장한다. 18년째 역내 1인당 총생산이 전국 꼴찌를 하는 현상과 한나라당의 국회의원 독식 현상이 겹친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나라당 이전의 민자당과 신한국당 시절에 잉태된 것이 한나라당 지배 구조가 확립된 이후 굳어진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인다.
주요 현안이 생기면 소속 정당을 불문하고 각자 제 위치에서 사력을 다하는 대전'충남의 사례를 보라는 이야기도 한다. 특히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의 경쟁자였던 대전'충남의 경우 여야 어느 정당도 우세를 장담하지 못한다. 한나라당, 민주통합당, 자유선진당 등 세 정당이 삼분하고 있는 형세다. 세 정당은 민심을 얻고자 다른 곳에 비해 경쟁적으로 더 많은 공을 들인다. '대전'충남을 이겨야 전국에서 이긴다'는 이야기는 선거 때만 되면 나오는 단골메뉴다.
대구'경북 유권자들은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물론 이런 대접을 받은 적도 없다. 'TK는 으레 한나라당'이라는 인식 때문에 여야 어느 정당으로부터도 대접다운 대접을 받아보지 못했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매일신문 신년기획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에 대해 52.8%가 그렇지 않다고 답한 것이다. 그렇다는 답은 36.4%에 불과했다. 대구'경북에서 한나라당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일까?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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