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중학생 '학교 폭력' 못견딘듯

입력 2011-12-30 19:22:50

자살 중학생 '학교 폭력' 못견딘듯

광주의 한 중학생이 학교 폭력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경찰이 가해 학생을 지목해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경찰과 해당 학교는 폭행 사실을 확인하고도 성적 비관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 북부경찰서는 숨진 A(14)군을 상습 폭행한 것으로 의심받는 B(14)군을 불러 조사를 벌이고 있다.

B군은 경찰에서 A군을 상대로 돈을 빼앗은 사실을 인정했지만, 사건 당일인 28일 교실에서 A군을 폭행한 혐의에 대해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A군의 같은 반 학생들은 "28일 오전 2교시가 끝나고 B군이 A군을 찾아와 교실에서 샌드백 패듯이 때렸다"고 폭로했다.

또 "B군이 A군에게 담뱃값을 마련하라고 겁박했고 A군이 700원밖에 없어 친구에게 담배를 부탁하다 담임에게 적발됐다"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에 따르면 B군은 학내에서 싸움을 잘하는 '일진' 격에 흡연과 폭력으로 학교 폭력위원회에 회부됐으며 담배를 안 가져오면 한 개비당 500원씩 받는 등 횡포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의 아버지도 "친구들이 영안실에 찾아와 B군이 아들을 괴롭혔다고 말했다"며 "아들도 많이 당했고 다른 애들도 엄청 당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아들이 동급생의 괴롭힘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큰 데다가 교사가 무리하게 다그치며 억울함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아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A군의 가족은 폭행과 관련, 친구들의 진술을 녹음해 경찰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처럼 지속적인 폭행이 학교 내외에서 자행되고 관련 학생들의 진술이 잇따랐지만, 경찰과 학교는 사실을 감추기 급급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 경찰은 언론에 의해 폭행의혹이 제기되자 B군이 A군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키거나 간혹 2천-3천원을 빼앗아 갔을 뿐 정신적인 고통이나 괴롭힘 정도까지 이르지 않는 '통상적인 수준의 행위'라고 보고했다.

학교 측도 이날 예정된 방학을 하루 앞당겨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A군은 28일 오후 교실에서 꿇어앉아 있는 벌을 받다가 오후 5시40분께 학교에서 나온 뒤 5시47분께 집에 도착했으며 29일 오전 9시40분께 아파트 옥상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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