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를 겨냥한 럭셔리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 기업들이 럭셔리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은 백화점 상위 1%의 고객 매출이 전체 매출의 30%를 좌우하는 현실 때문이다.
희귀 음반 수집이 취미인 회사원 최모(37) 씨는 최근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최근 37년 만에 지각 발매된 비치 보이스의 앨범 'Smile' 가격표에 무려 5천999달러99센트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앨범은 20달러 내외의 '기본형' 음반으로 구입할 수도 있지만 구성에 따라 40, 140, 700달러 등 다양하게 판매된다. 전 세계적으로 단 10개 세트만 제작된 최고가 패키지에는 CD, LP, 7인치 싱글 등 총 9장의 음반에 책자, 특별 맞춤으로 제작된 서핑보드가 포함돼 있다. 최 씨는 고민 끝에 국내에서 구매가 가능한 16만원짜리 세트를 선택했다.
국내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최근 발매된 희자매의 '디스코 걸스'이다. 음반사 비트볼뮤직은 인순이가 데뷔 초 몸담았던 희자매가 발표한 5장의 앨범과 리믹스 음원을 3장의 CD에 모으고 40쪽 책자와 포스터 등을 수록해 비교적 고가인 6만원대에 내놓았다.
한편 럭셔리 마케팅 시장은 하늘위(?)가 각축장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6월 '하늘 위의 특급 호텔'이라 불리는 초대형 여객기 A380을 도입해 현재 뉴욕, LA 노선 등에 투입해 운항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A380은 세계 최초로 2층 전체를 비즈니스석으로 만들었다. 비즈니스 승객을 위해 전문 바텐더 교육을 받은 승무원이 직접 칵테일을 만들어 무료로 제공할 정도다.
아시아나항공은 작년 10월부터 미주와 유럽 노선에 세계적인 요리전문학교를 수료한 요리사 승무원까지 탑승시키고 있다. 조리사 복장을 한 요리사 승무원은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승객들에게 각종 음식을 직접 서비스한다. 핀란드 국영항공사인 핀에어는 헬싱키공항에서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스파와 사우나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항공사들이 경쟁적으로 럭셔리 마케팅에 나서는 이유는 항공기의 1등석 숫자는 5% 미만이고 비즈니스석 숫자도 15%에 그치지만 여객기 운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50%에 달하기 때문이다.
럭셔리 마케팅의 원조는 백화점이다. 소리 소문도 없이 진행되는 최우수 고객 초대회는 국내에서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비밀 행사로 꼽힌다. 초대되는 인원도 20~30명으로 한정된다. 일부 백화점은 물질적인 서비스 외에도 마음으로 다가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다양한 심리 테라피 마케팅까지 선보이고 있다. 최우수 고객이 함께 상담을 받고자 하는 사람 1명을 동행해 서로 간의 관계와 갈등에 대해 전문가와 심도 깊은 상담을 진행한다. 그동안 가족이나 친구에게 차마 말하지 못한 고민들을 타인과의 상담을 통해 해소되었던 점과 본인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고 백화점이라는 편안한 장소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심리 테라피 서비스의 장점이다.
몇몇 되지 않는 최상류층 럭셔리 고객을 대상으로 럭셔리 마케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고정 고객으로 고급제품의 안정된 매출 확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럭셔리 고객들이 높은 소득으로 대형, 고급 제품과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기 때문에 구매력이 높다는 것은 상식이다.
또 경기에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점도 럭셔리 마케팅의 매력이다. 불경기, 외환위기 때에도 부유층의 소비 규모는 경기변화와는 거의 무관하다고 봐도 될 정도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럭셔리 마케팅은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시장을 항상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
럭셔리 마케팅은 가격 탄력성이 낮다. 부유층의 소비 패턴을 제품의 명성과 품질, 독특하고 특별한 부대 서비스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제품의 성능 대비 가격을 중시하는 일반 소득계층의 소비 형태와는 다분히 차이가 난다.
럭셔리 마케팅은 하위 계층으로 전이된다. 유행에 민감하고 남을 의식하는 소비특성은 부유층을 찾는 기업에 좋은 아이템을 제공하게 되는데 상류층의 소비 형태는 장기적으로 일반 서민층에 의해 모방되는 습성을 갖고 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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