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 년 전 우연히 눈에 들어온 책이 있었다. 인도의 명상가 라마나 마하리쉬의 가르침을 담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책이었다. 표지에는 마하리쉬의 얼굴 사진이 실려 있었다. 그토록 깊은 눈빛을 가진 사람을 보기는 난생 처음이었다.
'나는 육체가 아니다. 정신도 아니다. 인격도 감정도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 책은 자아에 관해 막연하게 믿어왔던 관념들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책을 덮은 뒤에도 뇌리에는 화두가 남았다. '나는 누구인가?'
위인은 많지만 성자(聖者)라는 칭송을 받는 이는 극히 드물다. 마하리쉬가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심리학의 거두 칼 융은 인도의 명상가이자 철학자인 오쇼 라즈니쉬의 말을 빌려 마하리쉬를 이렇게 치켜세웠다. '붓다나 예수, 크리슈나와 같은 존재.' 마하리쉬는 특별한 수행을 하지 않았지만 17세 때 에고(가짜 자기)가 소멸하는 체험을 한 뒤 평범한 소년에서 성자로 변모했다. 그는 자아탐구만이 깨달음에 이르는 최고의 길이라고 가르쳤고, 이 가르침은 적잖은 이들을 깨어남의 길로 인도했다. 1879년 오늘, 인도 남부 타밀나두에서 태어나 1950년 4월 14일 열반에 들었다.
김해용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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