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영화 '퍼펙트 게임' 최동원 역 조승우

입력 2011-12-29 14:23:03

촬영 전 혹독한 훈련 "울 뻔" 투구폼 따라하기 어렵진 않아

배우 조승우(31)는 2주일에 한 번씩은 꼭 사회인야구단 '쉘터스' 경기에 참여한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야구를 좋아했다는 그는 영화 '퍼펙트 게임' 촬영을 끝내고 야구에 더 빠져 버렸다. 쉘터스에서 투수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전적이 0승 2패라고 했지만, 야구단 얘기를 계속하며 웃음을 이어갔다.

조승우를 더 야구의 세계로 빠뜨려버린 '퍼펙트 게임'. 그는 극 중 고 최동원 감독을 열연했다. 최 감독을 연기한, 아니 '빙의됐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그는 최 감독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하지만 그는 "조금 더 '사람' 최동원을 많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투수' 최동원을 보여준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달 21일 개봉한 '퍼펙트 게임'은 1987년 5월 16일, 부산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최동원(지난 9월 작고)과 해태 타이거즈 선동열의 맞대결을 24년 만에 재현한 작품. 두 라이벌 투수는 이날 경기에서 15회를 완투했고, 4시간 56분 동안 펼친 '혈투'는 한국 야구역사에서 잊지 못할 '전설'이 됐다.

조승우는 "최동원 감독님 역할을 맡은 건 영광스러운 일이고 좋은 기회였다"고 좋아했다. 하지만 촬영 전 훈련은 혹독했다고 기억했다. 기대하며 첫 연습에 들어갔는데 "울 뻔했다"고 털어놓는다.

"솔직히 처음부터 공을 던질 줄 알았는데 코치님이 섀도피칭(공 없이 투구 모션을 반복하는 것)을 100번씩 하라고 했어요. 힘들어 할 때쯤, 공을 던지게 해주는데 '또 자세가 흐트러졌다'며 하체 운동을 시키더라고요. 약을 올리면서 가르쳐 주던데요?"(웃음)

최동원의 선수 시절 투구 폼을 따라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투구 폼보다는 인물의 특징을 살리려 노력했다.

조승우는 "최동원 감독님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알게 되니 시나리오와 비교해 조금씩 캐릭터를 파악하게 됐다"며 "캐릭터를 표현하기에 대본이 짜임새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최동원은 고등학생 때부터 노히트노런(무안타 무실점 경기)을 기록한 거물급 투수에 국내 최초로 '어깨 보험'을 들었던 선수.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시선을 방해하지 않도록 그 당시 구하기 어려운 무테안경을 찾아냈다. 또 롯데에서 20승을 올린 에이스 투수, 은퇴식도 없이 돌연 은퇴한 이야기 등 최동원의 자서전처럼 빼곡히 적힌 노트가 조승우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를 앞서 몇 차례 거절한 그였지만 박희곤 감독 등 스태프의 노력은 그대로 전달됐다.

조승우는 "첫 미팅 자리에서 박 감독님이 몇백 페이지나 되는 최동원 감독님의 자료를 리본까지 묶어 가져왔다"고 했다. 투구 폼을 연습하고, 경상도 사투리를 습득하는 것이 그가 할 일이었다.

그는 경상도 사투리를 선배 배우인 김윤석에게 배웠다고 말했다. 사투리를 써야 한다고 하니 영화 '타짜'(2006)에서 호흡을 맞춘 선배 김윤석이 떠올라 그의 집을 찾았고 며칠 동안 괴롭혔다. 다양한 버전의 대사를 녹음해 와 연습했다. 경상도 사투리는 맛깔스럽게 들리며, 특히 최동원이 극중 스포츠부 기자 김서형(최정원)에게 소리 지를 때 빛난다. 그 공로(?)로 김윤석의 이름은 영화 엔딩 크레딧에 '사투리 감수'로 특별 등록되기도 했다.

맞대결을 펼친 선동열 선수를 연기한 양동근을 향해서는 극찬이다.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모습이 천재"라며 "그냥 살고 있는 모습을 몰래카메라로 찍은 느낌"이라고 했다. "아역 출신 배우의 25년 연기 경력을 무시할 수 없다"며 반성도 많이 하고, 또 많이 배웠단다.

20대 때 여러 가지 고민을 많이 했다는 그는 군대를 다녀와 자신이 조금은 바뀌었다고 했다. 입대 전 그는 1년에 영화 1편, 뮤지컬 1편이라는 나름의 규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전역 후 무려 4편의 작품을 했다. 첫 작품으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 참여했고, 이어 배우 겸 감독 구혜선이 연출한 영화 '복숭아나무', 그리고 '퍼펙트 게임'에 연달아 출연했다. 지금은 또 뮤지컬 '조로'에도 등장하고 있다.

"현장이 너무 재미있어요. 입버릇처럼 '너무 행복하다'고 말하고 다녔을 정도죠. 어느 현장에 가든 '선배님' 소리를 듣는데 '나도 많이 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는 밑천이 드러날까 두려워했다면 이제는 시간이 되는 한 제 가슴을 요동치게 만드는 건 뭐든 다 하려고요. 독립 영화라도요."(웃음)

조승우는 '퍼펙트 게임'의 VIP 시사회에서 최 감독의 부인을 만난 일화도 전했다. 그는 "사모님이 제 손을 잡으시며 '우리 아이 아버지가 던지는 공처럼 보였다'고 했는데 뭉클했다"고 말했다. 이어 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최동원과 선동열의 대결을 영화화한 것에 대해 "고인에게 누를 끼치지 않을 정도라면 그것으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자신이 최 감독을 연기한 것에 후회는 없지만, "아쉬움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자신감은 강하다. 팬들에 대한 기대치도 높다. "우리 영화에 획기적인 결말을 넣을 수는 없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결과를) 알면서도 눈물 나게 한다는 말이 굉장히 좋더라고요. 저는 야구 영화는 안 된다는 말은 관심조차 없어요. '야구 영화는 잘 안 된다'는 징크스를 깨는 게 아니라 욕심 같아서는 스포츠 영화가 가진 기록을 넘어서고 싶습니다."(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