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세계] 유박비료 중독

입력 2011-12-29 14:25:23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식물의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서 비료를 사용한다. 그중에 유박(油粕)비료라는 게 있다.

이 유박비료가 반려동물들을 위협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유박은 참깨, 들깨 등의 기름작물에서 기름을 짜고 난 찌꺼기를 말하는데, 식물 성장에 필요한 여러 가지 성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양분이 될 수 있다. 요즘에는 원두커피를 우려내고 난 찌꺼기도 식물비료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런 비료를 모아두면 개들이 좋은 냄새 때문에 이를 먹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강아지가 유박비료를 섭취하게 되면, 섭취 직후에 심한 구토와 설사 증상을 보이게 되고 혈액성 설사로 진행된다. 중독이 계속 진행되면 2, 3일 내에 사망하게 된다. 사람이 섭취하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개가 섭취했을 경우엔 생명까지 위협하는 것이다.

며칠 전, 유박비료를 먹고 내원한 강아지가 있었다. 주인이 화단에 키우는 식물에 주려고 모아둔 것을 강아지가 먹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구토, 설사가 있는 줄 알고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을 보고 병원을 찾은 것이다. 여러 가지 신체검사를 해 본 결과, 전신 장기가 심각하게 손상되어 있었고, 수액치료와 수혈까지 실시했지만 결국 죽고 말았다. 조금 더 일찍 내원했더라면 위세척을 실시해 강아지를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유박비료를 먹은 경우에는 최대한 빨리, 늦어도 섭취한 지 4시간이 지나기 전에 위세척을 실시하고 수액치료를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 이상의 시간이 지나면 위장뿐만 아니라, 전신 장기가 손상되어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게 된다. 유박비료에는 개의 호기심을 자극할 향이 나기 때문에,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들 중에 개에게는 치명적인 독성을 일으키는 음식들이 많다. 우리 주변에 흔한 포도, 양파, 초콜릿 등의 음식을 먹은 개는 심각한 급성 독성을 일으켜서 응급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죽게 되는 경우도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자신이 키우는 동물이 어떤 음식이나 성분에 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확실히 알고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최 동 학

동인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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