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학관 어떻게 지을 것인가' 방향성 토론회

입력 2011-12-28 07:17:22

"6'25때 피란살이 특성 살린 '전쟁문학관' 바람직"

23일 대구국채보상운동 기념관에서 열린 대구문학관 조성방향성 논의를 위한 토론회 모습.
23일 대구국채보상운동 기념관에서 열린 대구문학관 조성방향성 논의를 위한 토론회 모습.

'대구문학관은 대구문학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테마문학관 형태로 건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3일 오후 3시부터 국채보상운동 기념관에서 열린 대구문학관 조성방향성 논의를 위한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밝힌 대체적인 견해다. 이번 토론회는 대구문학관을 '대구문인의 작품과 역사를 아우르는 종합문학관'으로 건립하자는 지금까지의 의견과 달리 피란기 대구문학의 특성을 살려, 다른 문학관과 차별화되는 테마문학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열렸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장윤익 동리목월문학관장은 "해방 직후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전국의 많은 문인들이 대구로 피란해 지역 문인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대구문단은 1950년대와 60년대, 70년대까지 전국의 문학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전쟁기와 전후기 한국문학이 소멸 상태에 있을 때 대구를 중심으로 문학을 선도한 만큼 '전쟁문학관'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장 관장은 "대구문학관은 대구만의 특성을 지닐 때 성공할 수 있다. 종합문학관으로 건립할 경우 개성이 없고 일반인의 관심을 끌기 힘들 것이다. 전국적으로 종합문학관은 개점휴업 상태이거나 실패작이 많다"고 덧붙였다.

허형만 목포문학관 자문위원(목포문학상 운영위원장'목포대 명예교수)은 종합문학관이든 전쟁문학관이든 나름대로 의의는 있다고 전제하고 "전국적으로 45개 문학관이 있지만 종합적인 성격의 지역 문학관은 여러 사람의 작품과 책, 사진을 모아놓은 정도라 특이성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황순원 소나기 문학관, 동리목월문학관, 이효석 문학관처럼 특정 주제 문학관들이 효과적이고 의미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 며 "목포문학관의 경우 소설가 박화성 문학관으로 추진했으나 극작가 차범석, 김우진, 평론가 김현 등을 포함해 지역문학관의 성격을 띤 '목포문학관'이 되고 보니 일반인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허 위원은 "대구가 전쟁문학관을 건립한다면 대구의 전쟁문학뿐만 아니라 부산과 광주를 비롯해 전국의 전쟁문학을 아울러 전국에 하나뿐인 최고문학관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 번째 토론자로 나선 이우걸 경남문학관 관장은 "문학관이 관람객을 얼마나 끌어들이느냐는 문제는 '이름'보다는 운영방법과 운영자금 등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고 말하고 "대구문학관이 종합문학관이 될 경우 다른 문학관과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다. 피란기 대구문학의 특성을 바탕으로 전쟁문학을 발굴하고, 문학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대구지역 문학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우걸 관장은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지는 않지만 지역문학을 빛내는 지역문인들의 업적과 역사를 수집하고 기록한다는 의미에서 종합문학관 형태의 전쟁문학관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방청객으로 참가한 이태수 대구문학관 추진위원회 공동추진위원장은 "대구문학관을 '전쟁문학관'으로 할 경우 앞으로 현진건, 이상화 등 대구를 빛낸 다른 문인들의 문학관을 따로 짓자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며 "문학관 난립을 막기 위해서라도 종합문학관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장윤익 동리목월문학관장은 "현진건, 이상화, 이장희, 백기만, 백신애 등 대구가 낳은 유명한 작가들은 모두 일제 강점기 저항문학을 꽃피운 사람들인 만큼 이들 역시 '전쟁문학의 범주'에 포함된다" 며 "전쟁문학의 범위를 꼭 한국전쟁에 한정할 필요는 없으며, 전쟁문학관으로 건립할 경우 향후 30, 40년 내에 새로운 문학관 건립주장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토론자는 "대구를 빛낸 문인들의 작품과 역사는 대구서부 도서관에서 이미 운영 중인 '향토문학관'을 더욱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말하고 "1950년 한국전쟁은 인류역사상 전대미문의 냉전 이데올로기가 전면적으로 충돌한 전쟁이며, 세계 20개국이 참전했다. 이와 관련한 다양한 수기와 편지, 문학작품, 사진 등을 국내는 물론이고, 중공군 참전자를 포함해 세계 각국으로부터 수집 전시한다면 대구전쟁문학관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문학관이 되는 동시에 역사적 의미를 지니는 문학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문화예술과 김대권 과장은 "대구문학관 조성공사 실시설계에 앞서 2달 정도 시간이 있는 만큼 시민공청회 등을 통해 충분히 듣고 토론한 뒤에 대구문학관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대구문인들의 작품 수집과 보관과 관련해서는 "대구 아카이브 사업을 통해 대구문인을 비롯해 문화예술인의 역사와 작품에 대한 자료수집과 디지털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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