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비대위 인선 초반부터 '혼선'

박근혜 비대위 인선 초반부터 '혼선'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회가 첫 걸음인 인선 과정에서 혼선을 빚었다.

27일 상임전국위 의결을 거쳐 확정되는 비대위원 인선안을 놓고 박근혜 비대위원장·황우여 원내대표와 비대위의 '입'인 대변인 사이에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대위원 발표 '한다' '안한다' 혼선 = 황영철 대변인 내정자는 당초 26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의 문의가 많아 (박 비대위원장에게) 전화를 했더니 오늘 오후에 황 원내대표에게 인선 정리된 걸 얘기하겠다고 했다"면서 "어떤 형식으로든 오늘 안에 위원명단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시간여 만에 상황은 바뀌었다. 황 원내대표는 박 비대위원장의 전화가 왔느냐는 질문에 "(박 비대위원장의) 전화도 안왔다. (전화가 와도) 받지 않을 것"이라며 "황 내정자가 말한 것은 내가 아는 분위기와 좀 다르다"고도 했다.

황영철 내정자도 이후 기자들에게 "비대위 인선 문제를 걱정하니 박 비대위원장이 그에 대해 '오늘 오후에 황 원내대표에게 연락할 거다. 그렇게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그것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황 내정자는 질문 세례 속에 "대변인이 오버했다고 써라"면서 한발 물러섰다.

그는 이후 브리핑에서 "대변인 신고식을 잘 치렀다"면서 "박 비대위원장께서 직접 전화를 걸어 내일 상임전국위에서 미리 알려진 인선안을 내놓는 것보다는 회의 석상에서 비대위원 명단을 내놓는게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측도 "박 비대위원장은 대표 권한대행이었던 황 원내대표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인선안을 알리고, 공식 발표는 내일 하겠다는 뜻이었는데, 황 내정자가 오해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황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과 당직 인선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비대위원장은 상임전국위에서 직접 비대위원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혼선은 공식 발표 전에 '언론 플레이'하듯 미리 공개하는 것을 꺼리는 박 비대위원장의 인사 스타일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런 절차 역시 자신이 가장 중시하는 신뢰의 하나라는 것이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갸우뚱하는 분위기도 있다.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비대위원이 미리 공개돼 당내에서 일종의 검증을 할 틈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일리는 있다"고 말했다.

◇김종인·이상돈·김세연 비대위원 유력..사무총장엔 영남 재선 = 박근혜 비대위호(號)에 승선이 가장 유력시되는 인사는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다.

박 비대위원장과 가까운 김 전 수석은 중소기업과 복지·분배를 중요시하는 '개혁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 박 비대위원장의 정책 기조와 맞는 인사로 평가된다.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야권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친분이 두텁고, 민주통합당 예비경선에 출마한 우제창 의원의 멘토단 단장을 맡는 등 여야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김 전 수석은 언론인터뷰에서 현실 정치 참여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낸 바 있지만, 박 비대위원장 주변에서는 "박 비대위원장과 정책적 호흡과 여권 통합, 대야 전략 등을 고려할 때 김 전 수석만한 인사는 없다"는 시각이 많아 발탁이 점쳐진다.

합리적 보수인사로 평가되는 중앙대 이상돈 교수도 비대위 참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인사로는 쇄신파 김세연 의원의 발탁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40세로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 21'의 공동간사이기도 한 김 의원은 개혁적 마인드와 합리적 성품으로 당내에서 많은 신망을 얻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비대위원장은 그러나 비서실장은 두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주변에서는 비서실장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박 비대위원장은 비상상황임을 감안해 비서실장을 두는 데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당직 중 공석인 사무총장직에는 영남 출신 재선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