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새재 "돈이냐 명예냐"

입력 2011-12-24 09:06:42

"문경새재도립공원에 연예기획사가 운영하는 워터파크를 만들었다가 나중에 세계문화유산이 지정되더라도 취소되는 것 아닙니까?"

문경시가 문경새재 일원이 유네스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한국위원회로부터 실크로드와 연계해 내년도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으로 신청된다는 소식(본지 6일자 2면, 12일자 8면 보도 )을 반기면서도 인근 워크파크 부지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문경시와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문경영상문화단지 사업을 명분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형 물놀이시설(워터파크) 및 콘도 부지가 문경새재 1관문과 불과 1km 떨어져 있는 등 세계유산으로 추진되고 있는 부지와 겹치기 때문이다.

문경시는 SM 측이 문경새재도립공원 내 3만6천㎡ 터에 430억원을 들여 워터파크와 레고형 숙박콘도 등 위락시설을 조성하기로 한 계획에 따라 최근 해당부지를 20년 장기임대를 해주었으며, 현재 문화재 현상변경허가만을 남겨두고 있다.

문경시는 앞서 문경시의회와 시민단체가 해당 터가 옛 과거길과 부조화를 이룬다는 이유로 장소변경을 요구해왔지만, 이 같은 위락시설 조성으로 관광수입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가져온다며 추진을 강행하고 있다.

탁대학 의원 등 문경시의원 6명과 문경시민환경연대(대표 박인국), 지역 문화계는 "이 시설이 들어서면 도립공원이 환경 훼손과 조망권 침해는 물론 오랜 세월 원형 그대로 황토길로 보존되고 있는 옛 과거길 및 조선통신사길의 역사적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당수 시민들도 "문경새재가 특정인 수익시설의 한 부분으로 개발되는 것보다 세계유산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상대적으로 관광개발 및 지역경제에 더 기여할 수 있다"며 "물놀이 시설 등을 문경새재도립공원 밖에 건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관계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심의에서는 원형보존이 핵심사안인데, 세계적으로 세계유산 안에 물놀이 시설이 건립된 것을 본적이 없다"며 "주변 경관과 원형보존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세계문화유산 추진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계곡은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를 아우르는 역사적 경관을 지녔다는 이유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관광객 증가를 겨냥해 현대식 다리를 지었다가 2009년 6월 세계문화유산에서 삭제되기도 했다.

장성욱 문경시장 권한대행은 "세계유산 추진 소식이 SM의 위락시설 추진계획 마무리 시점에 나와 곤혹스럽다"며 "세계유산등재에 악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SM위락시설을 신중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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