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A군이 쓴 유서全文

입력 2011-12-23 10:25:13

◆내용 공개에 대한 논란의 소지는 있지만 학교 및 가정에서 정확히 알아야 확실한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아 고심 끝에 유서 전문을 공개합니다. 실명 및 일부 속어, 중복된 부분만 삭제했습니다.

제가 그동안 말을 못했지만, 라면, 쌀국수, 만두, 견과류, 치즈 등 먹을거리가 매일 없어진 이유가 있어요. B와 C가 매일 찾아와 가져가면서 절 괴롭혔어요.

3월 중순에 B가 게임을 키우자며 협박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그때부터 매일 컴퓨터를 많이 하게 된거에요. 게임에 쓴다고 제 통장의 돈까지 가져갔고, 매일 돈을 벌라고 해 2학기에 일하면서 돈을 벌었고, 등수는 떨어졌어요.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담배도 피우게 하고 오만 심부름과 숙제를 시켰어요. 나중에는 C가 같이 저를 괴롭혔어요. 때리는 양이 늘어났고 수업시간에는 공부하지 말고, 시험문제 다 찍고, 돈벌라하고, 물로 고문하고, 모욕을 하고, 단소로 때리고, 우리 가족을 욕하고, 공부못하도록 문제집을 다 가져갔어요.

12월에 들어서 자살하자고 몇번이나 결심을 했는데 그때마다 엄마, 아빠가 생각나서 저를 막았어요. 그런데 날이 갈수록 심해지자 저도 정말 미치겠어요. 또 밀레 옷을 사라고 해서 자기가 가져가고, 매일 나는 그 녀석들 때문에 엄마한테 돈 달라고 화내고, 매일 게임하고, 공부 안하고, 말도 안듣고, 뭘 사달라는 등 계속 불효만 했어요. 전 너무 무서웠고 한편으로는 엄마에게 너무 죄송했어요. 하지만 내가 사는 유일한 이유는 우리 가족이였기에 쉽게 죽지는 못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제 몸은 성치 않아서 매일 피곤했고, 상처도 잘 낫지 않았어요. 집에서 때리고 괴롭히다가 엄마 언제오냐고 전화하게 해서 도착할 때쯤 나갔어요.

저, 진짜 죄송해요. 물론 이 방법이 가장 불효이기도 하지만 제가 이대로 계속 살아있으면 오히려 살면서 더 불효를 끼칠 적 같아요. 남한테 말할려고 했지만 협박을 했어요.

오늘은 12월 19일, 그 녀석들은 저에게 라디오를 들게 해서 무릎을 꿇리고 벌을 세웠어요. 그리고 5시 20분쯤 그 녀석들은 저를 피아노 의자에 엎드려 놓고 손을 봉쇄한 다음 무차별적으로 저를 구타했어요. 제몸에 칼등을 새기려 하고 오른쪽 팔에 불을 붙이려고 했어요. 할머니 칠순잔치 사진을 보고 우리 가족들을 욕했어요. 걔들이 나가고 난 뒤, 저는 제 자신이 비통했어요. 마음씨 착한 우리 아빠, 나에게 베푸는 건 아낌도 없는 우리 엄마, 나에게 잘 대해주는 우리 형을 둔 저는 정말 운이 좋은거에요.

저는 우리 가족을 사랑했어요. 아마 제가 하는 일은 엄청 큰 불효일지도 몰라요. 그 녀석들에게 당하고 살며 효도도 한번도 안한 제가 너무 얄밉고 원망스러웠어요. 제 이야기는 다 끝이 났네요. 마지막 부탁인데, 그 녀석들은 저희집 도어키 번호를 알고 있어요. 번호를 좀 바꿔주세요. 저는 먼저 가서 100년이든 1000년이든 저희 가족을 기다릴게요.

12월 19일 그 녀석들은 짜증난다며 제 영어자습서를 찢고 3학년때 수업하지 말라고 B는 한문, C는 수학책을 가져갔어요. 그리고 그날 제 라디오 선을 뽑아 제 목에 묶고 끌고 다니면서 떨어진 부스러기를 주워먹으라 하였고, 5시 20분쯤부터는 아까한 이야기와 똑같아요.

어제(12/19) 혼날때의 엄마의 모습은 절 혼내고 계셨지만 속으로는 저를 걱정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냥 부모님한테나 선생님, 경찰 등에게 도움을 구하려고 했지만 걔들의 보복이 너무 두려웠어요. 대부분의 학교 친구들은 저에게 잘대해줬어요.

항상 저를 아껴주시고 저에게 용돈을 주시는 아빠, 고맙습니다. 매일 제가 불효를 했지만 웃으면서 넘어가주시고, 저를 너무나 잘 생각해주시는 엄마, 사랑합니다. 나에게 잘해주던 우리 형, 고마워.

그리고 항상 나에게 잘대해주던 내 친구들, 고마워.

또 학교에서 잘하는게 없던 저를 잘 격려해주시는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내가 그런 이유는 제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란걸 앞에서 밝혔으니 전 이제 여한이 없어요.

저의 가족들이 행복하다면 저도 분명 행복할거에요. 매일 맞던 시절을 끝내는 대신 가족들을 볼 수가 없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부디 제가 없어도 행복하길 빌게요.

-우리 가족을 너무나 사랑하는 막내 올림-

p.s. 부모님께 한번도 진지하게 사랑한다는 말 못 전했지만 지금 전할게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