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쉰 살 미용실 아줌마 "한문 공부방 선생님 됐어요"

입력 2011-12-23 07:04:34

김천시 부곡동 고정숙 씨

"처음에는 미용협회 상무위원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학력이라고는 초등학교 4학년 중퇴가 전부라 이력서에 단 한 줄도 쓸 수 없다는 자격지심 때문이었지요. 중'고 대입검정고시까지 모두 합격하고 난 뒤, 다시 제안이 왔을 때 당당히 받아들였습니다."

김천시 부곡동에서 20여 년간 미용실을 운영하다 한문 공부방 선생으로 변신한 고정숙(51) 씨. 초등학교를 중퇴한 그녀는 서울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큰딸의 권유로 초등학교 과정을 목표로 공부하게 되었다. 시작이 어려웠지 하면 할수록 공부가 재미있어 11개월여 만에 중입, 고입, 대입 모든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그녀는 최단기간에 검정고시를 졸업해 김천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이혼 서류에 제 이름을 한자로 못 쓴 기억이 떠올라 이름 정도는 한자로 써야 될 것 같아 한자공부를 시작했죠. 한자 1급, 한자 지도사 자격증까지 땄죠."

그녀는 처음에는 낮에 미용실을 하고 저녁에 한자 수업을 하다 한문 공부방 운영에 전념하기 위해 미용실을 폐업했다. 지역아동센터, 김천교도소 소년원에서 한문을 가르치는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그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지난해 3월 경북대학교 한문학과에 편입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쉰 살 미용실 아줌마, 한문 선생님이 되다'라는 자서전을 내기도 했다.

고 씨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자가 어렵다고만 생각하지만 모양과 뜻을 잘 보면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면서 "한문을 통해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활짝 웃었다.

글'사진 우순자 시민기자 woo7959@hanmail.net

멘토: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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