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급류..5者 '김정은 체제' 인정 공식화

입력 2011-12-22 18:42:58

한반도 급류..5者 '김정은 체제' 인정 공식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혼돈의 흐름을 보이던 한반도 외교가 빠른 속도로 큰 틀의 물줄기를 잡아가고 있다.

한·미·일·중·러가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목표로 '김정은 체제'를 사실상 인정하며 전략적 관여를 시도하고, 북한도 김 위원장의 '유훈'에 따라 이에 호응하는 흐름이다.

이에 따라 김정일 사망을 계기로 '올스톱'됐던 북한과의 양자대화와 북핵 6자회담 재개흐름이 새로운 모멘텀을 맞고 있는 양상이다.

우선 주목할 대목은 5자가 김정일 사망에 따른 후계체제로서 김정은 체제를 사실상 인정하고 있는 흐름이다.

중국은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전원이 조문함으로써 김정은 체제에 대한 강력한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미국은 "북한의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전환(transition)'을 원한다"(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는 메시지와 함께 21일 백악관 대변인이 김정일의 후계자로 김정은의 이름을 공식 언급하며 사실상 김정은 체제를 인정했다.

러시아와 일본도 '조문외교'를 고리로 김정은 체제를 승인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여야 교섭단체 대표·원내 대표와 한 회담에서 "북한체제가 확립되려면 시간이 걸릴 텐데 우리나라나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모두 북한이 빨리 안정되기를 바란다는 면에서 뜻을 같이 하고 있다"고 언급한 대목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이 김정은 체제를 직접 지칭하지 않았으나 관련국들과 함께 북한 체제가 빨리 안정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언급함으로써 김정은 체제를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이날 중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한중 양국은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가 필요하다는데 인식의 일치가 있다"고 말한 것도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임 본부장은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 사무특별대표와 협의를 갖고 김정일 사후의 전반적 상황을 평가하면서 6자회담 재개 방향에 관한 '주파수'를 조율하는 것은 물론, 한반도 전체 정세운용 방향에 대한 보다 큰 틀의 '그림 그리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임 본부장의 방중은 정부 차원의 조의표시와 민간조문단 파견을 고리로 대북정책기조를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이 대통령이 사실상 김정은 체제를 인정한 것과 맞물려 정부가 남북관계의 틀을 새롭게 짜려는 흐름과도 무관치 않다는 관측도 있다.

이런 기조 위에서 5자는 북한을 상대로 대화의 손을 내밀고 있고 북한도 김 위원장의 '유훈'에 따라 대북 식량지원과 비핵화를 위한 대화테이블에 나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뉴욕채널을 통한 북미간 실무접촉이 북한 측 요청으로 성사된 것은 이 같은 흐름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낮은 수준의 외교채널이지만 앞으로 다가올 북미 3차대화에 앞서 '사전 정지'를 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는 6자회담이 곧 가시권에 들어올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북미가 연초에 3차대화를 갖는다면 이는 북한이 비핵화 사전조치를 수용하고 미국이 대규모 대북 영양지원을 하는 '빅딜'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북미가 6자회담 재개 협상을 합의타결함으로써 회담 재개를 공식화하는 의미가 있다는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김정일 사망이라는 돌출악재가 6자회담 재개흐름을 중단하기 보다는 오히려 촉진하는 방향으로 흐르면서 천안함·연평도로 경색돼 있던 한반도가 해빙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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