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든 사람의 밥이 되고 싶습니다"
크리스마스의 하루 전날인 크리스마스이브, 아마도 이날을 누구보다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은 산타할아버지의 방문을 기대하고 있는 수많은 어린이들일 것이다. 풍성한 선물꾸러미를 들고 루돌프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착한 어린이들의 집을 찾아가는 산타할아버지. 그러나 슬프게도 오늘날 대부분의 집에는 산타할아버지가 들어갈 굴뚝이 없는 데다, 진짜 산타할아버지의 정체가 누구인지 잘 아는 어린이들도 많다.
하지만 세계가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굳이 부정하지 않는 이유는, 그가 어렵고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과 기쁨이라는 선물을 주고 떠나는 아름다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산타가 들어가기에 가장 좋은 집은 불이 꺼지지 않는 부유한 집의 굴뚝이 아닌, 불이 꺼지고 추운 가난한 집의 굴뚝이다.
지난 2009년 2월 16일, 한국 가톨릭교회의 큰 어른인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뒤, 사후 장기기증을 약속한 사람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일이 있었다. 사람에 대한 끝없는 믿음으로 자신의 인생을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선물로 주셨던 추기경은 선종 후에도 자신의 각막을 기증하여 빛을 잃었던 사람들에게 빛을 선물했던 것이다. "나는 모든 이들의 밥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말씀을 통해 사랑은 나눔임을 몸소 일깨워 주신 고 김수환 추기경. 그분은 진정 산타할아버지와 같은 삶을 사셨다.
김수환(金壽煥) 추기경은 1922년 5월 8일 대구시 중구 남산동에서 독실한 가톨릭 집안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1951년 사제 서품을 받고, 1969년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한국 최초로 추기경이 되었다. 김수환 추기경은 종교인을 넘어서 사회활동도 많이 한 우리의 정신적인 지도자였다. 추기경은 1971년 예수성탄대축일 때 장기 집권을 꾀하던 박정희 정권을 미사 중에 공개비판하다, 박 대통령의 지시로 전국으로 생중계된 특집방송이 중단되기도 하였다. 또한 북한의 어려운 동포들에 대해 관심을 호소했던 추기경은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 때에는 북한에 정중한 사죄를 촉구하기도 하였다.
추기경의 세례명은 스테파노이다. 그러나 사회에서는 추기경이라는 직함 앞에 김수환이라는 관명을 사용한다. 관명인 김수환 추기경의 이름을 보면 고집이 매우 강한 성격의 이름으로, 돌림자를 사용하여 집안의 어른들이 작명한 이름으로 보여진다. 추기경의 이름은 금(金)과 토(土)의 기운이 강한 이름으로 식신(食神)과 정재(正財)로 작용하니, 그 성격은 도덕적이고 고집이 세다. 예술적인 소질과 재주가 뛰어나 화가, 음악가, 영화제작 등의 직업에 종사하면 좋다. 말을 이치에 맞게 잘하며 글을 쓰는 능력이 뛰어나 방송리포터, 아나운서, 종교인, 자선사업가 등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많으며, 간혹 가무에 능한 사람도 있다.
추기경의 말씀 중에 "내가 신부가 안 되었다면, 무엇을 해 먹고살았을까요? 장사하자니 주변머리가 없고, 땅을 파자니 기력이 달리고…"라는 말씀이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추기경이 종교인이 되지 않았다면 작가, 또는 언론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 "그 사람은 내 밥이야!"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상대를 낮잡아 보고 무시하는 말이다. 그러나 추기경이 "모든 이들의 밥이 되고 싶다"라고 한 것은 자신을 낮추고 비운 것이며, 희생하겠다는 뜻이다. 생명의 빵으로 아기 예수님이 오신 성탄절에, 우리도 불우한 이웃들에게 뜨거운 '밥'이 되어 따뜻하고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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