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구나 생각하면 정말 끝나 위기 극복한 사람은 전문가 돼"
"위기가 있으면 반드시 기회가 있습니다. '이제 끝이구나'라고 여기면 정말 끝입니다. 맡은 자리에서 열정을 불사르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정국(사진) 대구지방국세청 조사1국장은 동료 직원들과 찍은 사진들을 한 장씩 넘겨보다 잠시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1974년 까까머리 약관의 나이에 발들인 동대구세무서 시절 흑백사진부터 눈처럼 덮인 귀밑머리의 최근 기억까지. 사진 속 동료들의 얼굴로 자신의 세무공직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명예퇴직을 정년보다 1년 앞당겨 신청했지만 막상 퇴직이 결정되고 나니 하루하루가 지난 37년을 되돌아보는 반성의 시간이네요."
하 국장은 고속 승진을 통해 세무공무원의 꽃이라 불리는 국장급에 올랐다. '법인세 전문가'라는 국세청 내부 별칭과 무관하지 않았다. '전문가'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던 건 '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1980년 일은 어려웠고 야근이 잦아 기피부서로 통하던 법인세 업무를 맡게 된 게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이었다. 위기는 혼자 오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1986년 사소한 복무감찰에 적발돼 포항으로 좌천됐다. 하지만 당시 포항제철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우후죽순 들어섰던 포항은 그의 법인 관련 업무에 날개를 달아줬다. 1990년 대구지방국세청 법인세과로 복귀한 뒤 지역경제 동향 분석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특히 1990년대 초반은 대구의 경기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하 국장은 대구경북지역 경제 쇠퇴가 안타깝다. 특히 수도권 중심의 경제가 지역의 활로를 점점 옥죄고 있어서다. 하 국장은 대형제조업체가 있어야 대구경북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구경북은 원래 하나였습니다. 대구는 인적 자원이 많고 경북은 땅이 넓지 않습니까. 각자의 장점을 살린다면 융성기를 다시 맞을 수 있을 겁니다."
23일 대구지방국세청 강당에서 열리는 퇴임식 이후 내년 2월부터 대구의 한 세무법인에서 일할 계획인 하 국장은 "직장에서 가족보다 더 오래 보는 동료들과 많은 정을 나누길 바란다"고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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