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배심원단 앞에서 결백 외친 조세형
"(범죄 사실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제가 현장에 없었으니까요."
한때 대도(大盜)로 불렸지만 좀도둑으로 전락할 신세에 놓인 조세형(73)씨는 21일 법정에서 단정한 양복 차림의 차분한 모습으로 줄곧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설범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는 추첨으로 선정된 시민 배심원단 12명(예비 배심원 3명 포함)과 기자들로 구성된 '그림자 배심원단' 12명이 함께 자리해 공방을 지켜봤다.
조씨는 지난 2009년 공범 민모(47)씨 등과 함께 금은방 주인 유모(53)씨의 집에 침입해 일가족을 흉기로 위협하고 현금 30만원과 금목걸이 1점 등을 빼앗은 혐의(강도상해 등)로 구속기소된 뒤 '시민 배심원단에게 무죄를 인정받겠다'며 재판부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재판에서 검사 측은 조씨가 공범들과 함께 흉기를 소지하고 강도 행각을 벌였다고 주장했으며 변호인 측은 피해자가 봤다는 범인들은 복면을 쓰고 있어 조씨로 단정 짓기 힘들며 참고인들의 진술 내용이 강요된 자백일 가능성이 있다고 맞섰다.
검사의 기소 의견 발표 후 '범죄 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묻는 판사에게 조씨가 인정할 수 없다고 답하자 방청석에서는 웅성거림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어 방청석에 앉아있던 승복 차림의 전처 이모(49)씨는 "(검사가) 내가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른 얘길 한다"며 큰 소리로 그를 거들다 경비원에게 제지당했다.
2년 전 조씨와 이혼한 뒤 비구니가 됐다는 이씨는 잠시 휴정된 틈을 타 재판정 밖에서 "초등학교 6학년 아들에게 인터넷을 못 보게 하느라 힘들다. 성실하게 살다 누명을 쓴 조씨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호소했다.
첫 번째 증인으로 나선 공범 민씨는 몇 년 전 하반신이 마비됐다며 환자용 간이침대에 누운 채로 진술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시민 배심원단과 그림자 배심원단은 양측의 다툼과 증인의 진술 등을 주의 깊게 지켜보며 부지런히 무언가를 적어내려 가거나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검찰 관계자는 "조씨가 계속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이를 뒤집을만한 증거를 내놓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재판은 오전 11시30분께 시작했으나 출석이 예정된 증인이 10명이나 돼 늦은 시각까지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법원은 밝혔다. 선고는 22일 내려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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