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이 축산의 미래다] (3)친환경 축산 중심지 경북

입력 2011-12-21 07:48:36

가축분뇨 비료 생산-소비 자급자족 가능…'친환경' 뿌리 내린다

경상북도는 전국에서 으뜸가는 농도(農道)로서 한우, 돼지 등 축산업은 물론 쌀, 과수, 채소와 같은 작물재배의 중심지다. 가축분뇨로 생산된 비료와 이를 소비할 수 있는 경작지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어 친환경 축산이 뿌리내릴 수 있는 최적지인 것. 경북도는 친환경 축산이 지역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주목받는 경북의 친환경 축산

16일 경주시 외동읍 냉천리 액비(액체비료)유통센터. 이곳은 인근 돼지 농가에서 수거한 배설물을 미생물과 함께 발효해 비료로 생산하고 있다. 2006년 신라육부촌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운영에 들어가 2008년 우수 유통센터로 지정됐다. 올해 농림수산식품부의 '2011 친환경축산인 육성 전국 순회교육'에서 경북의 대표 사례로 농업인들에게 소개됐다.

센터는 23곳의 양돈농가에서 연간 8만2천t의 액비를 생산한다. 자원으로 재탄생한 비료는 연간 3천200㏊, 1㏊당 25.6t이 논밭에 뿌려진다. 이는 경주 전체 벼 재배 면적 1만4천28㏊의 23%에 해당하는 양이다. 센터에 따르면 화학비료 대체 24억원, 돼지 배설물 해양배출 비용 절감 29억원 등 직접 효과만 연간 53억원에 달한다.

센터는 자원순환농업의 일환으로 경주시 강동면에 친환경 조사료 단지를 조성해 2009년부터 사료 작물을 재배해오고 있다. 올해 보리와 호밀 재배에 37농가(137㏊)가 참여해 6천525t를 생산했다. 2009년 9농가(43㏊) 594t에 비해 10배가 넘는 양이다. 옥수수의 경우 올해 35농가(142㏊)에서 2천890t을 수확했다. 지난해 첫 생산한 옥수수 양보다 2.5배가 증가한 수치다.

센터는 농가 교육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토양 여건과 농경지 관리, 액비 사용 선정과 살포량 결정 방법, 시료 방법과 농작물 관리, 작목별 살포량과 살포 시기, 살포 이후 농작물 관리 등 비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을 알리고 있다.

배만용 신라육부촌영농조합법인 대표는 "가축 사육 두수가 많고 농경지가 넓은 경북에서 친환경 축산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다"며 "소비자가 원하는 악취 없고 토양을 튼실하게 만드는 양질의 비료를 만들어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앞으로 생산기술을 개발하고 농가 인식을 개선하는 교육사업을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는 '자원순환형' 축산이 자리 잡는 데 알맞은 토대를 지녔다. 가축 배설물의 친환경적 처리를 미룰 수 없을 만큼 사육 규모가 크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한우 사육 두수가 60만2천 마리로 전국 1위에 해당한다. 돼지와 젖소의 점유율 역시 각각 12%(94만5천 마리), 9%(3만5천 마리) 로 전국 3위 수준이다.

경북도는 생산된 가축분뇨 비료를 지역에서 충분히 소비할 만큼 과수, 채소, 식량 작물 재배도 활발하다. 과수의 점유율을 보면 자두 85%(5만4천t), 사과 64%(29만3천t), 포도 51%(15만7천t), 복숭아 44%(6만1천t)로 전국 1위다. 채소 역시 참외 90%(18만6천t), 고추 28%(2만7천t)로 전국에서 제일 높은 점유율을 보인다. 식량 작물인 콩과 쌀은 16%(1만7천t), 14%(59만t)로 각각 2위, 4위에 해당한다.

친환경축산추진운동본부 경북도협의회 강호재 대표는 "축산농가는 가축분뇨를 비료로 만들어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면서 가축에게 사용할 사료작물도 확보할 수 있어서 유익하다. 작물재배 농가도 친환경 비료를 쓰면서 화학비료 사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땅이 비옥해지면서 산출량도 늘어나는 이득을 얻는다"며 "적절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경북이 친환경 축산 본거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북 축산의 새로운 미래

경북도는 올해 '경북 축산 뉴 비전 2020'을 발표하고 자원순환형 친환경 축산 적극 육성에 나섰다.

가축분뇨 처리시설을 추가로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돼지 5만 마리 이상 시'군(11개소)과 대규모 양돈단지 중심으로 현재 3곳인 공동자원화 시설을 210억원을 들여 2020년까지 10곳으로 늘린다. 처리규모는 기존 하루 100t에서 30~50t의 중소규모로 분산할 예정. 개별처리시설도 477억원을 투자해 올해 2만1천600곳에서 2020년까지 3만 곳으로 확충할 방침이다. 더불어 액비저장조를 현재 700곳에서 1천450곳으로 늘린다.

현재 한 곳도 없는 가축분뇨 에너지화 시설을 유치할 계획도 세웠다. 국가 시범사업에 참여하면서 관련 기업을 유치해 2020년까지 5곳의 에너지화 사업장을 마련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내년에 70억원을 투자해 하루 50t을 처리하는 에너지화 시범사업장을 칠곡에 마련할 예정이다.

경북도는 비료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유통체계를 구축할 정책도 세웠다. 비료의 처방과 숙성도 판정 의무 대상을 현행 공동자원화시설과 액비유통센터에서 전체 농가로 확대하려 한다. 성분, 숙성도, 악취 등 품질검사를 통과한 경우에만 살포를 허용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액비 성분분석기와 숙성도판정기를 시군 농업기술센터로 확대 보급한다. 유통체계 구축을 위해 액비유통센터를 올해 12곳에서 2020년 40곳으로 늘린다. 새로운 수요처 확보를 위해 친환경 농업단지와 지역축산농가 간 협약을 체결하고 작물별 영양성분 요구수준에 따른 맞춤형 퇴'액비 생산을 유도한다.

경북도는 가축의 먹이로 쓰이는 조사료의 생산기반도 대폭 확충한다.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형(地産地消)형 조사료 생산단지를 조성, 재배면적을 1만6천㏊에서 5만5천㏊로 늘릴 계획이다. 또 농촌의 고령화와 쌀 소비 감소로 휴경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논을 이용한 조사료 재배도 확대한다. 조사료 생산에 발맞춰 가공시설을 확대하고 유통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생산 및 유통 경영체'를 250곳으로 늘릴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운송비의 50% 이내(t당 3만원 이내)에서 유통비를 지원한다. 더불어 생산실명제와 등급제를 실시해 조사료의 품질 고급화를 유도한다.

경북도 김상철 축산경영과장은 "전국 최대 축산업 중심지인 경북은 구제역 이후 축산 재건과 자유무역협정, 녹색성장 등 변화하는 환경에 직면해 있다"며 "앞으로 자원순환형 생산, 가공, 유통, 연구개발 등을 체계적으로 정책화해 지속가능한 미래형 친환경 모델로 경북 축산의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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