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팀이든 꼴찌팀이든 해마다 지금쯤이면 머리를 싸매는 업무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연봉계약이다. 평소 잘 아는 선수들과의 계약이라 쉬울 것도 같지만 업무 당사자는 마치 지뢰밭에서 출구를 찾아 헤매듯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벌써 협상에 이견이 발생해 원성이 들려오니 몸무게가 절로 빠질 만도 한 일이다.
연봉을 책정하는 일은 1년 농사를 위해 밭에 씨를 뿌리는 것과 같다. 토양을 잘 만들면 의욕에 차 신이 나겠지만 반대로 앙금이 남으면 사기가 저하된다. 열심히 일해도 봉급이 안 오르면 회사를 좋게 생각할 리 없다.
그러나 연봉책정에 정확한 잣대가 없는 상태에서 처음부터 서로 만족할 만한 합의점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달리 방법이 없고 구단이 책정한 적정선의 금액에는 나름 이유가 있으니 먼저 제시를 하는 것이다. 적정선엔 금년도 성적에 대한 보상과 내년 기대치 그리고 연차에 따른 대우가 어울려 있다. 여기에는 인기도나 평소의 팀을 위한 희생정신 등도 작지만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선수의 입장은 한 푼이라도 더 받아야 하는 처지이니 협상테이블은 천태만상이다. 가끔 지면상에서 보는 '첫 협상 테이블에서 성사'는 대부분 거짓말이다. 처음부터 시원시원한 계약이라는 것은 없다. 최소 세 번 이상은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다만 제시한 금액에서 조금만 올려 달라는 읍소형의 선수들과는 계약이 빠른 편이다.
연봉이 삭감되는 경우는 더 어렵다. 대부분 말을 않고 침묵하기 때문이다. 이들과는 감정을 건드리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자칫하면 언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럴 땐 사실을 근거로 차근차근 따지면서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말주변이 없고 다혈질인 선수들의 경우엔 귀에 거슬리는 얘기를 하는 일도 있다. 이 경우엔 고성과 설전으로 맞서기도 하지만 오해를 풀고 다시 서로 주장을 늘어놓는다.
금액의 차이가 큰 경우는 만나는 시간을 천천히 잡는다. 자주 만나도 답이 없기 때문이다.
협상의 기법이 단순했던 과거에는 충돌이 많았다. 총 연봉이 일정액으로 정해져 협상자의 권한이 적었기 때문에 강요에 가까운 설득으로 일관돼 선수들의 불만이 많았다. 문을 박차고 나오는 일도 있었다.
궁여지책으로 이면계약 등으로 해결하지만, 이듬해 갈등은 증폭돼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
협상자가 자주 바뀌는 일부 구단에선 아직도 불협화음이 있지만, 삼성은 지난 십수 년 동안 마해영을 제외하곤 큰 충돌이 없었다. 협상 기법과 적정 금액 선정에 고심이 많았던 것이다.
큰 틀에서 원칙을 지키려는 구단과 개인적으로 좀 더 대우를 받으려는 선수들과의 신경전에서 미소란 없다.
어떻게 선수의 값을 정확하게 매길 수 있을까? 다만, 일년 내내 꾸준히 선수를 관찰하고 평가하면서 진심으로 고심하는 수밖에 없다.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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