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 들뜬 북이탈주민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에 대구경북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은 놀라움과 기대감을 함께 나타냈다.
북한이탈주민들은 김정일 위원장 체제 하에서 궁핍을 피해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한 탓에 "김 위원장 체제 하의 북한 시절에 좋은 기억이 하나도 없다. 김 위원장 사망이 북 체제 변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죽음을 무릅쓰고 북한을 탈출한 한 북한이탈주민(20)은 "강압 통치와 경제적 궁핍으로 주민들을 못살게 굴었는데 갑자기 사망 소식을 들으니까 놀라우면서도 기쁘다. 김정은이 이후 북한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궁금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에 두고 온 아버지와 형이 걱정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다른 북한이탈주민은 "김정일의 죽음으로 북한 체제가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 고무적이다. 주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가 다소 나아지길 바랄 뿐이다. 주민들이 지금까지 너무 힘들게 살아왔다"고 고개를 숙였다.
5년 전 한국에 정착한 한 30대 북한이탈주민은 "웬지 기분이 좋다. 북한에서 배고프고, 힘들었던 기억밖에 없다. 다만 외할머니를 비롯해 외가 친척 10여 명이 북한에 있는 데 이들의 신변이 걱정된다"고 했다.
북한이탈주민 김모(48) 씨는 "북한은 결국 개방의 길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후계자 김정은이 세상 물정에 어두워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같은 실세들 주도 하에 기존 체제를 다진 뒤 개방을 하게 될 것"이라며 "조만간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든다"고 말했다.
허영철 북한이주민지원센터 소장은 "북한이탈주민들이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소식에 하루종일 북한에 남은 가족들을 걱정하면서도 경험이 얕은 김정은이 자칫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까 내심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북한이탈주민들의 마음을 전했다.
일부 북한이탈주민들과 탈북지원단체 관계자들은 북한 체제 불안에 따른 대규모 탈북 사태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한 탈북단체 관계자는 "김정은의 권력 체제가 단기간에 안정화되지 못하면 대량 탈북 사태가 나타나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며 "두 달 전부터 북한 내부 통제가 굉장히 심해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지원단체 관계자는 "김정일의 죽음으로 내부 통제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당분간 북한이탈주민의 숫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 같고, 탈북 후 중국과 아시아 등지를 떠도는 북한이탈주민들 생사가 더욱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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