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또 돌아왔네/ 설레는 마음과 함께 언제나 크리스마스 돌아오면/ 지난 추억을 생각해/ 크리스마스 또 돌아왔네/ 사랑의 느낌과 함께 누구나 크리스마스 돌아오면/ 따스한 사랑을 찾지/ 거리에는 캐롤송이 울리고 괜스레 바빠지는 발걸음/ 이름 모를 골목에선 슬픔도 많지만/ 어디에나 소리 없이 사랑은 내리네/ 크리스마스 또 돌아왔네.'(들국화)
오래전 후배가 불러준 크리스마스 캐럴이다. 매년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가 온다. 이번 연말은 누구와 보내며 어떤 퍼포먼스가 벌어질까? 사뭇 궁금해지고 기대가 된다. 올 한 해는 무척 바쁜 해였다. 미술단체장을 맡았는데 작가라는 것 외에 한 단체를 이끌어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선 인수인계에서부터 이 단체의 속성을 파악해야 하고 주어진 행사를 예산에 맞추어 치러야 했고 회원들의 동향을 살피고 기획전시를 함께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른다. 후반기 들어서는 영재교육원과 예술대 강의에다 1월부터 써온 신문원고도 같이 겹쳐 돌아서면 일주일이 금방 다가오고 한 달이 금세 지나가는 것이었다. '쏜살같다'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나 싶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신문사 원고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칼럼 마감은 어떤 것보다도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일주일 전부터 글 구상을 하고 조금씩 적거나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원고 마감일이 다가온다. 컴퓨터 자판을 빨리 두드릴 줄 모르고 인터넷에 원고를 보낼 줄 모르는 나로서는 누군가를 섭외해 원고의 타자를 치고 메일로 보내야 하는 어려움에 이중고통을 느꼈다. 글 내용보다 보내는 게 더 힘들었다.
그래도 무사히 보내고 그걸 대신해 준 사람들에게 지면을 통해 감사함을 전한다. 곧 군대에 갈 아들 녀석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은데 새벽에 원고를 스마트폰으로 보내기도 했고 자는 아이를 깨웠더니 피곤해서 코피를 흘리기도 했다.
지난봄에는 연애편지 같은 원고를 쓴 적이 있는데 그 순간은 안타까운 심정이었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덤덤해 옴을 느낀다. '낙장불입'이라고 한번 던진 것이 되돌아올 수 없는 것과 같이 사랑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본다.
겨울이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보다는 닥치는 대로 살자는 생각이 든다. 화가가 직업이라면 그림을 팔아 살아야 한다. 언제인가 그림 팔리면 밥 먹고 안 팔리면 굶겠다는 댓글을 페이스북에 쓴 적이 있다.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 지역에서 작가로 산다는 게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시서화를 같이 해왔다. 지금 우리시대에는 그렇게 포괄적으로 같이 섭렵하기는 힘드나 노력해 볼 일이다. 자기의 주관을 이야기하는데 글과 그림, 그리고 문학적인 재능까지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전문 분야의 사람들에게 맡기기도 하고 부탁하기도 한다.
신문 원고를 쓰다 보니 이런 에피소드도 있었다. 시인이면서 한 단체를 이끌고 가는 M회장이 "정 선생, 경고해둘 것이 있네!"라고 말하기에 얼어서 무슨 일인가 하고 답을 기다리고 있는데 "신문에 글 좀 잘 쓰지 말라"고 한다. 화가가 글을 잘 쓰면 문학가들이 굶는다고 농담 삼아 한 표현이었다. 과분한 칭찬이었다. 내 경우 글을 허겁지겁 그냥 쓰기 때문에 신문에 글이 실려야 그게 어떤 느낌인가를 알 수 있었다.
졸고를 읽어준 독자들에게도 애정을 표한다. 이제 그림을 제대로 그려야 될 시간이 다가온 것 같다. 그림을 열심히 그리면 기분이 훨씬 좋아지고 생활에도 도움이 된다. 내년에는 전반적인 경기가 좋아져 서로 술 살 기회가 많았으면 한다. 스트레스받거나 화가 나서 술을 마시는 것보다 기쁜 일이 자주 일어나 기분 좋게 마시는 술자리는 서로에게 활력을 주기 때문이다.
상을 받아서 외상값을 상금으로 시원하게 갚는다든지 몇 년 동안 떨어진 진급 험에 통과된다든지 해서 얼굴이 환해지고 서로 잘 되었다고 박수 치는 일이 자꾸 생기고 또한 내년 경기가 조금씩 나아지는 조짐이 보인다면 그래도 살 만한 세상이라고 하지 않겠는가? 다가오는 2012년은 계획을 잘 짜서 도전정신으로 공격적 경영을 해야겠다.
아듀, 2011년! 보람차게 보낸 한 해였다.
정태경/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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