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논단] 복지국가를 넘어 복지공동체로

입력 2011-12-19 10:33:02

2011년 우리 사회에서 급속히 부상한 주요 담론 중의 하나가 복지국가였다. 여와 야,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이구동성으로 복지국가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한다. 복지국가는 이제 시대정신이 되었다.

복지국가는 정부가 국민의 삶의 질을 보장하는 국가를 말한다. 고용보험이나 건강보험과 같은 사회보험과 육아, 양로, 교육, 의료 서비스와 같은 사회서비스 제도가 복지국가를 지탱한다.

그런데 2007년 현재 우리나라는 GDP에 대한 정부 사회지출 비율이 7.6%에 머물고 있다. OECD 국가 평균인 19.2 %에 훨씬 못 미칠 뿐만 아니라 꼴찌인 멕시코 7.2% 수준이다.

이처럼 사회복지 지출이 아주 낮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아직 복지국가라 할 수 없다. 따라서 사회복지 지출 비율을 높여서 전국민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복지국가를 실현하는 것은 절실한 국가적 과제이다. 경제성장에 주력하던 발전국가로부터 삶의 질 향상에 주력하는 복지국가로 이행해야 한다.

그런데 시민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이고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며 지역경제의 성장에 기여하는 사회복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복지국가를 넘어서 복지공동체라는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을 실현해야 한다.

원래 복지국가는 중앙정부가 일정한 기준에 따라 복지수혜 대상자에게 현금급여를 일률적으로 실시하는 복지 패러다임이다. 고용보험제도에 따른 실업급여 지급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따른 빈곤층 소득지원 등은 복지국가 방식의 복지 패러다임이다.

그동안 서구 복지국가의 경험을 통해 볼 때, 중앙정부가 복지수혜 대상자에게 일률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사회복지 실현방식은 중앙집권적 관료제로 인한 비효율과 복지수혜자의 의존적 성격을 강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였다. 아울러 현금급여 중심의 복지국가 방식에서는 복지지출이 사회적 소비의 성격이 강하고 사회적 투자의 성격이 약했다. 따라서 복지지출이 경제성장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복지와 성장 간에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지 못하였다.

이로 인한 복지국가의 위기에 대응하여 스웨덴과 덴마크 등 북구에서 나타난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이 복지공동체이다. 복지공동체는 중앙정부가 재정지원을 하는 가운데 지방정부와 지역시민사회가 파트너십을 형성하여 복지 수혜 대상자에게 육아, 양로, 교육, 의료 등 현물급여를 제공함으로써 사회복지를 실현하는 복지 패러다임이다.

중앙집권적 복지국가와는 달리 복지공동체는 지방분권 시스템에서 작동한다. 즉 복지국가와 지방분권국가가 결합될 때 복지공동체가 실현 가능하다. 왜냐하면, 현물급여 형태의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지역현실에 맞는 복지시설을 갖추고 복지전문 인력을 양성하며 지역밀착형 복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주민과 가까이 있는 정부인 지방정부가 복지정책을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권한과 자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복지공동체를 운영하는 주체는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아래 지방정부와 지역 NGO가 파트너십을 형성하여 만드는 '제3섹터'가 된다. 공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이 제3섹터로서 복지공동체의 운영 주체가 되는 경우가 많다.

복지공동체를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에서 일자리가 창출되기 때문에 복지공동체는 복지서비스 제공과 일자리 창출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아울러 육아, 양로, 교육, 의료 등 사회서비스 산업이 사회적 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복지공동체는 경제성장의 새로운 원천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복지공동체에서는 '복지-고용-성장' 결합 구조가 창출되어 성장과 복지 간의 선순환과 고용 있는 성장이 실현될 수 있다. 복지공동체를 통해 지역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이러한 복지공동체라는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으로 나아가야 한다. 복지사무의 지방이양에 상응하여 재원도 함께 이양함으로써 지방정부가 지역 NGO와 파트너십을 형성하여 복지공동체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복지공동체가 국가적 의제로 제시되어야 한다.

김형기/전국 국공립대학 교수연합회 상임회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