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만 기울일 꺼니?…난 파티 즐기러 GO GO!

입력 2011-12-17 08:00:00

연말 송년회 들여다보니…

행복을심는치과는 지난해 클럽을 빌려 가면무도회를 열었다.
행복을심는치과는 지난해 클럽을 빌려 가면무도회를 열었다.
지난해 드레스 파티 형식의 송년회를 연 세마그룹 대구서비스센터.
지난해 드레스 파티 형식의 송년회를 연 세마그룹 대구서비스센터.

한 해의 마지막도 이제 고작 2주 남았을 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쉼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붙들어잡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시간을 막을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사람들은 송년회(送年會)를 통해 가까운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고 가는 해를 아쉬워하며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본다.

한때는 송년회라는 말 대신 망년회(忘年會)라는 단어를 더 많이 쓴 시절이 있었다. 지난 괴로움을 잊자는 뜻에서 '잊을 망'(忘)자를 썼지만 요즘은 '보낼 송'(送)을 써서 한 해를 돌아보는 반성의 시간을 갖는 의미로 변화됐다. 단어의 변화에 따라 형식도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술 마시는 일이 대세였지만 요즘은 파티 형식의 송년회에서부터 공연 관람, 자선바자회, 강연회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우린 다르게 놀아, 이색 송년회

대구 로즈마리병원은 올 연말 1박 2일 일정으로 팔공산의 한 테마리조트에서 송년회를 연다. 화합을 위한 '비전 2012 송년회'라고 이름붙였다. 지난 한 해 동안 '내게 고마운 분'을 선정하는 투표를 통해 시상하는 것과 함께 지난해 송년회 때 자신에게 띄우는 메시지가 담긴 타임캡슐을 개봉해 스스로의 다짐과 바람이 얼마나 지켜졌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갖고, 내년도의 목표를 작성하는 시간도 갖는다. 또 직원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역할을 바꿔보고 생각을 나누는 게임도 할 계획이다. 로즈마리병원 관계자는 "단순히 술만 마시는 송년회를 탈피해 부서 간, 직원 간 소통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말 송년회가 술 마시는 일이 주가 되는 회식자리에서 즐기는 송년회로 변화하고 있다. 송년회를 폭음으로 치러야 하는 '또 하나의 지겨운 회식'이 아닌 '1년에 한 번 있는 특별한 이벤트'로 인식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

지난해 드레스 파티 형식의 송년회를 열어 특히 여성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던 세마그룹 대구서비스교육센터는 올 연말 송년회 대신 내년 초 신년회를 기획하고 있다. 우기윤 대표는 "교육생들에게 일상에서 탈피해 공주로 변신할 수 있는 환상적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드레스 파티를 기획했는데 올 연말에는 일정이 바빠 송년회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며 "대신 내년 초 학술대회를 겸한 자선바자회 형식의 신년회를 열어 새해의 목표를 고민하고 이웃과 함께하는 뜻깊은 행사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고 밝혔다.

동아백화점은 19일부터 22일까지 각 점별로 돌아가면서 송년회를 겸한 'Song festival'(송 페스티벌)을 연다. 직원들이 참여해서 노래와 춤 등 장기자랑을 벌여 푸짐한 경품을 나눠주면서 직원들이 한 해 동안 받은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흥겨운 시간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대구시치과의사회는 회원들이 직접 꾸미는 공연 무대로 송년회를 꾸몄다. 전문가들을 불러다 관람만 했던 수동적인 행사에서 벗어나 노래나 악기, 댄스 등에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이들이 직접 무대를 꾸미면서 보는 즐거움에 참여하는 즐거움까지 더해진 송년회가 만들어졌다.

◆문화 송년회 & 나눔 송년회

송년회 대신 기부나 봉사활동, 문화공연 관람 등 건전한 송년모임도 늘고 있는 추세다. 대구에 18개 지점을 두고 있는 행복을심는치과 네트워크는 올 연말 송년회를 강연회로 대체했다. 지난해에는 클럽을 빌려 나이를 초월한 클럽파티를 벌여 흥겨운 한때를 보냈지만, 올해는 또 다른 재미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초빙해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꾸민 것.

롯데백화점은 각 팀별 송년회를 영화관람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젊은 여성들이 많은데다 술마시는 송년회는 가급적 지양하라는 회사 방침이 맞물리면서 '영화관람'이 최고 인기있는 송년회 프로그램이 된 것. 더구나 대구점의 경우에는 영화관이 한 건물에 있다 보니 간편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효성 직원들은 12일 이번 하반기 공채에 합격한 신입사원들과 함께 서울'부산'대구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문화 송년회를 가졌다.

한창 장기 공연중인 뮤지컬 '미스사이공'의 경우 예약된 티켓 판매분 중 30%가 기업이나 협회 등 단체 판매분이다. 예술기획사 성우 임영민 팀장은"식사와 공연 관람을 함께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도 160건이 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송년회를 사회공헌 행사 등 의미 있는 봉사활동으로 대체하는 기업이나 관공서도 적잖다. 홈플러스 대구점은 이달 2일 나눔바자회를 열어 마련된 수익금을 애망원 등 지역 복지단체에 기부했다. 신종철 과장은 "시즌이 끝나거나 물량이 많이 남아도는 물건들을 업체로부터 기증받아 2억8천만원 상당의 물품을 마련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대구 남구청 문화홍보과 직원들은 송년 다과회를 열지 않는 대신 내복과 라면을 구매해 복지시설과 저소득층 가정에 전달할 예정이다. 남구청 관계자는 "예전에는 직원들끼리 먹고 즐기는 송년회를 보냈지면 최근에는 각 부서별로 계획을 세워 연탄이나 식료품, 내복 등을 마련해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하는 형태로 송년회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연말, 술독에 빠지긴 싫어!

송년회가 집중되는 12월. 직장인들이 가장 꺼려하는 송년회는 술독에 빠지는 송년회로 나타났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1천35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9.9%가 '기존의 술을 많이 마시는 송년회는 바뀌어야 한다'고 밝힌 것. 또 21.5%는 '기존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고 응답했으며, '술을 마시는 송년회가 좋다'는 의견은 8.6%에 그쳤다.

가장 선호하는 송년회 방식(복수응답)으로는 '공연관람 등 문화 송년회'라는 답변이 58.9%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시상식 송년회(40.0%) ▷봉사활동을 통한 나눔 송년회(30.8%) ▷새로운 것을 함께 배워보는 송년회(18.2%) 등의 응답이 나왔다. 반면 가장 참석하기 싫은 송년회 유형으로는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권위적인 송년회(60.9%) ▷2'3차 등이 이어지는 술자리 송년회(55.6%) 등을 꼽았다. 또 직장인들의 송년회 평균 지출 비용은 5만~10만원이며, 12월 한 달 동안 3, 4회의 송년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이트진로 그룹의 위스키 계열사 하이스코트 위스키 '킹덤'이 '3040 직장인' 98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도 눈길을 끈다. 직장인들은 선호하는 술자리 차수는 2차(59%), 1차(27%)가 가장 적당하다고 답했다. 더불어 '가장 꼴불견인 것'은 ▷만취(45%) ▷술 마시고 울기(22%) ▷계산할 때 없어지기(14%) ▷자기 자랑만 하는 상사(12%)를 꼽았다. '가장 하기 싫은 것'은 ▷과음(55%) ▷장기자랑(22%) ▷잔소리듣기(1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연말 술자리가 집중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11월 송년회를 갖는 모임도 늘고 있는 추세다. 직장인 이모(39) 씨는 지난달 벌써 2개의 송년회 모임을 가졌다. 이 씨는 "12월은 다들 이런저런 송년회 모임들이 많다 보니 아예 11월 말로 날짜를 당기자는 의견이 우세해 미리 모임을 가졌다"며 "덕분에 연말에는 가족들과 오붓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늘어 좋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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