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대구 동성로 골목(하)
'대구의 현재를 보여주는 곳, 동성로 골목'
동성로는 젊음의 거리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기 때문이다. 골목도 젊다. 새로운 골목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골목 가게들도 끊임없이 바뀐다. 대구의 많은 골목들이 수십 년의 역사로 옛 대구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동성로 골목들은 현재 대구의 모습을 알 수 있는 곳들이다.
최근 커피 음용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생겨난 카페골목, 커피골목과 함께 대구에서 가장 화려한 간판들을 볼 수 있는 통신골목 등은 젊은 대구의 모습을 보여준다.
◆먹고 마시려면 찾는 곳-떡볶이골목, 카페골목, 커피골목
동성로에는 이곳 지명을 붙인 음식이 있다. 바로 20년 전통의 '동성로 떡볶이'다. 중고등학생들이 동성로를 찾으면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먹거리 중 하나로, 주문을 하면 요리가 돼서 나오는 보통의 떡볶이와 달리 테이블에서 조리를 하는 즉석떡볶이의 형태가 동성로 떡볶이다.
떡 외에도 어묵, 당면, 야채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고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춰 치즈나 라면 등도 넣어 먹을 수 있다. 떡볶이를 다 먹고 나면 자작하게 남은 국물에 밥을 볶아 주는 것도 별미다.
떡볶이가 동성로를 대표하는 먹거리라면 마실거리는 '커피'다. 특히 대구는 최근 몇 년 사이 커피의 메카로 떠올랐다. 커피 소비 인구만 6만여 명, 커피 전문점 수는 500개를 훌쩍 넘어섰다.
커피 음용 문화가 발달한 대구에서도 동성로는 골목마다 커피라는 사인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커피집이 많다. 공평동에 위치한 카페골목에는 쇼핑을 즐긴 뒤 느긋하게 앉아 커피나 차 한잔을 마실 수 있는 카페 20여 개가 위치하고 있다. 식사를 할 수 있는 카페들도 많아 약속장소로도 인기다.
최근에는 '커피골목'도 생겨났다. 금융결제원 사거리를 중심으로 스타벅스, 커피빈 등 대형 커피전문점 5개가 들어서면서 로데오골목과 신발골목, 야시골목 등으로 향하는 쇼핑객들이 이곳에서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씩을 사들고 들어간다.
◆모여 있는 만큼 비교하고 쇼핑한다-통신골목, 웨딩골목
동성로 골목 중에서도 가장 긴 골목이다. 봉산육거리에서 동성로로 이어지는 400여m 가까운 골목에는 70여 개에 가까운 휴대폰대리점이 빈틈없이 자리 잡고 있다. 대구사람이 휴대폰을 새로 장만한다면 아마 열에 아홉은 이 골목을 방문한다고 할 정도다. 많은 가게가 모여 있어 비교해 보고 살 수 있고, 다른 곳에서 구하지 못하는 특이한 브랜드의 휴대폰이나 중고 휴대폰도 구할 수 있다.
'싼집 찾다가 열받아서 내가 차린 집' '폰값 똥값' 등 특이한 가게이름과 화려한 간판 그리고 다짜고짜 손님을 끌고 가려는 호객행위 등은 이 골목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광경이다. 서지윤(28'여) 씨는 "휴대폰 바꿀 때는 자연스레 통신골목을 찾는다"며 "가게가 많다 보니 없는 휴대폰이 없다"고 말했다.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동성로를 찾는다. 공평네거리에서 봉산육거리로 이어지는 큰 길가에 웨딩골목이 있기 때문이다. 20여 개에 달하는 웨딩숍, 여행업체 등 결혼 관련 업체들이 줄지어 있는 이 골목은 대봉동 웨딩골목과 함께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이 거쳤다 가는 곳이다. 한 상인은 "웨딩숍은 다른 가게들에 비해 면적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게세가 비싸고 복잡한 동성로 안쪽 보다 바깥쪽에 모이게 됐다"며 "동성로가 계속 팽창하면서 지금은 이곳도 동성로 중심"이라고 말했다.
동성로 골목들의 특징은 다른 골목들에 비해 변화 주기가 빠르다는 것이다. 가게들이 금방 생겼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골목이 빠른 속도로 팽창하기도 한다. 골목 이름이 새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어느 순간 골목이 자취를 감추기도 한다. 동성로 상인회 이영배 회장은 "업종별로 새로 들어오려는 상인들도 비슷한 업종이 모여 있는 골목에 가게를 얻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동성로 골목은 대구의 현재를 보여주기 때문에 다른 지역이나 외국에서 동성로를 찾는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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