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전 위해 기계 세워야 하나요?"… 제조업체들 불만 쏟아져

입력 2011-12-16 10:32:58

10% 의무節電 시행 첫날…한전, 예외업체 선별 못해

에너지 사용 제한 시행 첫날인 15일 제조업종과 유통업종 등 지역의 산업계에 각양각색의 모습이 펼쳐졌다. 대구 동성로에 에너지 사용 피크시간대인 오후 5시~7시 사이 사용 금지된 옥외광고물 및 네온사인 등이 평소와 다름없이 환하게 켜져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에너지 사용 제한 시행 첫날인 15일 제조업종과 유통업종 등 지역의 산업계에 각양각색의 모습이 펼쳐졌다. 대구 동성로에 에너지 사용 피크시간대인 오후 5시~7시 사이 사용 금지된 옥외광고물 및 네온사인 등이 평소와 다름없이 환하게 켜져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15일 오후 5시 대구 북구 A주물공장. 쇳물을 만들어내는 전기로 하나가 가동을 멈췄다. 현장 직원들은 "정부의 에너지 사용제한 조치로 피크타임(오후 5~7시) 전기사용량을 10% 줄여야 해 전기로 하나는 1시간가량 멈춰야 한다"며 "전력난 때문이라지만 제조업종의 일방적인 의무 절감은 생산량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2. 같은 날 오후 6시 경북 구미시 B섬유업체. 95대의 워터 제트기 모두 쉴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은 에너지 사용제한 조치 대상(1천㎾)이지만 피크타임에도 기계를 계속 가동하고 있었다.

업체 직원들은 "잠깐이라도 기계 가동을 멈추면 불량이 발생한다. 아무 대책도 없이 무작정 전력량을 줄이지는 못하겠다"며 "이달 초 정부와 한국전력에 10% 의무 감축 면책 사유를 제출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답변조차 받지 못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정부의 에너지 사용제한 조치가 15일부터 시작되면서 대구경북 산업계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이번 조치가 생산 감소와 불량률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아우성이다. 일부 업체들은 과태료를 내더라도 전력 사용을 줄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유통업 피해는 상대적으로 작다. 보온 설계와 조명으로 전력 사용 없이 일정 온도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조업체 비상

지식경제부는 에너지 사용 제한에 관한 공고에 따라 15일부터 10% 절전 규제, 난방온도 20℃ 제한, 네온사인 사용금지 등을 위반하는 시설을 집중 단속했다. 위반시 최대 300만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같은 의무 감축에 따라 지역 주요 제조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10% 절전 규제를 따라야 하는 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10% 절전 규제는 계약전력 1천㎾ 이상 업체에 대해 오전 10∼12시, 오후 5∼7시 등 하루 4시간의 피크 시간에 전년 대비 10%의 전기사용을 의무적으로 감축하는 것이다.

대구경북 1천888곳이 의무 감축 대상에 해당되며 이 가운데 산업용 전력을 사용하는 제조업체는 1천250여 곳이다.

가장 타격이 심각한 곳은 섬유업체들이다. 섬유업체들은 기계를 잠깐이라도 멈출 경우 불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때문에 24시간 가동을 멈출 수 없다.

섬유업체들은 피크시간대 기계 중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으로, 과태료를 내더라도 기계를 계속 돌리거나 에너지 사용 제한 기간 중 일부 기계 가동을 아예 중단하는 궁여지책을 세우고 있다.

업체 대표들은 "이달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해 힘들게 하더니 이번에는 과태료를 빌미로 무조건적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석유화학, 정유산업과 같이 24시간 전력 사용량이 일정한 연속공정을 가진 업종과 전력품질에 매우 민감해 조업조정이나 자체 발전기 가동이 불가능한 반도체 같은 업종의 경우 10% 의무 감축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이외 면책 사유를 제출한 업체에 대해서도 예외를 검토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한국전력은 과태료 부과를 실시하는 15일이 될 때까지 예외 업체 선별 작업을 끝내지 못했다.

◆유통업체 고요

반면 유통업체는 이번 전기 전쟁을 비켜나고 있다. 유통업체에 주로 해당하는 이번 조치는 난방온도 20도 제한으로 전력 사용 없이 일정 난방온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날 대구 4개 백화점 안에는 훈훈한 기운이 감돌았다. 바깥은 영하에 가까울 정도로 추운 날씨였지만 백화점 안은 여전히 따뜻했다.

이날 대구 4개 백화점의 실내기온을 직접 측정한 결과 22~24도로 나타났다. 정부에서 제시한 적정온도 20도를 훌쩍 넘긴 것이다. 대형마트도 21~23도로 비슷했다.

하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은 과태료 처분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실내 난방기기를 켜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정 실내온도 20도를 위반했을 때 과태료가 부과되는 대상은 대형건물 중 난방기기를 이용한 곳만 해당된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의 대형소매업체들은 겨울철에도 난방기기를 작동시키는 날이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다. 난방을 하지 않아도 실내 기온이 20도 이상으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조명이 많고 에스컬레이터 등 열이 나는 기계들이 많은 데다 창문이 없는 건물구조 때문에 열이 잘 빠져나가지 않는다. 영업시간 전 실내 온도도 18~20도가량으로 높은 편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안 공기를 순환시키려 환풍기만 돌려도 겨울철 실내 온도가 20도 이상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난방을 잘 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절전을 위해 외부조명을 줄이고 출입구에 뜨거운 바람이 나오는 에어 커튼을 해당 시간대에 끄는 등 에너지 절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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