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맛있게 먹기] 연극평론을 위한 작품분석- (3) 연출의 이해

입력 2011-12-15 14:05:46

교사'해석자'창조자 능력 갖춰야…오케스트라 지휘자 역할

이미 말했듯이 한 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 연출과 배우, 스태프 등 연극 제작진에서는 선정된 대본을 중심으로 작품분석을 시작한다. 그 작업의 현장에서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 바로 연출이다. 제작환경과 희곡, 배우, 무대 등 모든 요소를 점검하고 분석하여 완성된 작품을 향해 모든 제작진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는 연출가는 요리사들 중에서 책임자인 주방장이라고 할 만하다. 어떤 재료를 선택하고 어떤 요리를 선보일지는 주방장인 연출가의 역할이 가장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오래전에는 연출자가 따로 없었다. 예를 들어 기원전에는 작가가 연출의 역할과 배우의 역할까지 수행했다. 그 유명한 셰익스피어도 작가이자 연출가였다. 현재의 전문 연출가 시스템이 정착된 것은 연극의 역사에 비한다면 티도 나지 않을 만큼 짧은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전문 연출가의 역할은 어느 역할보다도 커졌고 한 편의 작품을 완성할 때 반드시 필요한 가장 중요한 위치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물론 현대에도 예전처럼 작가와 연출을 겸업하는 경우가 많다. 연극을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희곡을 분석하는 것이니 극작과 연출을 겸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극작가의 입장을 떠나 연출가의 입장에서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한 편의 연극을 연출할 때는 제작환경 등의 상황을 정리한 후에는 결국 희곡을 분석하는 것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니 연출가에게는 극작가의 능력이 있어야 하며 마찬가지로 극작가에는 연출가의 능력이 요구된다. 그래서 극작과 연출을 겸업하는 연극인은 계속해서 늘어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연극인 중에는 극작과 연출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두 역할을 한 사람이 하게 되면서 객관적인 시각을 잃고 모순된 상황을 만들어 관객들로부터 동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어쨌든 연출가는 연극제작에서 사전준비 단계인 제작환경을 이해하고 파악해 움직이는 사무행정의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선택된 희곡을 분석하고 이해하여 배우와 모든 스태프들에게 자신이 해석한 대본의 연출방향에 대해 상세히 가르치고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교사의 능력, 해석자의 능력, 창조자의 능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공연을 통해서는 연출가 자신이 해석하고 창조한 작품의 의미를 관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연출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분석하고 이해하고 해석하고 창조하고 설득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또한 모든 스태프를 관리하고 지휘해야 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도 같은 역할이다.

그렇다면 좋은 연출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한 방법으로는 앞서 말한 연출가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키우면 된다. 그리고 더 간단한 방법으로는 좋은 작품과 좋은 배우를 선택하면 된다. 거기에 좋은 스태프까지 선택한다면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작품과 좋은 배우를 알아보기는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작여건상 어쩔 수 없이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더 좋은 작품으로 수정해야만 하고 더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그래서 연출가에게는 극작가의 능력과 더불어 배우의 능력도 필요하다. 좋은 배우의 능력을 그대로 갖고 있을 필요는 없겠지만 좋은 배우의 능력을 알아보고 키워줄 수 있는 눈은 필요한 것이다.

선택한 희곡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수정할 수 있는 능력, 배우가 가진 능력을 그 작품 안에서 최대한 끌어올려 작품을 돋보이게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 희곡과 배우의 능력만으로 보여줄 수 없는 부분을 무대장치와 조명 등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연출가에 필요한 것들이다. 그리고 연극평론을 하는 입장에서는 희곡과 배우, 스태프 등 각각의 역할이 제대로 드러날 수 있도록 연출이 모든 요소들을 잘 버무리고 있는지를 점검하면 된다. 그것이 연출의 역할이며 의무이기 때문이다.

안희철 극작가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