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모던포크의 신호탄
타계한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걸작 아이튠즈에 비틀즈의 음원을 입성시키는 것을 평생의 소원으로 여겼다. 그는 평소 열렬한 비틀마니아(비틀즈의 팬)로 유명했지만 온라인에서는 음원을 판매하지 않는 비틀즈의 정책과 애플이라는 이름 때문에 상표권 분쟁 중인 터라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의 끈질긴 구애는 자신의 장터에 비틀즈의 음원을 입성시키는 데 성공했고 판매 전날 '내일은 결코 잊지 못할 날이 될 것'이라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대사를 빌려 공식 입장으로 전했다. 그만큼 비틀즈의 음악은 세월의 흐름과 관계없이 상징성을 가지는 것이다.
한국의 온라인 음원 시장에도 찾기 힘든 이름이 있었다. TV에서도 좀처럼 모습을 볼 수 없고 라디오에서는 30년 전에 발표한 노래만 나오는데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이 가객은 오히려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바로 '정태춘'이다. 정태춘은 경기도 평택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5남 3녀의 일곱째 아들이었던 그는 학창시절부터 탁월한 음악적 재능을 보였지만 음악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마치 음악인에게 통과의례 같은 방황을 거치고 군대에서 전역한 후 음악계에 이름을 알리게 된다.
사실 정태춘의 데뷔는 화려했다. 습작을 모아 발표한 데뷔 앨범 '시인의 마을'(1978)은 긴급조치 9호 이후 맥이 끊어진 한국 모던포크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더욱이 기존의 모던포크가 미국적인 것이었다면 정태춘의 음악은 달랐다. 특히 토속적이라고 해야 할 노랫말은 각종 가요시상식에서 가사상으로 선정되었다. 기성 작사가가 상을 독식하던 환경에서 싱어 송 라이터의 곡이 수상을 한다는 점은 모던포크의 부활을 상징하는 의미기도 했다.
하지만 이면을 알고 보면 기분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원래 가사는 당시 사전검열 하에서 사정없이 난도질을 당한다. '시인의 마을'의 경우 '저 높은 곳에 우뚝 걸린 깃발'이 '저 높은 곳에 푸른 하늘 구름'으로 '더운 열기의 세찬 바람'이 '맑은 한 줄기 산들바람'으로 타의에 의해 가사가 바뀐다. 또 '누가 내게 손수건 한 장 던져주리오'는 '누가 내게 따뜻한 사랑 건네주리오'로, '누가 내게 탈춤의 장단을 쳐 주리오'는 '누가 내게 생명의 장단을 쳐주리오'로 바뀐다. 이 밖에도 노래는 거의 모든 소절의 가사를 바꾸고 발표하게 되는데 '대중가요 가사로는 방황, 고독처럼 불건전한 단어가 많다'라는 이유였다. 상식이 통하지 않던 시대를 거치면서 정태춘은 자신의 미래가 순탄치 않음을 예감했을 것이다.
대중음악에 국악을 접목시킨 2집과 3집이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정태춘은 오히려 자신의 세계에 대한 분명한 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1990년대 정태춘은 자신의 시작을 왜곡시킨 사전검열을 철폐하기 위한 투사로 변신한다.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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